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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작가

#작가소개
1967년 충북 제천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좋은 사람들>, <그날엔>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이후 2006년 제11회 현대시학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MBC FM4U 라디오 프로그램 이소라의 음악도시에서 작가로 활동했다. 현재 '시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바람의 사생활>과 여행산문집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등이 있다. 특히 <끌림>은 출간 5년만에 새단장해 다시 출판할만큼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 7월에는 김얀 작가와 함께 떠난 여행기를 담은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을 냈다. 이어 9월 시집 <눈사람 여관> 을 발표했다.
 

#에피소드

시인 이병률에게는 여행에 대해 말하는 그만의 방식이 있다.
 <끌림>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두 권의 책 모두 여느 여행 에세이와는 확연하게 구별된다. 여행지의 정보를 소개하거나 개인적인 여정을 이야기하는 것과는 다르다.  보는 것보다 느끼는 것, 말하는 것보다 생각하는 것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언제 어느 곳에서 떠오른 감정인지, 그 감정이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제 여행기는 철저하게 노트에서 발전된 거에요. 거기에 기록된 내용들은 대부분 한 순간의 심리적인 것들이죠. 꼭 전후좌우 사정을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사람마다 다 다른 케이스가 있는 거니까 그 몇 줄의 글들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어떤 화학작용이 생길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일일이 말하지 않는 작가의 방식을 독자들은 사랑했다. 작가가 말하지 않는 이야기의 여백은 독자들의 경험과 감정들로 채워졌다. 작가만의 것이 아닌 나의 것이기도 한 이야기들을 채워 넣는 여백. 지난 7년은 이병률 작가와 독자가 함께 여행과 사랑과 일상의 이야기들을 써내려간 시간이었다. 그 동안 <끌림>은 출간 5년 만에 새롭게 단장한 모습으로 독자들과 다시 만났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사람에 미치거나 시에 미치거나, 둘 다에 미쳤을 때도 그는 여행을 떠나지 않을까. 스스로도 어렸을 때부터 방랑기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끊임없이 떠나는 사람이지 않은가. 한 곳에만 붙박혀 살아갈 수 없도록 태어난 사람, 이병률 시인은 그런 사람이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은 못하는 편이에요. 내가 정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약속에 의해서, 내가 해야 될 것들에 의해서 끌려가다시피 돌아오죠. 그래서 많이 징징대면서 와요. 여행을 떠나고 싶은 순간은 '언제나'죠. 언제나 떠나요. 떠날 수 있고. 지금은 조직에 몸담고 있어서 길게 떠나 있지는 못하지만, 10년 쯤 뒤에는 굉장히 큰 떠남을 떠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요. 물론 거기에서도 어떤 식의 안정이 찾아지면 또 다시 떠나는 걸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인자를 갖고 태어났겠지만... 계속 떠나는 것은 내가 숨을 쉬고 있는 것과 같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최근 인기작 - 눈사람 여관

   
△눈사람 여관

온전히 혼자가 되어 느끼는 존재에 대한 고찰

최근 발간한 <눈사람 여관>은 1995년 등단 이후 세 권의 시집을 통해 선보여 온 특유의 바닥없는 '슬픔'과 깊고 조용한 '응시', 설명할 수는 없으나 생의 안팎에 새겨져 있는 특유의 '절박함'이 여전하다.
 

 이번 시집에서 이병률은 앞선 작품들에게 내비친 감정과 정서보다 더 근원적인 지점을 찾아 나선다.
 자신, 어쩌면 당신의 마음속 깊이 숨겨진 어떤 '현' 하나를 슬쩍 건드리고 그 진동을 통해 돌연 드러나는 '존재'를 고찰하는 일, 그 '존재'에 필연적으로 내재된 처연(悽然)을 묻고 또 묻는 일로 시인의 행보는 정처가 없다.
 

 그렇게 시인은 자신에게로 향한다. 혼자됨을 주저하지 않는 그다. 온전히 혼자가 되는 일은 자신을 확인하고 동시에 타인을 발견하게 되는 과정이기에.
 타인에게서 오는 감정이란 지독한 그리움이고 슬픔이지만, 슬픔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그 일이 곧 사람의 마음을 키우는 내면의 힘이 된다.
 

 그러니까 이병률의 슬픔은, 힘이다. 불가능성 앞에서 그는 슬픔을 느끼지만, 그것을 쥐고, 그 힘으로 서 있는 사람이 되어간다.
 그가 잠시 머무르는 곳 <눈사람 여관>은 모두가 객체가 되는 공간이자 타인의 삶을 온몸으로 겪게 되는 슬픔의 처소이며 스스로 '세상의 나머지'가 되는 그곳이다. 김은혜기자 ryusor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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