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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양남 보덕암 아래 풍경입니다.
고만고만한 지팡이들이 가지런히 기대 있습니다.

계곡 깊숙한 절벽 위에 자리 잡은 탓에 주불을 모신 관음전으로 가기 위해선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합니다. 오랜 세월 풍파로 노쇠한 늙은 몸을 위한 절집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절로 읽힙니다. 시린 무릎, 약한 근육을 지탱해 줄 든든한 버팀목인 게지요.

일주문도 범종도 없이 남루한 절집이지만 신라 경순왕 때부터 내려온 불가의 전통이 예사롭지 않아 보입니다. 이곳을 거쳐 간 수많은 소망과 염원이 계곡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법하지만, 누가 왔는지조차 관심 없는 절집엔 인기척 하나 없습니다. 가끔 처마 밑 풍경만 울어댈 뿐입니다.
누구에게는 보잘것없는 지팡이지만, 누구에게는 온몸을 기댈 큰 기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연히 들린 절집에서 만난 부처의 온화한 미소처럼 마음 한켠이 넉넉해져 돌아오는 길, 노을이 등불처럼 밝았습니다.  글·사진=김정규기자 k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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