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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

요즘 시대의 화두가 단연 비정상화의 정상화다. 어느 시대인들 비정상적인 일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때가 있었던가. 그럼에도 새삼 비정상화의 정상화가 국민 관심과 공감을 끄는 이유는 비정상적인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고 있지만, 그것을 바로잡으려는 실천은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입버릇처럼 겨우 시늉만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울산 문화계 역시 비정상적인 일이 일상화됐다. 세월의 더께가 쌓여가면서 관행처럼 굳어졌다. 정상적인 판단이 작동될 수가 없었다. 너나없이 능력을 갖추는 일에 열정을 쏟기보다는 하찮은 문화권력이라도 쥐려고 혈안이 됐다. 그래야 행정기관과 통로를 쉽게 구축할 수 있고,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한 결과였다. 울산의 희망과 시민 삶의 활력소로서의 문화예술이 제자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 좋은 예가 올해 50돌을 맞았지만, 아무런 기념사업도 마련하지 않은 울산의 5곳 문화원이 보여주고 있다. 50년 전 황무지에 다름 없던 문화토양을 울산문화원 혼자 가꿨다. 당연히 5개 구·군 문화원장이 수년 전부터 기념사업 준비에 나서야 했는데도 허송세월했다. 뒤늦게 지난달 말 울산광역시장을 만나 지원을 요청했으나, 별다른 반응이 없다. 알량한 문화권력 맛에 빠져 손을 놓고 있은 결과가 아닌가. 울산예총이라든가 다른 예술단체라고 다르지 않다. 

 울산광역시라도 미래를 내다보는 올곧은 문화예술정책을 펴야 했다. 전임 시장 때 1997년 경의 일이다.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생긴지 2년째로 앞날이 불투명한 때였다. 울산에도 국제영화제를 만들자는 여론이 나왔다. 추진위원회가 꾸려져 영화 전문가를 초청하여 심포지엄을 열었다. 부산과 차별화된 영화제를 만들어 협력체제를 맺으면, 두 도시가 상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진단이 있었으나, 시장이 수용하지 않았다. 국제 문화행사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 

 그 뒤 울산광역시는 국제적인 문화행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현 시장은 선거공약에서 되풀이했다. 옹기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졌다면서 세계옹기엑스포를 만들었다. 2009년 10월에 행사를 열기로 했으나 신종플루로 무산됐다. 2010년 9월 행사를 열었다. 울산시는 성공적이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감사원은 사업추진 부적정 행사였다고 지적했다. 일반의 상식을 뛰어넘는 수백억 원의 돈이 투입된 옹기엑스포는 단 1회만 열고 접었다. 울산시의 부실한 안목과 능력 부족이었다. 

 그렇다면 문화계를 바라보는 울산시의 시각은 어떨까? 중앙 정부는 미래경쟁력을 위해 문화융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울산은 이전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후진 문화도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인을 피드백하는 지원자로서의 시대적인 역할에 힘써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관리대상으로 보는 시각을 벗지 못하고 있다. 시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된 문화예술지원금을 객관적이고도 공정한 기준에 맞게 배분하지 않고, 때로는 권력층의 입김에 좌우되고 있다. 

 그런 풍토에서 아무리 시대흐름에 앞서가는 능력을 가진 인사라도 발탁될 수가 없다. 처용문화제가 증명하고 있다. 울산광역시는 처용문화제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면서도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할 능력을 가진 인사를 추진위원으로 뽑지 않았다. 그동안 처용문화제 현장에서 프로그램으로 쓰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추진위원이 몇이나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반 명망가 위주로, 관리하기 편한 특정 인사 위주로 골랐지 않은가. 하루빨리 울산시가 추진위원을 임명하고, 또 추진위원회가 의결권을 행사하는 현행 제도를 바꿔야 한다. 

 우선 이달 말 뽑힐 새 추진위원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울산시는 현재 추진위원 인선에 착수했다고 한다. 상당수 인사에게는 추진위원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권력층과 가까운 특정 사설 단체 대표가 또 뽑힐 것이라고 한다. 오랜 기간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위원 중에서도 관리하기 편한 인사는 그대로 둔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지 않는가. 울산의 문화계를 바로 세우려면 울산시 문화예술담당 공무원의 곧은 시각이 필요하다. 시대의 화두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좇는 '공직자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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