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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소리에 찡그려보거나 버스나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 통화에 불쾌감을 느껴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짜증은 우리 삶 어디에서나 느낄 수 있는 보편적 감정이다. 동물이나 미생물도 마찬가지다. 나이 많은 개도 자신을 귀찮게 하는 강아지에게 짜증을 내고, 박테리아도 짜증 나는 상황에 처했을 때 편모를 움직여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우리가 왜 짜증을 내는지, 짜증을 어느 정도 느끼는지, 또 짜증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설명해주는 연구는 아직 없다. 이에 대한 체계적인 고찰도 부재한 상황이다.

 이 책은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된 짜증에 대해 과학적으로 답을 찾으려 한다. 저자인 과학전문기자 조 팰카와 플로라 리히트만은 사회학, 심리학, 물리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우리가 짜증을 낼 수밖에 없는 이유를 탐구한다.

 책은 휴대전화 통화가 거슬리는 이유가 비단 큰소리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대화가 언제 끝날지, 어떤 대화가 이뤄지는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 우리의 신경을 자연스럽게 곤두서게 하고 그래서 짜증이 난다는 것이 책의 설명이다.

 오감과 관련된 불쾌감은 진화과정에서 생존을 위해 피하도록 설계된 무언가를 연상시킨다. 저자들은 짜증같은 감정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개인적인 특징이라기보다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속성이라 주장한다. 일례로 동양인들은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구는 것에 인상을 찌푸리지만 서양인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상황을 더욱 짜증나게 느낀다.

 그렇다면 짜증을 피하는 방법은 없을까. 특히 서로에 대한 방어막이 사라진 배우자에게 느끼는 짜증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저자들은 상대방의 짜증나는 행동을 받아들이거나 재평가하는 등 노력을 할 때 짜증을 줄게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일상에서 접하는 사례들이 풍부하게 들어가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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