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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아고라 난 아직도 ing(doo**)님의 글
그 언젠가 초등학생들과 만나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었다. 그 안에서도 우리 집은 몇평, 우리 아빠차는 뭐, 우리 엄마차는 뭐 따박따박 이야기 하며 무리를 형성하는 모습도 보였다. 어느 곳에서나 있듯 조금 사정이 안좋은 아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부자 무리와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 놀고자 하는 가난한 집 아이들이 한데 모여 있었는데, 그 부자무리의 아이들은 가난한 집 아이들과 뭔가의 교류를 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보였다.
 

 '같이 놀자, 왜 안놀려고 그래' 이야기 하니 '가난한 병이 옮을까봐 못놀겠다'라는 그 부자무리의 우두머리 쯤으로 보이는 한 아이의 말을 듣고 '가난한 친구와 논다고 해서 가난한 병이 옮는건 아니에요'라는 답변을 했지만,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저 어린 아이의 입에서 '가난한 병'이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것도 아연실색할 지경이지만, 저렇게 무리를 갈라 특별화, 차별화된 교육을 하겠다는 명목으로 가난한집 아이와 부잣집아이의 구분선을 명확하게 짓는 저런 곳의 존재 이유를 모르겠다.
 

 학교에는 수학 영어 사회 등 기초학습을 배우러 가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우선해서 학교라는 공간안에서 또다른 사회를 만들어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하고, 또한 너와 나는 다르지 않고 같다는 평등의식과 그리고 앞서나가는 아이는 뒤에 걸어가는 아이와 함께 걸어나갈 수 있는 인격을 빚어주고, 이 사회를 함께 걸어나갈 수 있는 인격체를 빚어 나가는 공간이라 생각하는 나로서는 저런 곳의 존재이유를 정말 모를 지경이다.
 

 언제부턴가 아이를 판단짓는 기준이 인격이나 인성이 아닌, 국영수사과의 성적과 그리고 최근에 추가된 '부모의 직업'이라는 사실이 우려스럽기 그지 없다. 언젠간 나도 한 아이의 학부모가 되어 그 아이의 인격을 다듬어 줄 수 있는 학교에 보내야 할때, 나의 직업이 그리고 아이 아버지의 직업이 그렇게 전문직, 혹은 사회의 명망을 받는 직업이 아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이가 그속에서 차별대우를 받거나 혹은 저런 말도 안되는 경우를 겪어야 한다면 그건 정말 슬픈 일일것 같다.
 

 아이를 아이 그 자체로 보지 않고, 부자와 가난한집 아이들을 나누고 또한 그렇게 무리를 만들어서 그 아이의 부모의 직업이나 재력으로 아이를 판단하고 가늠하는 이 잣대는 이 아이가 자라나 사회의 정상적인 인격체가 아니라 그저 국영수사과 문제만 잘 풀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이해하거나 배려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문제풀기 로봇으로 만들어내는 이상한 교육이 아닌가? 나는 그렇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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