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밥이 보약이다' '잠이 보약이다'
건강 관리에 있어 식습관과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상당 수의 고령자가 영양 부족이나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또 고령자 중에는 당뇨병 등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면서 관리해야 할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도 흔하다. 가정의 달 5월을 앞두고 부모님 건강 관리를 점검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울산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정태흠 교수와 함께 알아봤다.

신체 활동·면역력 저하로 질병 노출 위험 높아
균형 잡힌 식단으로 규칙적 식습관 갖도록 돕고
숙면 못 취하시면 잠자리 환경·생활 습관 점검
당뇨병·고혈압 등 치료제 깜빡않도록 신경써야

# 고령자 3명 중 1명은 영양 부족
최근 국민건강영양 조사 결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약 3명 중 1명은 하루 섭취하는 열량이 권장량의 7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소 별로는 2명 중 1명이 단백질, 인, 철을 제외한 나머지 영양소를 필요한 만큼 섭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결핍 시 골질량 감소와 골다공증 등의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칼슘, 입과 혀의 염증과 지루성 피부염 발생 등과 관련된 비타민 B2(리보플라빈)는 10명 중 7명이 평균 필요량 미만을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령자 중에는 소화 기능 저하, 치아 상태 불량 등으로 인해 영양 섭취를 챙기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 또 은퇴 후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우울증 등으로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고령자에게서 영양 섭취 상태가 나쁘면 청장년에 비해 면역력과 신체 활동 능력이 쉽게 저하되며 질병에 노출될 위험도 높다.

 특히 열량 섭취 부족은 사망 위험과도 연관이 있으며 최근 연구 조사 결과 열량 섭취가 권장량의 75% 미만인 경우 열량을 권장량의 75% 이상 125% 미만으로 적절하게 섭취한 이들에 비해 사망 위험이 약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태흠 교수는 "고령자의 영양 관리에 있어서는 우선 식사를 제때 제대로 챙겨 일상 생활과 건강 유지에 필요한 열량과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부모님이 영양소 별로 균형 잡힌 식단으로 규칙적인 식습관을 갖도록 유도하고 필요 시 영양제 섭취 등을 통해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모님이 만성 질환을 가진 경우라면 식습관을 보다 꼼꼼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짜게 먹는 습관과 기름지게 먹는 습관은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 관리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바로잡아 드려야 한다. 특히 당뇨병 환자의 경우 자신에게 맞는 표준 체중을 기준으로 열량 섭취량을 제한해야 하는 만큼 음식 섭취 시 열량을 계산해 섭취 여부와 섭취량을 조절하도록 유도한다.
 
# 새벽 잠 없는 건 당연? 습관·질환 때문일 수 있어
'나이 들면 새벽 잠이 없어진다'는 말처럼 고령자는 새벽에 일찍 깨거나 숙면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향을 보인다. 이는 수면 부족으로 이어지기 쉬우며, 실제 65세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적정 수면 시간인 6~8시간의 수면을 취하는 경우가 약 45%에 불과할 정도로 상당수의 고령자가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님이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한다면 우선 수면 환경과 생활 습관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수면시간 대에 소음 이나 조명으로 인한 방해는 없는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카페인이나 많은 양의 수분을 섭취해 수면 시간 중에 습관적으로 화장실을 찾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또 밤 시간대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낮 동안 과도하게 낮잠을 자는 경우라면 자야 할 시간에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낮 동안의 적절한 신체 활동을 갖도록 유도한다.

    수면 환경과 생활 습관 개선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건강 상의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만성 호흡기 질환을 가진 경우에는 호흡 곤란과 전립선 비대증 환자는 야뇨 증상으로 인해 수면 도중에도 깨어날 수 있다. 또 관절염이나 위궤양으로 인한 통증과 우울감도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 따라서 부모님이 수면 부족과 함께 이러한 증상들을 호소한다면 병원 진료 등을 통해 질환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치료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정 교수는 "고령자는 생체 리듬을 유지하는 능력이 저하돼 한번 깨진 수면 리듬을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데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며 "따라서 규칙적인 생활로 수면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수면 환경과 습관 개선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면 부족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내원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 만성질환 앓는 부모님, 치료제 복용 여부 점검을
2011년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고령자 10명 중 8~9명이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만성질환을 2개 이상 가지고 있는 고령자도 약 6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에 있어서는 생활 습관 개선과 함께 처방 받은 치료제를 제대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약물 요법을 받는 환자 중 상당 수가 치료제 복용을 빠뜨리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이를 반복하며 심한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상태가 호전됐다는 등의 이유로 담당의사와 상의 없이 자의적으로 치료제 복용을 중단하기도 한다.

 만성질환 환자들이 약물 요법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는 치료제 복용을 깜빡 잊는다는 점이다. 실제 고혈압과 당뇨병 약을 정해진 방법대로 복용하지 않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약 74%, 고혈압 환자의 약 76%가 '약 먹는 것을 잊어버려서'를 원인으로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령자의 경우 기억력 등 인지 능력이 저하된 만큼 부모님이 약물 요법으로 만성질환을 관리 중이라면 처방 받은 치료제를 지침에 따라 제 때 제대로 복용하는 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당뇨병 약물 요법의 경우 식전 복용, 식사와 함께 복용, 식사 후 30분 후 복용 등 복용법이 다양한 치료제들을 함께 복용해야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복약 지침에 따라 매번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며, 실제 상당 수의 당뇨병 환자들이 이로 인해 약물 요법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 교수는 "당뇨병 등 만성질환 치료제 복용을 자주 반복적으로 빠뜨리는 경우에는 자기 다짐만으로 해결하려는 것보다 담당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만약 부모님이 기억력 저하 또는 복용해야 할 약의 종류나 복용 횟수가 많아 당뇨병 치료제 복용을 빠뜨리는 경우가 잦다면 해당 사항을 담당의사에게 보고하길 권유한다. 담당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필요하다면 1일 1회 복용하는 복합제 서방정을 처방 받는 등 복약 지침을 보다 지키기 쉽게 단순화하는 것도 고령인 부모님이 약물 요법을 제대로 유지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   김은혜기자 ryusori3@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