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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민에게 처용문화제하면 떠오르는 게 한 가지 있다. 그 어느 해이든 결코 조용하게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해는 유독 더 시끄러웠다. 말 많고 탈 많아도 해가 거듭될수록 발전적이라면 어쩔 수 없는 진통 쯤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 시민 눈 높이를 맞춘 시대적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했기에 뒷말이 무성하다.
 처용문화제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 1991년 울산공업축제가 느닷없이 처용문화제로 이름이 바뀔 때부터 충분히 예견됐다. 당시 정부 문화부처 수장이 공업축제란 이름은 시대적 사명이 끝났으므로, 지역 정체성을 살려 관용의 표징인 처용을 축제 이름으로 써야 한다면서 처용문화제로 바꾸게 했다. 
 그러면서 그는 처용문화제의 콘셉트에 부합되는 몇 가지 콘텐츠도 제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을 실제 축제에 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체화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랐고 한다. 그로부터 정체성을 살린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끊임없이 시달려야 했다. 한때 처용문화제를 없애야 한다는 반대 세력의 극단적인 공세에도 휘청거렸다. 
 중대 실수는 축제 관계자들이 시대 흐름을 제대로 살피고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처용문화제처럼 백화점 나열식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복합축제는 수명이 다했다는 점을 간과했다. 지난 시절에는 볼거리와 즐길거리 등이 모자라 갖가지 프로그램을 혼합하여 만든 축제가 큰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 축제의 효시 개천예술제와 신라문화제 등이었다. 처용문화제도 두 축제의 판박이였다. 
 울산은 시대 흐름을 외면하고 있다. 오랜 기간 개천예술제의 부속 프로그램으로 열리던 유등행사가 분리돼 나와 진주유등축제란 독립축제로 성공을 거둬 한국 최우수축제로 선정되지 않았는가. 신라문화제가 경쟁력이 떨어지자 경주세계문화엑스포와 경주떡과술잔치 등의 축제가 새로 만들어졌다. 개천예술제와 신라문화제는 지금은 언제 치러지는지도 모를 정도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오랜 전통 축제를 폐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처용문화제는 어떤가. 논란이 빚어질 때마다 타지의 축제 전문가라는 사람을 불러 토론회를 열곤 했다. 해답은 이미 오래 전에 나와 있는데도 말이다. 수천만원의 돈을 쓰면서까지 꼭 전년도와 비슷비슷한 개선안을 되풀이할 필요가 있었던가. 하나라도 뜯어고치겠다는 실천력에 달렸다. 처용문화제의 살길은 정체성이 분명한 단일 주제의 축제로의 전환에 있다. 
 그렇다면 처용문화제의 부속 행사라고는 하지만, 독립적 성격을 띈 월드뮤직페스티벌과의 불안한 동거를 즉시 끝내야 한다. 상대 프로그램과 융합하지 못하고 겉돌고 있는 두 가지 성격의 행사를 처용문화제라는 이름 아래 어정쩡하게 끌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분리 여론이 높은데도 추진위원회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허송세월하고 있다.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울산광역시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으리라. 
 울산광역시 또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장기간 대안 제시와 함께 갖가지 비판론이 제기됐다면 당연히 개혁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대로 두는 속사정을 모르겠다. 아마 성공할 축제의 비전을 갖추지 못한 탓이 아니랴. 2010년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졌다고 큰소리치면서 수백억 원을 들여 개최한 세계옹기문화엑스포가 여실히 증명한다. 앞뒤가 다르게도 단 한 차례 열고는 중단했다. 그러고도 시민에게 정중하게 사과한 관계자가 아무도 없었다. 
 울산의 축제는 그렇게 악순환이 이어졌다. 올해 소동도 진작에 끝냈서야 했다. 전년도의 국비 지원액과 정산을 둘러싸고 파열음을 빚다가 문광부의 현장조사까지 받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급기야 실무 책임자가 물러나면서 사태가 겨우 봉합됐다. 올해 처용문화제를 불과 두 달여 남긴 절박한 시기에 말이다. 지금쯤은 프로그램을 모두 확정짓고, 준비작업에 한창 몰두해야 할 때가 아닌가. 그래서 올해 축제가 과연 완벽하게 치러질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왜냐하면 중심 프로그램인 개막공연작과 거리퍼레이드가 온전히 확정되지 않았고, 실무 책임자가 물러나면서 월드뮤직페스티벌과 에이팜도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란다. 시대 요구를 수용하지 못한 울산 축제의 업보다. 47년 전 1967년 4월에 탄생한 처용문화제의 전신 제1회 '울산공업축제'의 개최 목적을 다시 살펴봤으면 한다. 민선 6기 새 시대에 걸맞는 축제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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