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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술자리가 잦아지는 연말이 찾아왔다. 연이은 회식과 송년회로 과음할 일이 늘어나니 음주로 인한 사고나 건강 문제 역시 잦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즐거워야 할 송년회 자리가 과음으로 인한 건강 문제와 사고로 얼룩지는 데에는 '마시고 탈만 안 나면 문제 없다' 혹은 '평소에 건강하니까 괜찮다'는 식으로 음주의 위험성을 쉽게 간과하는 경향이 큰 탓이다. 따라서 연말연시 '음주 릴레이'로부터 내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미리 숙지하고 건강한 음주 습관을 실천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적당히 마시면 즐겁지만 과하면 독이 되는 술, 건강에 어떠한 문제를 일으키는지, 또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마실 수 있는지 부산 동래봉생병원 내분비내과 조미애 과장과 함께 알아본다.

송년회 등 술자리 이어지는 연말연시
술술 마시다간 어느순간 건강 적신호
잦은 과음, 간질환·암·치매까지 유발
건전 음주습관 실천 '마음가짐' 중요

# 과음하는 습관, 장기 곳곳에 나쁜 영향
과음을 하게 되면 체내 곳곳의 장기기관에 악영향을 미친다. 우선 즉각적인 영향은 간 건강에서부터 시작된다. 알코올의 독성물질 중 대부분은 간에서 분해되는데 알코올을 과하게 섭취해 분해 가능한 수준을 넘게 되면 간염과 지방간 발생 위험이 높으며, 심지어는 간경화·간암으로 이어져 매우 심각한 건강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문제는 간 뿐만이 아니다. 과음으로 인해 복부 팽만·위궤양 등 위장 기능 장애가 나타날 가능성 역시 높으며, 음주를 흡연과 함께할 경우 후두암과 구강암이 발생할 위험도 증가한다. 또한 알코올은 심근경색을 발생시키는 등 심장 질환에도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신경 세포를 파괴해 뇌를 손상시켜, 우울증·정신분열, 심지어는 치매까지 유발할 수 있다.

 조미애 과장은 "과음은 간·소화기·심장·신경계 등 신체 기관 곳곳에 무리를 주고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며 "과음으로 인한 증상들을 가벼이 여기고 이를 지속할 경우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당뇨·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에 더 위험
당뇨병·고혈압과 같이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과음은 더 위험하다. 질환 자체보다 더 위험한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당뇨 환자의 경우 술을 섭취하게 되면 포도당 자극에 의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고 포도당신합성을 감소시켜 '저혈당'이라는 대표적인 당뇨 합병증이 유발될 위험이 있다. 뿐만 아니라 동반 질환인 고지방혈증 및 간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고혈압 역시 과음을 하게 되면 교감신경을 자극해 혈압을 높이는 호르몬의 분비량이 증가하게 되는 데다, 남은 에너지가 중성지방으로 변해 동맥경화로 이어져 혈압을 상승시킬 수 있다. 또한 음주를 하게 되면 자연스레 열량이 높거나 짭짤한 술안주를 곁들여 먹기 마련인데 이렇듯 과다한 칼로리 섭취나 염분 섭취를 하게 되면 칼로리 섭취를 엄격하게 조절해야 하는 당뇨병 관리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고기 등의 안주를 소금장과 같은 소스에 찍어 먹는 식의 안주 섭취는 저염식 식습관을 유지해야 하는 고혈압 관리에도 지장을 초래한다. 더군다나 칼로리는 술 자체 만으로도 충분히 높은 수준이므로 더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면 소주 네 잔, 막걸리 세 잔, 맥주는 500㏄로 한 잔 반을 마시게 되면 거의 밥 한 공기를 먹는 것과 같은 수준의 칼로리를 섭취 하게 되는 셈이다.

 조 과장은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 자체는 지방으로 잘 전환되지 않아 술만 마셨을 경우에는 체중 증가로 직접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식욕을 자극한다"며 "특히 기름지고 고칼로리의 음식을 섭취하게 되는 경우 체중 증가로 이어지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잦은 음주는 만성질환 관리에 부정적 영향
잦은 음주는 만성질환 관리에 있어 약을 제 때 제대로 복용하는 습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더욱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최근 '건강증진모형을 활용한 만성질환자의 복약순응도 및 다중 건강행태 요인'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술을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복약 불순응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복약 불순응은 만성질환을 제대로 관리하는 데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당뇨병 관리의 경우 복약 순응도가 10%가 감소할 때마다 당화혈색소 수치가 0.10~0.15%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과장은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관리에 있어서 약을 제 때 제대로 챙겨 먹는 것 자체가 중요한 건강습관"이라고 강조하며 "최근 하루 한 번 복용하는 복합제 서방정 치료제가 등장하는 등 치료제의 발전이 지속되고 있어 더 편리해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 스스로가 약을 챙겨먹는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대화 많이 하고 물 자주 마셔 과음 예방을
연말연시를 앞두고 건강한 음주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우선 사전에 마실 양을 미리 정해두고 마시는 습관을 실행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량은 개인차가 있어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알코올 12~14g 섭취를 한 잔 기준으로 놓고 봤을 때, 성인 남성은 1회 4잔 이하로 일주일에 14잔 이하, 성인 여성과 65세 이상 남성은 1회 3잔 이하로 일주일에 7잔 이하, 노인 여성의 경우 일주일에 3잔 이하가 의학적인 의미에서 적절한 음주 범위에 해당한다. 이를 참고하고 본인의 주량이나 몸 상태에 따라 사전에 음주량을 정해 놓고 마시면 건강한 음주를 즐길 수 있으며, 사전 계획을 하는 과정 자체가 실제 음주 시 자제력 발휘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술 마시는 속도를 늦추고 음주 시 물을 자주 마시는 습관도 중요하다.

 조 과장은 "건강한 음주를 즐기기 위해서는 우선 빈 속에 술을 마시지 않도록 해야 하며, '원샷'보다는 가급적 천천히 여러 번 나눠서 마시고, '술 한잔 물 두잔' 원칙을 챙겨 수분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회식 자리 대화도 중요하다. 조 과장은 "대화를 많이 나누면 술잔을 비우는 횟수나 속도를 늦추고 호흡을 통해 배출되는 알코올의 양을 늘릴 수 있어 건강한 음주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건강한 음주 습관을 지키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라고 조미애 과장은 강조했다. 평소에 큰 건강상의 문제가 없으니 과음을 해도 괜찮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안전불감이나 술이 세기 때문에 많이 마셔도 괜찮다는 과신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이다.

 조 과장은 "과음으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며 "적당히 즐기고 마실 줄 아는 자세가 건강한 송년회를 보내고 한 해를 건강하게 마무리 하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김은혜기자 ryusor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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