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불전쟁(1870~1871년)에서 승리한 프로이센은 독일 통일의 계기가 됐고 패한 프랑스는 새로운 민족정신과 국민단결의 계기가 됐다. 부패하고 흩어진 시민정신을 모으고 조국에 희망을 주기 위해 행정가들이 앞장섰다.

  파리 시내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대성당 건립부터 계획했다. 신의 용서와 축복을 기원하기 위해서다. 그곳은 파리에서 전교하던 로마 성직자를 처형했던 자리다. 1875년 시민성금으로 착공된 사크레쾨르(예수 성심) 대성당 공사는 1914년까지 40년의 세월이었다. 그 곳을 오르는 길이 지금 세계 제일의 관광길 몽마르뜨(순교자의 언덕)이다.

 현대 도시들의 공통적 과제는 관광산업이다. 제대로 된 한 번의 투자로 영원한 도시의 수익원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서민경제와 직결되는 사업이므로 우선순위가 된다.

 울산을 한번 보자. 선사유적부터 한국부흥의 현대사를 볼 수 있는 한국제일의 산업도시다. 빼어나게 아름다운 산과 바다, 강의 풍광에다 고래와 공룡발자국까지 볼 수 있는 자연사와, 천주교·불교·천도교의 성지를 품은 영육의 힐링코스 순레길, 그리고 한국의 기적을 체험할 산업박물관이 약속된 땅이다.

 이렇게 많은 관광자원을 가진 도시인데, 울산의 미래정책 로드맵은 어떤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경남 고성은 공룡발자국 한 테마를 가지고도 울산보다 더 많은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이제 울산문화관광정책에 냉정한 반성을 촉구할 시점이 된 것 같다.

 울산초등학교부지는 울산의 문화성(城)이다. 이곳은 옛 관청 동헌을 볼 수 있어 역사공원이지만 그보다, 3·1회관을 아우르고 있어 더욱 값지고 의미가 있다. 울산시민은 식민지하에서도 1921년에 청년회관을 만들어, 교육, 문화, 산업을 주제로 시민 계몽에 앞장섰다.

   민족의 자긍심을 심어주던 그곳은 울산시민정신의 상징적인 터다. 소중하고 자랑스럽다. 그 한 울타리 안에 활용가치 높은 새로운 의미의 객사를 만들고, 우리 실정에 맞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미술관을 만들자는 것이 시민들의 바람이다. 그런데 현재 사업진행을 다수 시민이 모른다.

   기초 기획이 얼마나 중요한데 왜 그렇게 폐쇄적인가. 마치 전제정치하의 독불장군권위 같은 행정을 보는 것 같다. 문화정책은 관가주변을 서성이는 몇 사람 생각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것이다.

 뉴욕 맨해튼 최남단에 '배터리파크'가 있다. 공원 안에는 6·25참전용사 기념탑이 있고 바로 앞에 자유의 여신상으로 가는 선착장이 있다. 뉴욕시는 그 공원에 놓을 의자 공모전을 2년에 걸쳐 시행 중에 있다.

   2012년 7월에 시작해 모은 700여 작품 중 50작을 본선 진출 작품으로 선정했다. 올 여름부터 전시해 시민과 여행자의 의견을 듣고 내년 5월에 최종작을 발표한다. 선정된 디자인은 같은 콘셉트로 1인용부터 여러 사람이 앉을 벤치까지 300개 정도 만드는 계획이다.

   단순한 공원의자 디자인 하나를 두고도 이런 행정을 한다. 시민과 함께 얘기를 만들면서 100년을 내다보고 도시를 가꾸어 간다. 응모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상금보다는 명예와 보람에 둔다.

 울산 관광개발의 초점은 문화를 접목할 지역 선택이다. 그 최적지가 구도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으로 많은 사람이 스스로 시민운동에 나섰다. 어느 누구도 사욕 때문에 참여한 사람은 없다. 중구에 땅 한 평 없는 사람도 138페이지 '문화도시울산 비전플랜' 제작에 많은 기부를 했다.

   도시재생 프로젝트에서 국제적으로 공인된 뉴욕의 회사와 유학생들까지 협조했다. 그들은 울산 중앙동 거리가 세계적이 될 수 있다는 확신과 신념을 갖고 조국에 대한 봉사를 했다. 자료수집 5년, 책자 작업에 3개월이 소요되었다. 그런 준비로서 심포지엄까지 열었다. 그 다음은 행정에 맡기고 지켜 볼 수밖에 없다.
 언론은 벌써 정치판을 부추긴다. 남은 일 년은 진정으로 사업을 반성하고 수정하고 정리할 때라 믿는다. 시민의 고언을 고향발전을 위한 충정으로 여기면 유종의 미를 얻을 것이다. 반성할 줄 아는 사람이 서 있는 땅은 가장 훌륭한 랍비가 선 땅보다 더 고결하다고 했다. 문화도시는 지도자 선택에서 이루어진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