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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갤러리문화관에서 '제3회 웅촌 왕도읍 문화제'의 일환으로 마련되고 있는 '지역작가초대전'.

얼마전 신문사로 지도 한 장이 배달됐다. '교통안내지도'가 떠오르는, 썩 세련된 디자인은 아니었지만 그 안에는 보물처럼 21명의 울주군 웅촌면에 거주중인 예술가들의 작업공간이 표시돼 있었다. 예전부터 이곳에 예술인들이 모여 산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그 공간들이 궁금했다. 그리고 6일, 모처럼 나들이 하는 기분으로 달랑 지도 한 장만 들고 이곳으로 출발했다. 물론 지도를 구상한 이선애 선갤러리문화관장이 선뜻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나서 마음만은 든든했다.


 울산 도심에서 떠나는 검단리로의 산책은 30여분 동안의 드라이브에서부터 시작한다. 느긋하게 떠다니는 구름과 파란 하늘, 그리고 봄 바람에 기분 좋은 햇살까지. 자동차를 타고 24번 국도를 미끄러지듯 달리자 이미 몸과 마음은 해방감을 맛본다. 여기에 감성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생활이 있고 자연과의 교감까지 더해진다면, 그보다 큰 휴식이 있을까.
 

도심보다 적은 비용으로 넉넉한 창작공간 마련 장점
울산뿐만 아니라 양산·부산과도 가까워 접근성 좋아
순수한 개인 창작공간·갤러리·체험공방등 21곳이나
오늘부터 왕도읍 문화제 개최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



 국도를 타고 울산예고를 지나 울산미용예술고를 넘어서자 곧바로 양쪽으로 '보림천연염색공방'(지도 내 14번)과 '옛솔목공예'(12번)와 같은 문화공간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웅촌면 예술인 산책의 출발점이 여기구나 싶었다.


 아직 예술인촌, 혹은 예술마을이라 이름 붙이기는 성급하지만 그 과정을 하나씩 밟아가고 있는듯한 웅촌면은 자생적으로 생겨난 곳이기에 더욱 멋스럽고 비밀스럽다. 헤이리 예술마을이나 울산의 신화마을처럼 처음부터 예술가들을 위해 의도적으로 조성된 예술인촌이 많지만 이곳엔 보다 나은 창작 환경을 찾아 자발적으로 자연스럽게 이주한 예술가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 13년째 공방을 운영중인 이선애 관장은 이 지역이 이처럼 예술가들의 선호지역이 된 이유로 "도심보다 적은 비용으로 넉넉한 창작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데다 울산 도심뿐 아니라 인근 양산, 부산과도 가까워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이곳은 울산 시내나 부산이나 30분이면 닿는 거리에 있다.


 특히 현재 웅촌에 거주중인 예술가들의 경우 혼자만의 창작, 작업공간을 가진 경우도 있지만 염색체험실을 운영중인 선갤러리문화관처럼 체험을 할 수 있는 도예, 목공예 및 염색 공방 등이 여럿 있다. 그래서 기왕이면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직접 체험도 할 수 있는 공간들을 주로 살펴보기로 했다.


< 직접 예술작품 만들기에 도전할 수 있는 공간 3곳>

1. 공방 '내 마음 물들이고'의 염색 체험관

 

   
▲ 염색체험관 '내 마음 물들이고'

우선 지도의 1번에 위치한 선갤러리문화관부터 둘러봤다. 7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제3회 웅촌 왕도읍 문화제'의 일환으로 마련되는 기획전시가 한창이다. 이번 초대전엔 웅촌면 검단리 인근에 작업실을 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15명이 참여한다. 올해 참여작가로는 도예 부문에 황수길·손진문·신명순·박시아씨, 목공예 부문에 강석근·윤정환씨, 칠공예 부문에 조구환씨, 염색 부문에 이선애씨, 조각 부문에 문성권·이인행씨, 서양화 부문에 김응기·김창한·구정회·김윤자씨, 사진 부문에 김유선씨 등이다.

