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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관심 없던 어느 담벼락 밑 여리디여린 연초록의 잎들이 봄을 피웁니다.
잎을 틔우고 줄기를 뻗어 분홍과 진보라의 작디작은 꽃망울을 엽니다.
늘 먼 곳만 바라보며 봄을 기다린 아둔한 사람의 발아래 해맑게도 피었습니다.

숨은듯 수줍게 핀 꽃망울에 벌이 찾아듭니다. 꽃봉오리보다 더 큰 벌을 지탱하며 아낌없이 주는 봄은 생명입니다.
화려한 시간이 너무 짧아 꽃은 아름답습니다.

툭 하고 꽃봉오리 터지는 그 절정의 시간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찬란한 봄을 기다린 먼 시선이 부끄러워집니다.
아름다운 꽃 뒤로 눈부신 신록을 데리고 올 시간,
속임과 거짓없이 또 그렇게 다가올 겁니다. 글·사진=김정규기자 kjk@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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