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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사이 흥망(興亡)과 성쇠(盛衰)가 뒤섞이는 춘추전국시대. 진나라는 막강한 군사력을 발판으로 주변의 작은 나라를 하나하나 정복하면서 블랙홀처럼 영토를 빨아들였다. 드디어 진나라는 형제국인 우나라와 괵나라를 집어삼키기 위한 총공세에 돌입했다.

 그런데 괵나라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우나라를 반드시 거쳐가야만 했다. 이에 진나라의 왕 헌공은 우나라에 사신을 보내 금은보화를 줄터이니 길을 열어달라고 우나라의 왕을 회유했고, 우나라의 왕은 앞뒤 재지 않고 길을 열어주려 했다.

 이때 우나라의 충신 궁지기가 나서 왕에게 '옛말에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라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고사성어를 들어 진나라의 요구를 거절할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그러나, 결국 금은보화에 눈이 먼 우나라의 왕은 진나라에게 괵나라를 공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데 이어 뒷날 진나라가 괵나라에 이어 우나라까지 공략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순망치한의 고사성어는 중국의 모택동이 6·25전쟁 당시 북한을 돕기 위해  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군을 대규모 파병하는 논리가 되기도 했다.

 언론과 정치라는 영역에서도 순망치한의 고사성어는 늘 인구에 회자되었고,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 버티고 있다.

 언론은 정치를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의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고, 정치 또한 언론을 유효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

 취재의 대상으로서 정치, 홍보의 도구로서 언론은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충분조건을 갖고 있다.

 그래서 때론 부적절한 공생으로 지탄을 받기도 하고, 지나친 유착으로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언론과 정치는 서로를 향해 정명을 요구하고, 본령에 충실할 것을 요구하면서 건강한 긴장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비단, 이 같은 언론과 정치의 관계는 중앙정치권에 국한된 일은 아니다.

 울산이라는 지역을 놓고 볼때도 지역언론과 지역정치는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인 동시에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없는 정치를 생각할 수 없고, 정치없는 언론을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정치의 범주에는 지역의 자치까지도 포함되기 때문에 어쩌면 중앙정치권 보다 언론의 역할이 더욱 무겁고 중요하다.

 사실을 보도하고, 진실을 탐구하며,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로서 언론의 사명은 매우 중대하다.

 울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지역언론이 처해 있는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기대치에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지역언론이 공적인 역할을 하는 공익적인 기관의 성격을 띠면서도 이윤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민간기업으로서 안정적인 재정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언론이 자생력 확보차원에서 지역자치단체는 물론 지역정치권과 과도하게 밀착되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언론의 비판 및 견제기능이 무뎌지고, 여론을 모으고, 의제를 설정하고 이끌어나가는 기능의 약화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역언론은 지역 주민의 삶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올바른 여론을 조성 및 수렴하고, 소통의 통로로서 애정과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자리매김되어야 한다.

 그래서 지역언론의 건전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제도적으로 마련하여 시행할 필요가 있다.

 신문은 물론 방송을 포함하여 지역언론 육성을 위한 조례를 통해 재정지원의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지역언론의 건전성과 경쟁력을 높이고, 언론사의 경영 투명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언론은 반드시 필요하며, 지역언론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적인 관심과 배려도 있어야 한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듯, 지역언론이 없으면 지역자치도 지역정치도 올곧게 설 수 없으며, 그것은 결과적으로 지역주민들의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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