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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인한 슬픔과 분노, 허탈감에 사회가 멍들고 있다. 각종 행사는 줄줄이 취소됐고 거리의 사람들은 웃음을 잃었다. 5월을 맞는 꿈의 계절이 무섭도록 고요하다. 그럼에도 나라 전체에 퍼지고 있는 반성과 애도의 물결은 다행히 아직 이 사회에 남은 희망을 보여준다. 우리에게 필요한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책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당신이 이기지 못할 상처는 없다(박민근·청림출판사)


당신이 이기지 못할 상처는 세상에 없다고 위로하는 책이다. 심리상담가인 저자가 문학에서 찾아낸 장면과 글로 사람들을 치유한 경험을 담았다. 책 속에는 34명의 내담자가 등장하고 각자의 상처를 보듬는 34편의 작품이 소개된다.
 저자는 문학 비평가를 꿈꾸던 학생이었다. 그러나 30대에 들어서면서 뜻하지 않은 삶의 과제와 싸우며 자신의 꿈과 멀어져야 했고 우울증을 겪었다. 그가 문학과 이야기의 강력한 힘을 깨달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무렵 우울증을 이겨내면서였다. 상처 난 그의 마음을 치료해주었던 것은 윤동주의 시였고, 빅터 프랭클의 자서전이었고, 영화 '빠삐용'의 주인공이었다. 한 편의 글 속에 담긴 희망의 이야기들이 전해준 감동은 마음을 일으켜 세웠다.
 이후 그는 심리 치료 분야에 들어섰다. 자신이 희망의 이야기로 내면의 상처를 치유했듯 어떤 심리 요법보다 울림 있는 이야기가 마음을 회복하는 강력한 힘을 지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마음을 다치는 일이 많다. 상처를 추스르고 일어서기도 하지만 때론 그 상처 안에서 오래 머물기도 한다. 저자는 상처에서 벗아나지 못하는 이유를 '상처를 이길만한 희망의 이야기를 찾지 못해서'라고 말한다. 그는 그 어떤 심리 요법보다 '울림 있는 이야기'가 마음을 회복시키는 힘이 있다고 믿으며 상처를 압도할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차마 울지 못한 당신을 위하여(안 안설렝 슈창베르제 외·허봉금 옮김·민음인)


한국에는 유난히 죽음을 터부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삶을 전제로 죽음을 바라보는 전통적인 시각과 현세를 강조하는 유교 전통에서부터 비롯된다. 이런 문화 속에서 한국인은 죽음을 제대로 애도하지 못하고 슬픔을 쌓아놓는 경향이 있다. 죽음 뿐 아니다. 이별, 병, 해고 등 상실을 겪는 경우 대부분이 그렇다.
 이 책은 상실로 세상과의 관계가 불안정해진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 편지와 같다. 책은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애도만이 삶을 제대로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17세에 여동생을, 25세에 6개월된 둘째 아이를 잃은 저자들은 고통을 표현못하고 아프게 살아온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사람들에게 애도의 방법을 알려준다. 다양한 상담사례와 심리학 지식이 이들이 제시하는 애도의 방법에 설득력을 더한다.
 이들은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이 애도를 통해 내적 평화와 평정을 되찾았으면 한다고 말한다. 책은 우리가 좋아하는 것과의 이별, 좋아하는 존재의 부재 등에 대처하는 법을 알려주고, 애도의 단계를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한다. 주변인들이 자신을 돌봐줄 수 있도록 후원인 네트워크를 조성하고, 자신만의 이별의식을 만들고, 정신적 고통을 육체로 드러내는 것 등이 방법으로 제시된다.
 상실은 우리 일부를 함께 잃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노력 없이 마음의 평화를 얻기 어렵다. 그러나 길고 고통스러운 애도의 시간을 거치면 우리는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 책의 결론이다.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허허당·예담)


"불이 나면 꺼질 일만 남고/ 상처가 나면 아물 일만 남는다/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선 수행에 바탕을 둔 선화 작업을 통해 세상을 통쾌하게 품어내는 허허당 스님의 잠언집이다. 경상북도 비학산자락 작은 암자 후유암에 머물면서, 파괴되고 유린되고 상처 입은 생명을 위로하기 위해 끊임없이 참선하며 붓을 들어온 저자의 글과 그림을 담아냈다.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아픈 통찰과 무한한 사랑에서 솟아난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받을 수 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아픔, 괴로움, 집착을 잊고서 즐겁고 자유로울 뿐 아니라, 충만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수행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속엔 스님이 직접 가려 뽑은 글과 그림이 실렸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된 글과 그림에는 세상 사람들의 아픔이 사라지고, 그들의 괴로움과 집착이 사라져 즐겁고, 자유롭고 충만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정리=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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