 


 이선애 관장은 "13년전 이곳에 처음 둥지를 틀었을 때부터 이곳엔 조각가, 시인, 도예가 등 여러 예술인들이 있었는데 언젠가 꼭 이들의 작업과 작품을 알려 작가와 방문객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그런 꿈은 사비를 털어 선갤러리문화관을 열고, 왕도읍 문화제를 우리문화연구소와 함께 개최하고 발품을 팔고 다니며 작가들과 주민들을 설득하는 지금의 노력을 낳았다.


 21명의 이곳 예술가들의 작업공간과 연락처 등을 꼼꼼히 기록한 지도는 그 노력의 결과물이다.
 바로 옆에서 까페 겸 작업실인 '어느 가을에 풍경'을 운영중인 김유선 사진가와 박현옥 시인 역시 그의 이런 노력을 지지한다. 특히 시인으로도 활동하며 감성 넘치는 사진과 시를 함께 선보이고 있는 김 작가는 "이 관장의 노력으로 최근들어 이 지역 작가들간에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는데 각자 자기색대로 작업을 해나가지만 예술이란 큰 틀안에선 공유하는 부분이 많다보니 서로 도움이 되고 있다"며 "지금은 시작이다보니 부족하지만 앞으로 시간이 흘러 다양한 의견들과 행동이 보태지면 울주, 울산을 대표하는 문화명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웃었다.


 중년을 위한 공간이기도 한 '어느 가을에 풍경' 역시 한번쯤 들러볼만한 공간이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LP판에서 나오는 지직거리는 음악이 흐르고 그 옆엔 편지 한통을 쓸 수 있는 사진엽서와 우체통도 있어 잊고 살던 삶의 여유를 선사한다. 게다가 이 곳에선 박 시인이 직접 담근 효소차도 맛볼 수 있는데 꽃얼음이 사르르 녹으며 피어나는 꽃은 보는 멋도 더한다. 문의 010-6401-5233

 

 

   
▲ 옛솔목공방.

2. '옛솔목공예'
'옛솔목공예'는 목공예가 윤정환씨가 운영하는 공간으로 크기가 작은 소품부터 탁자, 병풍까지 수백여점의 목공예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반구대 암각화를 새긴 서각병풍부터 나무의 결과 모양을 그대로 살린 새 모양의 소품들이 특히 눈에 띈다.

 

 


 고향이 좋고 자연이 좋아 이곳에 정착했다는 윤 씨는 "왕도읍 문화제와 같은 계기를 시작으로 평소에도 이 공간들이 활성화돼서 시민들에겐 문화공간을, 작가들에겐 판로를 마련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보였다.


 또 전시관 옆 한 켠엔 윤 씨의 작업실이 있는데 원한다면 이곳에서 목공예를 직접 배워볼 수도 있다. 문의 010-2963- 1776

 

 

   
▲ 도예공방 '토생관.'

3. 도예공방 '토생관'
이어 이 관장이 꼭 가봐야 할 곳이라며 이끈 도예공방 '토생관'(13번). 울산에서 유일하게 '사발 만드는 여자'인 신명순 도예가가 운영하는 공간으로, 방문했을 때에도 몇몇 수강생들이 수작업을 하고 있었다.  굳게 닫힌 녹슨 철제문과 창고같은 내부로 한 땐 수용소같았던 이 공방은 신명순 도예가가 손수 되살려낸 보물창고 같은 공간이다. 널찍한 내부에 들어서면 최근 하고 있다는 큰 항아리를 비롯한 수백여점의 작품이 방문객을 맞는데 여자 몸으로 물레를 돌려 이를 다 만들어냈다는 얘기에 방문객들은 혀를 내두른다고.

 

 


 이곳에서 십년째 도예일을 하고 있다는 신 씨. 그가 생각하는 웅촌읍의 매력은 뭘까.


 "우선 이곳은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임대비가 저렴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이곳엔 독특한 사발을 만들 수 있는 '마사흙'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도예나 조각은 장르의 특성상 늘 자연에서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에 둘러싸인 공간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자연과 함께하는 삶은 저에게 늘 새로운 기운과 충만감을 줍니다. 이곳에서 떠날 수도, 떠나기도 싫은 이유지요"


 '토생관'은 또 일일체험(어른 3만, 학생 2만)부터 월수강(약 20만원)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직접 배워보자. 문의 010-8528-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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