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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4일 한국을 찾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인기 비결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해 온 삶, 겸손하고 소박한 성격과 태도다. 이런 그의 면모와 생각이 담긴 강력한 메시지는 쉽고 재미있고 친근한 말로 지구촌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간다.


 요즘 베스트셀러인 신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씀'은 그의 첫 공식 권고문 '복음의 기쁨'을 양장본으로 펴낸 책이다.
 5장 288항으로 짜인 이 권고문은 그의 생각과 가치관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앞머리에 그는 이렇게 썼다.


 "복음의 기쁨은 예수님을 만나는 모든 이의 마음과 삶을 가득 채워 줍니다. 이 권고를 통하여 저는 그리스도인들이 새로운 복음화 단계로 들어서도록 격려하면서 앞으로 여러 해 동안 교회가 걸어갈 새 길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교황은 오늘날 세상의 가장 큰 위험으로 온갖 극심한 소비주의와 개인주의를 꼽았다. "안이하고 탐욕스러운 마음과 피상적인 쾌락에 대한 집착과 고립된 정신에서 생겨난다"고 그 원인을 진단했다. 구체적으로는 배척과 불평등의 경제, 돈의 우상, 폭력을 낳는 불평등, 도시 문화의 위험성을 세상의 도전이라고 지적한다.


 "인간을 사용하다가 그냥 버리는 소모품처럼 여기는 것입니다. 우리는 '버리는' 문화를 만들어 왔고 지금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배척된 이들은 더 이상 사회의 최하층이나 주변인이나 힘없는 이들이 아니라, 사회 밖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착취된' 이들이 아니라 쫓겨난 이들, '버려진' 사람들입니다"
 그는 "돈이 우리를 지배하도록 순수히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고대의 금송아지에 대한 숭배가 돈에 대한 물신주의라는, 참다운 인간적 목적이 없는 비인간적인 경제 독재라는 새롭고도 무자비한 모습으로 바뀌었다"고 탄식했다.
 또 그는'돈은 봉사해야지 지배해서는 안 된다'면서 경제와 금융 분야에서 인간을 이롭게 하는 윤리로 되돌아가자고 권고한다.


 교황은 신앙심의 외양, 교회에 대한 사랑의 겉모습 뒤에 숨어서 주님의 영광이 아니라 인간적인 영광, 개인의 안녕을 추구하는 영적 세속성도 비판했다. 또 '무겁고 힘겨운 짐을 다른 사람들 어깨에 올려놓고 자기들은 그것을 나르는 일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마태복음을 인용해 교회 지도자들을 꾸짖는다.
 강론자(보통 사제)가 마음을 열어 하느님 말씀을 들을 시간을 내지 않는다면, 하느님의 말씀이 자신의 삶에 와 닿지 못하게 하거나 자신을 반성하도록 이끌지 못한다면 그는 분명히 '거짓 예언자, 사기꾼, 협잡꾼'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는 제4장 '복음화의 사회적 차원'에서 정점에 달한다. 그는 "복음화의 사회적 차원을 올바로 다루지 않으면 복음화 사명의 참되고 본질적인 의미가 계속 왜곡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어느 누구도 종교를 개인의 내밀한 영역으로 가둬야 한다고 우리에게 요구할 수 없습니다. 종교는 국가 사회생활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말라고, 국가 사회 제도의 안녕에 관심을 갖지 말라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에 의견을 표명하지 말라고, 어느 누구도 요구할 수 없습니다"


 참다운 신앙은 결코 안락하거나 완전히 개인적일 수 없는 것으로서, 언제나 세상을 바꾸고 가치를 전달하며 이 지구를 조금이라도 나은 곳으로 물려주려는 간절한 열망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그는 "정의가 모든 정치의 목적이며 고유한 판단 기준이라면, 교회는 정의를 위한 투쟁에서 비켜서 있을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모든 그리스도인과 사목자들은 더 나은 세계의 건설에 진력하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다"고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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