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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로 통한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쇠퇴, 중국과 인도의 부상이 엇갈리면서 19~20세기 서구로 넘어갔던 패권이 다시 아시아로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앞날은 잿빛이다. 최근들어 일본의 우경화가 심해지면서 혐한 시위로까지 번지고 있고, 아베 정부에서는 '고노 담화'의 진정성까지 인정하려 들지 않고 있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의 세력이 동아시아에서 만나면서 한반도 연안이 미·중 갈등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 책은 6·25 동란 정전(휴전)협정 60주년을 맞아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의 동아시아 전문 관료, 학자, 시민단체 등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묶은 대담집이다. 격동의 시대로 접어든 동아시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진단하고 평화와 공동번영의 아시아 시대를 열 수 있는 정책과 비전, 지혜를 모아보고자 했다.
 평화운동 NGO인 '평화네트워크'가 강상중 일본 세이가쿠인대학 교수, 박명림 연세대 교수, 와다 하루키 도쿄대 교수, 조엘 위트, 진징이 중국 베이징대학 교수 등 각국의 대표 인사 15명에게 동아시아 '공존의 길'을 물어봤다.
 '재일 한국인 최초의 도쿄대 정교수' 출신인 강상중 교수는 "동아시아의 희망은 한국에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진보(리버럴) 혹은 대안 세력 없이 '국가 중심주의'로 흐르는 일본과 달리 민주화를 스스로의 힘으로 쟁취한 역사를 지닌 한국에서는 시민의 정치 참여가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성향 동아시아 전문가인 마이클 그린 교수(전 미국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국장)는 일본의 우경화, 특히 군사력 강화는 오히려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북한 문제에 대한 해법과 북한 체제에 대한 전망도 내놨다. 일본의 양심적 석학으로 불리는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북한에서 김일성-김정일로 상징되는 절대적이고 강력한 지도자가 통치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진단했다. 와다 교수는 "김정은이 아버지처럼 권력을 장악한 것처럼 보이지만 상당 부분 북한의 체제 안전화의 상징적인 의미로 등장한 인물"이라면서 "실제로는 노동당 정치국을 중심으로 한 집단 체제로 이양돼 갈 것"으로 예상했다.


 진징이 베이징대 한반도연수센터 교수는 한반도 문제를 푸는 열쇠는 한국이 쥐고 있다고 역설했다. 진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바탕으로 대북정책을 실천한다면 남북관계에 새 문을 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의 보수 정권 닉슨 행정부가 미-중 간 화해의 시대를 열고 레이건 행정부가 소련과의 냉전을 종식시켰듯이 보수 정권이기 때문에 국내외 저항을 덜 받으며 전향적인 대북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진 교수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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