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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몇 십년 전만해도 연탄은 우리 국민들의 난방을 책임져왔다. 보일러 등이 발달되면서 연탄은 이제 서서히 없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실생활에 요긴하게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연탄이 난방 용도가 아닌, 삶을 포기하는 방법으로 이용될 때는 매우 위험한 물건이 된다. 최근 응급실에 일산화탄소 중독 증세를 보이며 실려오는 환자들이 제법 많다고 한다. 일산화탄소 중독 증상과 치료법 등에 대해 동강병원 응급의학과 문윤주 전문의에게 들어봤다.

혈액내 헤모글로빈과 결합력 230배 강해
산소 농도 민감한 뇌·심장에 닿으면 위험
겨울철 난방기구 점검 등 사전 예방 중요

# 최근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응급실 찾는 환자 많아
문 전문의는 연탄이 매우 유용하기도 하지만 실상 병원 응급실에서 느끼는 것은 사뭇 다르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에는 한 중년의 여성이 집에서 연탄가스를 마시고 의식이 혼미한 상태로 응급실로 들어왔다고 했다. 왜 그랬냐고 묻고 싶었지만, 화재 현장이나 자동차에서 히터를 켜 둔 채 환기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실려온 사람이 아니면 이유는 짐작할 수 있었다고.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응급실로 여러 가지 이유를 가지고 들어오는데, 그중에서 심리 상태가 불안정하고 스스로 감당하거나 극복하지 못하는 일에 부딪혔을 때 극한 행동을 하게 되는 환자가 있는데 일산화탄소 중독이라고 설명했다.

 열 경련으로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실려온 아무것도 모르는 소아부터 백 세 가까이 다 되어 삶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어르신까지 인간은 고통 앞에서 약해지고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이기적으로 변하고 자기의 고통을 제일 우선시 하고 생명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싸운다.

 그 가운데에서도 엿볼 수 있는 것은 그래도 살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성이다. 그 본성을 뒤로하고 그것마저도 포기한 사람들, 특히 자해로 오는 환자들은 솔직히 응급실에서 짧은 시간내 완치하기 힘들고 또한 그러기엔 그 마음의 상처가 너무 크다.

 일산화탄소는 탄소의 산화물로 탄소 원자에 산소원자 하나가 결합한 화합물로 탄소를 포함하고 있는 물질이 공기 중에서 불완전 연소가 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인체에 매우 유독한 가스 중의 하나이다. 

 이 물질은 혈액 중의 헤모글로빈(Hb)과 매우 강하게 결합하기 때문에 우리가 들이마시게 되면 산소가 결합해야 할 자리에 이 일산화탄소가 결합해 잘 분리되지 않아 결국 혈액이 산소를 운반하고 공급하는 것을 치명적으로 방해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연탄 가스 중독에 의한 환자의 손상도 바로 이 일산화탄소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 의식장애·심근경색 등 뇌에 작용하면 치명적
일산화탄소는 여러 가지의 독성을 나타내는 기전이 있는데 하나씩 살펴보자. 헤모글로빈(Hb)에 대한 결합력이 산소보다 약 230~270배 강해 산소의 결합 능력을 떨어뜨리고 산소 운반 능력을 감소시킨다. 또 O2-Hb 해리 곡선을 좌측으로 편위시켜 조직에서의 산소 분리를 억제하여 조직 내 산소 전달을 감소시킨다.

 조직 내 미오글로빈과 결합하여 카복시 마이오글로빈을 형성하고 심장 기능의 감소를 유발한다. 그리고 세포 호흡을 억제하고 독성 산소유리기를 생성한다. 마지막으로 슈퍼옥사이드를 생산하여 혈관 손상을 촉진한다. 나타나는 증상은 신체 부위마다 다양하다.

 특히 산소가 많이 필요한 심장과 뇌에 작용하면 치명적이다. 피로감, 기면, 감기 증상, 구역, 집중력, 기억력 장애, 감정적인 변화, 어지러움, 감각 이상 등의 증상을 보이는데 심하면 의식장애, 경련, 뇌경색, 심근 경색, 호흡마비 등 기타 여러 가지 장기에 부담을 주어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 안면 마스크나 고압산소치료로 산소 공급
치료는 산소 공급이 가장 중요한데 경증의 경우는 안면 마스크로 100% 산소를 공급하고 중독성을 다시 재평가한다. 증상이 심하거나 환자가 호전이 없는 경우는 고압산소치료가 필요 할 수 있다. 의식저하가 있거나 신경학적인 이상 소견이 있는 경우, 의식 소실 및 경련, 혼수, 저혈압, 심근 경색, 임산부(CoHb>15%), 대사성 산증 지속, 화상 동반이 있는 환자는 고압산소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다.

 태아의 헤모글로빈은 일산화탄소에 더 강하게 결합하기 때문에 임신한 환자에게서는 태아가 더욱더 위험할 수 있다.  고압산소치료는 보통 2.8기압에서 90분 가량 시행하며 심하지 않으면 한 번의 치료로 충분하지만 심하면 24시간 내 1~2회 더 시행할 수도 있다.

 이 치료도 합병증이 있는데 고압으로인한 폐손상, 폐기흉, 귀손상, 혈관 내의 색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에는 많은 병원이 이 시설을 폐기했기 때문에 119에 신고할 때 문의해보는 것이 도움된다. 특히 산소 농도에 가장 민감한 장기인 뇌와 심근 세포에 일산화탄소가 닿았다면 문제가 된다.

 뇌세포의 손상으로 인한 후유증이 올 수 있고 심혈관계 이상으로 심근경색, 부정맥 등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근육세포의 괴사와 신장의 급성 세뇨관괴사, 비심인성 폐부종, 범발성 혈관내응고, 다발성 장기부전 등도 나타날 수 있다. 길게는 치매, 기억상실, 파킨슨, 무도병, 겉질 시각상실, 인식불능, 말초성 신경병증, 요실금 등의 후유증도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리 예방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부분이다. 평소 집안의 보일러나 난방기구의 점검을 확실히 하고 가스 중독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최대한 빨리 환기를 시키고, 오염원인이 되는 부분을 찾아야겠다. 또한, 환자의 의식이 혼미하거나 전반적인 상태가 좋지 않다면 바로 119에 신고하고 응급실로 내원해야 한다.  김은혜기자 ryusori3@

일산화탄소(CO)란: 무색·무취의 기체로 산소가 부족한 상태로 연료가 연소할 때 불완전 연소로 발생한다. 사람의 폐로 들어가면 혈액 중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산소 보급을 가로막아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다. 일산화탄소는 연탄의 연소가스나 자동차 배기가스 중에 많이 포함돼 있으며, 큰 산불이 일어날 때도 주위에 산소가 부족해 많은 양의 일산화탄소가 발생되기도 하고 담배를 피울 때 담배연기 속에 함유돼 배출되기도 한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체내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면, 우선 산소 결핍에 민감한 중추신경계(뇌·척추)가 그 영향을 받아, 두통·현기증·이명·가슴 두근거림·맥박 증가·구토가 일어나고, 마취상태에 빠질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대기 중 일산화탄소 기준은 1시간 평균치 25ppm 이하, 8시간 평균치 9ppm 이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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