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최근 시집 '선물입니다'를 낸 성환희 시인이 지난 12일 울산문화예술회관 예술전문도서실에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제가 만나온 모든 사람, 마주치는 모든 사물이 돌이켜보면 모두 인생의 선물이었어요. 저 역시 그들에게 선물이고 싶어요"


 지역 아동문학가이자 시인인 성환희(48)씨가 최근 첫 시집 '선물입니다'(시선사)를 펴냈다.
 지난 12일 만난 그는 이번 시집이 지난 20년간 시를 써온 결과를 한 데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등단은 늦었지만 성 시인은 어린 시절부터 유독 글쓰기를 좋아했다고 했다.
 "어린 시절 그리 유복치 않았던 가정환경에서 글쓰기는 제게 치유의 행위였어요. 성장기의 고통도 글을 쓰며 무난히 넘겼고요"

20년 영감 담아낸 '선물입니다'
어린시설부터 글쓰기 치유 행위
몸에 밴 습관 창작활동 큰 도움

 그래선지 늦은 등단에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글쓰는 습관이 이미 온 몸에 배어 있었다.
 성 시인은 특이하게 자신은 글을 '받아쓴다'는 느낌으로 쓴다고 했다. "언제 어디서건 영감이 떠올라요. 어떤 날은 동시에 맞게, 어떤 날은 성인시에 맞게 영감이 와요. 그럴때면 그걸 받아쓴다는 느낌으로 글을 써 내려가는 거죠"
 그의 시는 대부분 쉽게 읽힌다. 그러면서도 작가가 체험한 삶의 진실이랄까, 지혜 같은 것들이 툭툭 가슴을 친다. 천진난만한 동화적 표현이 빛을 발하고 재치스런 기지가 번뜩인다.


 '중요한 일'이란 시가 그렇다. "명예도 명성도 부유함도/ 행복의 훼방꾼// 마지막으로 곁에 남는 것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체온뿐(중략)" 그가 전하는 삶에 대한 깨달음이다. '노을'이란 시의 "저물녁/하늘이 화장을 합니다"는 동화적이다.
 어머니란 존재가 단박에 다가오는 '등'이란 시도 빼놓을 수 없다. "어머니는 아직도 불혹의 나를 위하여 기꺼이 등을 내미신다/(중략)/ 꺼지지 않은 불빛 하나로 남은/ 앙상한 어머니 둥그런 등"
 그러나 가장 마음에 와닿는 것은 결국 삶은 상처요, 상처와의 숨바꼭질이라고 말하는 '목욕을 하며'란 시다. "내 몸에/ 고슴도치가 산다/ 삶의 언저리마다 돋은 가시/ 눈치 채지 못했다/ 살결 빡빡 문지를 때/ 시커먼 가시 우수수 떨어진다/ 가시가 사라진 몸은 가볍다/ 삶은 상처였다는 생각을 한다/ 고목에 새 잎 피듯/ 내 몸에도 까슬까슬 가시 돋아날 것이다/(중략)/생은 상처와의 숨바꼭질이다"


 상처를 받는 게 우리네 삶이지만 결국 그 상처는 아물고 그 자리에 꽃이 핀다는 성 시인. 그래서 모든 만남과 인연은 선물이다. 우리 삶도 결국 사랑이란 마음으로 서로 감싸고 이해하면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란 얘기다.
 세상을 연애의 대상, 사랑의 대상으로 본다는 성환희 시인. 그의 첫 시집이 또 하나의 '선물'로 다가오는 이유다.
 성환희 시인은 경남 거창 출신으로 2002년 '아동문예' 동시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 아동문학가로 활동했다. 올해 계간지 '시선'에서 시 부문을 수상해 시인으로 문단에 올랐다. 저서로 동시집 '궁금한 길'이 있다. 한국동시문학회, 울산작가회의, 울산아동문학, 울산재능시낭송 회원이다.
  김주영기자 uskjy@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