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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문 열어줘!"
 애원하는 남배우 대사에 여배우가 겨우 문을 열고 등장했지만 세수대야 물을 남 주인공에게 휙! 퍼 붓는다. 그러면서 내뱉는 앙칼지고 독기어린 대사 "지금 기분 어때? 몇 년전 결혼을 반대했던 당신 부모님이 내게 했던 똑같은 상황을 내가 이제야 복수하는 거야!"

 아침, 저녁 드라마에 등장하는 치고 박는 단골 대사들이다. 오늘도 그랬다. 아침 공연을 나서기 위해 분주한 시간에 TV에서 들려 오는 이 같은 부정적인 대사들과 장면들에 갑자기 짜증이 나서 아내에게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했는데 당신은 하루라도 드라마 안 보면 눈에 가시가 돋나?"라며 핀잔을 주니까 아무렇지 않은 듯 "아이 참! 재미있는데 왜 그래요?" 한다.

 갈등은 또 다른 갈등을 낳는다. 희곡과 드라마의 구성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가 바로 이 갈등 구조다. 갈등 구조가 얼마나 짜임새 있게 잘 펼쳐지고 매듭지어 가느냐에 따라 작품의 완성도가 결정되는 것이다. 그런데 참 안타까운 것은 세월호 사태 이후로 지금 우리 한국 사회가 각계 각층에서 막장 드라마처럼 끊임없는 갈등의 연속이다.

    갈등만 거듭되는 구조 안에서는 결코 화합이 이뤄질 수 없다. 갈등은 또다른 갈등을 낳으며 막장 드라마처럼 지속적인 불화만을 낳기에 그렇다. 지금 우리 한국 사회가 그렇다. 그렇다고해서 내 탓이다하며 나서는 위인도 없다. 방송사들이나 언론사들에서 조차 여전히 자신들의 기존 색깔론을 더 명확히 하고자는 꼼수만 부리고 있는 참 답답한 시점이다.

 6·4 지방선거가 코 앞이다. 도시 곳곳마다 색색의 플래카드가 어지럽게 펄럭이고 있다. 빨노초파 유니폼을 입은 당원들은 후보자의 대문짝만한 얼굴 피켓을 들고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혈안이다. 또 후보자는 도시 곳곳을 누비며 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마지막 유세에 안간힘이다. 하루에도 수 십통이 넘게 울려오는 선거홍보 문자는 이제 불쾌할 정도다.

 기득권을 겸손히 내려놓고 지금의 민심과 사회적 비통함에 대해 통감하며 책임지려는 집단은 없다. 오히려 또다시 기득권 싸움에 혈안이 돼있는 듯한 정치 선거판에 민심은 무관심한듯 하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s)란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사회적으로 상류층을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뒤 따르는 도덕적 책임과 의무를 뜻하는 말이다. 말하자면 제대로 정당하게 대접받기 위해서는 명예(노블레스) 만큼 의무(오블리주)를 다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는 이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사라진듯 하다. 명예에 걸맞은 도덕적 책임 의식과 올바른 의무가 상실된 시대를 사는듯 해 안타깝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다. 선거는 꼭 해야 한다. 갈등은 어느 나라나 시대 상황 속에서 꼭 있어 왔다. 오히려 갈등이 없는 사회는 그만큼 발전도 더딜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의 갈등은 결국 화해와 화합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갈등만 끊임없이 조장되고 지속되는 극적 구성은 결국 모두가 파국적 결말을 맺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막장 구성인 것이다. 

 오늘 아침 TV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갈등이 갈등을 낳고 그 갈등은 또다른 복수를 낳아 적대 적의 비극적 결말로 치닫는 우리 사회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소신을 가진 시민들이라면 무관심을 버리고 민주주의의 꽃인 이번 6·4 지방선거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소중하게 꽃 피워내는 일에 적극 동참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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