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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아고라 바람부는언덕(london)님의 글
"여름에 윗도리 입고 어떤 때는 넥타이까지 메고 하는데, 전기를 절약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거는 말이 안되는 얘기예요"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기 전 한 발언이라 한다. 아마도 충격적인 원전부품 납품비리로 원전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여름철 전력수급에 위기감이 고조되자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기 위해서 한 작심 발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는 청와대의 에너지 절약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주려는 듯 참석인원 모두 양복 상의를 탈의하고 넥타이를 푼 채 진행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에너지 절약 강조 발언이 최근 부쩍 많아졌다. 사상 최악의 전력대란이 예고되어 있는 가운데 에너지의 낭비를 막고 일반국민들의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한 일종의 국민계몽의 한 방편일 것이다. 충분히 이해한다. 최악의 전력난 속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것은 청와대나 일반국민들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말이 맞기는 맞는 것 같은데 뭔가 순서가 뒤바뀐 듯 보인다. 에너지 절약을 위한 국민의 관심과 적극적인 동참을 권장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에 앞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먼저 국민들에게 밝히는 것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정부가 전력수급예측에 오판이 있었거나, 전력 대란을 촉발시킨 근본적인 원인이 다른 곳에 있었다면 이를 솔직하게 밝히고 먼저 사과를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 잘못은 정부가 해놓고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정부가 앞장서서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며 국민들의 희생과 고통분담을 호소 혹은 강요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 이면의 동기가 아주 불순하기 짝이 없다.
 

 올 여름 최악의 전력 대란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그 근본적인 원인이 '원전부품 납품비리'에 있다는 것은 온 국민이 다 아는 이야기다. 원전에 납품되는 부품들의 태반이 불량인 것으로 밝혀졌고, 이를 교체하기 위해 앞으로 6개월간 순차적으로 원전가동이 중단되게 되면서 전력수급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원전비리와 관련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지난 5년 동안의 비리관련 징계 내역을 보면 '이 정도까지였나?' 싶을 정도로 경악 그 자체다. 특히 전임 이명박 정권의 임기 말인 작년에 집중적으로 금품수수 및 향응접대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임기말이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면 거의 한수원이 아니라 그 앞에 '비리백화점'이라는 수식어를 넣어 불리워도 무방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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