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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장희

뭉그적뭉그적 구두바닥만 비비며
아직은 퍼~얼~펄한데…
아직은 퍼~얼~펄한데…

절정은 짧고 낙하는 끝이 안 보이는
나는 공연관람 후 버려진 티켓이었어
공연장 좌석번호로
영화롭던 티켓시절
버려져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알 수 없는 바닥으로 뚝 떨어지는 충격에
의욕과 기력을 잃고 우울해
낙(樂)이라고는 담배와 심지(心志)를 태우며
소주로 자신을 달래는 것뿐
어디로 가야하는지~
한참이나
참담하고 허탈했어
어디서든
상냥했던 웃음소리 간데없고
퉁명한 목소리에
그냥~
외롭고 서러웠어
균형 잃은 전신 구질구질하게
바닥에 밟히며 구겨지고 찢어져도
한 줌의 바람만 있다면
내 갈 곳은 어디든 있으리라
내 갈 곳은 분명코 있으리라!!


■ 어린이 놀이터에서 자주 술과 담배로 시간을 달래던 40대 후반의 어깨 처진 남자. 몇 년을 한 통로에 살아도 그의 가족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한 번쯤 말을 걸어보고 싶었다. 그 스스로 얘기를 하다보면 내재되어있던 티끌만한 희망과 용기라도 건져 올리기를 바라며, 지금은 이사를 갔는지 볼 수 없지만 여전히 그의 안부가 궁금하다.
※약력-2008년 울산문협 올해의 작품상 및 2010년 사르트르문학 대상 수상, 2010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울산광역시 문예진흥기금 수혜. 시집 <폭포에는 신화가 있네> <황금주전자>. 울산문학 편집주간, 울산시인협회 이사. change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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