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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그 칠흑 같은 어둠 속,
채 피지 못한 어린 생명들을 놔두고 우왕좌왕 못난 어른들의 대처가 허둥거렸던 십여 일.
 
쓰러진 책들과 쓸데없는 뉴스로 가득 찬 책상 위에서 찾는 길은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
한때 믿었던 희망마저 절망이 되어, 버려진 시간이 쌓여갔고 내가 만든 뉴스의 행간은 너무 선택적이어서 너무 많은 것들이 버려지고 너무 많은 것들이 첨가돼 사실조차 불분명해진 채 휩쓸려 떠다녔다.
 
쉽게 건너와 쉽게 사라지는 출처 불명의 소식들이 가득 찼고 무사 생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은 전국을 수놓았지만, 그 어떤 것도 물에 빠진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지 못했다.
 
수 백여 명의 어린 목숨을 삼킨 바다는 여전히 말이 없는데 수없이 많은 사람이 자맥질해가며 수습한 날들은, 형식이 현실을 지배하고 원칙이 붕괴하는 안타까운 시간이었다.
 
어리석은 어른들의 무능함에 갇힌 두려움의 울부짖음을 감당할 수 없는 시간,
나의 글들은 너무 가벼워 그 무거운 죽음을 지탱할 수 없었다.
속고 있는 것 같았고 속이는 것 같았다.
내가 만든 뉴스가, 뉴스가 아닌 것처럼 누가 누굴 속이는지 알 수 없던 밤.

하늘이 눈물처럼 비를 뿌렸다.
글·사진=김정규기자 kjk@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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