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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하

오동수약수터 가는 길
단풍 드네
너와 내가 웃네
 
한 잎 두 잎 익는 소리를
새들이 양쪽 귀에 꽂고 내뱉는 말
"우리는 고독의 소리를 즐기며 수집해
최고의 알약을 조제하는 약사들,
행복한 겹입니다"
 
지저귀는 산새 너머
나뭇가지들이 한참동안 박장대소,
두 손을 꼭 잡고 걷던 우리, 부끄러워 뜨겁게 달아오르네
새들 몸이 색색(色色) 부풀고
알약은 점점 빨갛게 익어가네

너와 나는 계속 웃네

※오동수약수터-경상북도 경주시 진현동에 있는 약수터.

■ 시작노트
문학으로 인해 고통이 심했을 때 따뜻한 국화차처럼 내게 스며든 한 친구가 있었다. 어깨를 나란히, 발걸음 맞춰 함께 오른 길 위의 단풍이 참으로 고왔다. 설렘을 섞은 소통의 알약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듯, 지저귀는 산새소리가 하냥 붉었다. 고독이 아니었다. 서로의 고민이 행복한 웃음으로 수놓았던 길이 가벼워지는 순간이었다.
※약력-계간《시와세계》등단, 제2회 두레문학상, 제4회 백교문학상.
시집 <화몽花夢>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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