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거나 잊히거나
존재하거나 잊히거나
  • 김정규
  • 2013.11.2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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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궤적을 그리며 비행기 한 대 날아갑니다. 차갑고 습한 상공에 배출된 비행기 연소가스가 냉각되면서 생기는 비행운이 꼬리처럼 달리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그날의 기상에 따라 길거나 혹은 넓거나, 오랜 시간이거나 짧게 생겨났다 사라지곤 합니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이렇듯 다 유한해서 생성되면 언젠가는 소멸합니다.
 
사람도 흔적을 남깁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삶이 다할 때까지 학습과 경험들이 더해지고 포개져 삶의 궤적 같은 주름들을 만들어냅니다. 주름들이 아름다운 건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담겨 있어서 일 겁니다. 고단한 세상의 풍파 뒤의 깨달은 깊은 사유와 지혜가 만들어낸 것들은 오래도록 생명력을 가집니다. 튼튼한 건축물들이 수백 년의 시간을 건재하게 건너오고, 아름다운 음악이 여전히 사람들의 아픔을 쓰다듬듯이, 좋은 글은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줄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가고 없어도 그들이 남긴 아름답고 힘 있는 것들이 주는 감동은 영원합니다. 
 
인생을 음악이나 철학처럼 살 순 없어도 그 감동의 언저리에서 흉내 정도는 내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공활한 하늘이 묻는 듯합니다.  글·사진=김정규기자 kjk@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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