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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학춤은 전통무인가? 아니면 창작무인가? 울산시민이라면 거의가 전통무로 알고 있다. 과연 그럴까? 뒤늦었지만 이렇게 울산학춤의 기원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단순히 울산학춤이라는 한 예술작품의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울산 사회의 전체 수준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년간 울산 사회는 검증도 없이 고대로부터 내려온 전통무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울산의 낯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울산학춤의 근본은 무언가. 지난 12월 30일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울산학연구센터의 지원으로 울산학춤보존회가 마련한 '울산학춤 활용방안'에 대한 콜로키움이 있었다. 울산학춤보존회 김성수 고문의 '한국의 학춤문화의 현황'이란 기조강연과 울산학춤 계승자 김소양 씨의 '울산학춤의 시민정서 함양과 활용방안'에 대한 주제발표가 차례로 펼쳐졌다.

 울산학춤이 울산의 정체성을 알게 하는 메신저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지명과 학교, 공원, 서원 등에 학이란 명칭이 사용되고 있는 사례를 꼽았다. 생태도시 울산에 한껏 어울리는 자연친화적인 정서와 문화적인 자긍심을 한층 심어준다고도 했다. 이론적인 토대 구축에 힘쓰는 한편 국내·외에 널리 소개됨으로써 울산을 알리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울산학춤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울산광역시의 정책적·재정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또 울산광역시 교육청을 통한 학춤보급과 메세나와 연계된 기업체의 후원 등도 제시했다. 핵심은 울산광역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무형문화재 지정은 쉽게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 울산학춤의 근본, 즉 족보와도 맞닿아 있는 예민한 문제다. 

 울산학춤보존회 측은 관련 논문과 무보(舞譜)까지 갖추고 있다지만, 전문가의 엄정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검증 과정을 거친 뒤에라야 울산학춤이 당당하게 전통 민속무로서 굳건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울산광역시의 무형문화재로 지정될 수가 있지 않으랴.

 이날 토론회에서 울산학춤의 기원설이라는 민감한 문제가 불거졌다. 방청객의 관심이 뜨거웠다. 울산학춤의 근본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는 기회였다. 두 발표자는 울산에 학춤이 추어졌다는 문헌자료는 제시하지 않은 채, 계변천신 설화가 기원이라는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학이란 지명과 학교명, 공원 등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도 들었다. 예로부터 우리의 선조는 학을 고귀한 생명체로 숭상해 와 전국 곳곳에는 학이 들어간 지명이 많다. 궁색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울산학춤은 울산학춤보존회 김성수 고문이 1997년에 발굴했다고 한다. 기원은 신라 52대 효공왕 5년(901년)에 생긴 '계변천신(戒邊天神) 설화'라고 했다. 김 씨가 2007년에 펴낸 '총정리 울산학춤 연구'란 책에 나와 있다. 김 씨는 또 국립국악원이 1987년에 펴낸 '궁중무용무보 제2집'에 인간문화재였던 국악인 고(故) 성경린 선생이 밝혔다고도 했다. 

 여러 고문헌에는 '계변성에 금으로 된 신상(神像)을 문 학 두 마리가 나타나 울었다'는 요지의 기록만 실려 있다. 학춤이 추어졌다는 기록은 없다. 학은 좌우 날개를 펄럭이며 신비로운 자태로 하늘에서 내려왔을 터이고, 그 모습은 백성에게 그야말로 황홀하고도 경건하게 비쳐졌을 것이다. 그 흉내를 따라 하며 율동을 했을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그것에서 연유된 학춤이 있었다는 기록은 없다. 견강부회다. 

 성경린 선생의 주장은 '민간의 학춤은 전설에는 울산의 융변산신(戎邊山神)에서 나왔다고 한다'고 돼 있다는 것이다. 융변산신은 계변천신을 일컬는 것이다. 성 선생도 울산에 학춤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는 고문헌은 제시하지도 않았고, 막연히 '전설에는 울산의 융변산신에서 나왔다고 한다'고 했을 뿐이다. 또 하나는 김성수 씨가 양산(사찰)학춤의 계승자였다는 점이다. 때문에 실전(失傳)된 울산학춤이 발굴돼 다듬어진 게 아니라, 양산(사찰)학춤에서 파생된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낳았다. 

 그 점에서 동래학춤과 양산(사찰)학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 춤도 정확히 확실한 기원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1960년대에 들어와서야 제대로 짜여진 춤사위를 갖추면서 일반에 알려졌고, 점차 민속춤으로서의 위치를 굳혔다. 그렇다면 울산학춤도 고대에서부터 있었던 것으로 포장하는 맹목적인 뿌리론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본다. 비록 1997년에 만들었더라도 다른 곳의 학춤과는 근본적으로 차별성을 갖춘 빼어난 춤사위로 구성된 또 하나의 학춤으로서 당당하게 존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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