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를 엿보다
세한도를 엿보다
  • 김정규
  • 2014.02.1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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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의 50대는 불운의 시간이었습니다. 10여 년 유배생활 중 은혜하던 친구와 가족과의 이별을 겪었고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섬 안에서 밖으로 치미는 분노를 내면의 깊은 사유로 잠재워야 했습니다. 철저히 버려진 채 홀로 견뎌야했던 고독과 절망의 시간을 지탱해준 것은 학문이었습니다. 잊지 않고 귀한 책들을 보내준 제자 이상적이 그 고단한 시간을 견디게 해준 버팀목의 한 켠에 자리했습니다.
 
동해안 31번 국도를 타고 가다 호미곶 인근에서 만난 소나무 몇 그루가 문득 '세한도歲寒圖'를 떠올리게 합니다.
 
한때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던 양반들이 모두 등을 돌렸을 때에도 끝내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묵묵히 스승 곁을 지켜준 제자의 정성에 감동해 그려 보낸 그림이 '세한도'입니다.
'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논어의 구절에서 따온 세한도는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진리를 확인한 추사의 마음이었습니다. 비록 초라한 집 한 채와 몇 그루의 나무가 전부인 작은 그림이지만 그런 마음을 담았기에 조선 문인화의 최고라 하나 봅니다.
 
봄이면 청보리를 발아래 거느릴 소나무 주위를 서성여 봅니다. 멀리서 푸른 물빛이 한달음에 달려옵니다. 올봄은 추사의 감동처럼 오길 바라봅니다.
 글·사진=김정규기자 kjk@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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