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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어리석은 질문부터 해야겠다. '심포지엄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진행돼야 할까?' 이 질문부터 하는 이유는 울산에서 매번 열리는 심포지엄을 보면서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을 결코 떨쳐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주최 측이 심포지엄의 주제별 토론이 기본원칙에 어긋나게 진행됐다는 사실을 알텐데도, 나중에 여는 심포지엄 역시 똑 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10월 15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울산 정명(定名) 600년 기념 심포지엄' 역시 같은 실수를 되풀이했다. 올해 정명 600년을 맞아 울산의 지난 600년 간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고, 미래의 발전 방안을 찾기 위한 중요한 뜻을 지닌 행사였기에 더욱 안타까웠다. 이 행사는 앞서 울산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보듯 기획의도에 합당한 발제문과 토론문을 갖춘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 것인지를 일깨워 주었다. 

 이번 행사는 세계적인 산업도시로 발돋움한 울산의 뿌리와 성장과정을 찾아보기 위해 '울산 정명 600년을 통해서 본 울산의 정체성'이란 기조강연에 이어 여섯 가지 주제로 나눠 진행됐다. '울산의 인물과 정신', '울산의 전통놀이 문화', '울산의 선비정신'을 밝힌 뒤, '울산의 경제와 산업', '울산의 문화예술', '울산의 언어'에 대해 살펴봤다. 울산에 인문정신이 절실히 필요한 때에 마련된 훌륭한 행사로 평가받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진행과 내용에 고쳐야 할 점이 상당수에 달했다. 그래서 개최 목적에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진행과정부터 살펴보자. 첫째, 세션별 진행시간이 불과 50분 밖에 되지 않아 주제 발표와 토론시간이 턱없이 모자랐다. 둘째, 일부 토론자가 이야기를 길게 하는 바람에 다른 토론자는 시간에 쫓겨 아예 토론을 하지 못했다. 셋째, 토론을 이끌고 가는 좌장이 분명하지 않아 가뜩이나 모자라는 토론시간이 겉돌 수 밖에 없었다. 

 '울산의 선비정신' 세션이 대표적이었다. 두 토론자가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바람에 마지막 토론자는 아예 이야기를 할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청중들에게 자료집의 토론문을 참고하라고 했다. '울산의 전통놀이 문화' 세션은 발제자인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 관장이 국정감사 때문에 참석하지 못해 영상물로 대체됐다. 토론이 이뤄질 수가 없었다. 때문에 한 토론자는 다른 세션을 참관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다음으로 내용을 살펴보자. 울산에서 열렸던 이전의 상당수 심포지엄이나 이번 심포지엄은 근본적으로 내용 때문에 부실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 점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하나마나한 행사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첫째, 토론자들이 심포지엄의 토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발제문에 동의 또는 비판하거나, 미흡하면 보충할 점을 말(서술)하면 될텐데, 발제문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내용을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토론의 기본을 망각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도 '울산의 인물과 정신', '울산의 전통놀이 문화', '울산의 언어' 세션을 제외한 나머지 세 세션은 토론문의 거의가 발제문과는 상관없는 토론자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울산의 경제와 산업' 세션은 발제자가 '산업화 이전의 울산의 산업경제'에 대해 서술했는데도, 한 토론자는 엉뚱하게도 '국가공단 지정 이후의 울산의 경제와 산업'에 대해 실었다. 또 한 토론자는 발제문이 공업부문에 대해서는 전혀 거론하지 않은 탓인지, '산업화 이전의 울산의 공업에 대하여'를 기술하고 있다. 

 '울산의 문화예술' 세션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세 토론자 가운데 한 토론자는 전체 18명의 토론자 중에 유일하게 토론문을 싣지 않았다. 한 토론자는 발제문과는 관련 없는 울산의 정체성 회복을 위해 울산을 이야기 천국으로 만들자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 주장에 공감하지만, 발제문과 관련되는 토론문을 내놓아야 하지 않는가. 발제문과는 무관하게 그동안 여러 사람이 주장해 온 새롭지도 않은 주장을 한다는 것은 토론문으로는 합당하지 않다.

 울산 정명 600년 심포지엄은 시의적절하고도 잘 짜여진 세션별 주제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토론자가 토론의 기본상식에서 벗어나는 바람에 행사의 좋은 기획이 빛이 바래고 말았다. 이번 행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향후 울산의 심포지엄이 본래의 의미를 잘 살린 행사로 발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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