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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 관광산업이 새로운 유망 업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걷는 길이 뚫리고 케이블카가 놓이고 캠핑장 등이 생기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느라 아이디어도 백출하고 있다. 그 모두가 산을 살리고 사람을 위한다는 그럴싸한 명분을 덧쓰고 있다. 영남알프스는 늘 높고 깊고 넓고 아늑하고 그윽한 모습으로 있어야 하는데도 말이다. 

산악관광의 열풍에 휩싸인 영남알프스. 울산과 밀양, 양산, 청도, 경주가 함께 간직하고 있다. 최고봉 가지산(1,241m)을 중심으로 천황산(사자봉ㆍ1,189m)과 신불산(1,159m), 재약산(1,108m), 취서산(영축산ㆍ1,081m), 간월산(1,069m), 고헌산 (1,034m) 등 일곱 산이 올연한 모습으로 대자연의 장관을 이루고 있다. 


그 아름다움이 유럽 알프스와 일본 북알프스에 견줄만하다고 해서 영남알프스라 한다. 한동안 울주군이 울주칠봉이라고 해서 인접 지역과 논란을 빚었다. 하지만 입과 귀와 마음에 익은 영남알프스란 명칭을 따르지 않을 도리가 있었으랴. 아무리 우리말이 아니라지만 오래 전부터, 그것도 나라 전체에 널리 퍼져 써 오던 말을 바꾸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울주군이 영남알프스 관광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 해 300여만명이 드나들자 울주군 쪽에 더 많은 사람이 머물게 산악관광 활성화 프로젝트로 예술행사를 마련했다. 2010년부터 간월재에서 울주오디세이란 산상음악회를 열고 있다. 2016년 세계산악영화제를 개최하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산악영화 상영회도 열었다. 

둘레길도 냈다. 다섯 구간별로 억새바람길과 단조성터길, 사자평억새길, 단풍사색길, 달오름길이라 명명한 감성의 하늘억새길이다. 그만큼 가을이면 사자평을 비롯한 무려 210여만평에 억새가 지천이다. 그 길을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함께 걸으면 옛 정이 새록새록 피어나고 어느새 가슴을 달뜨게 한다. 사람을 불러모으게 하는 매력이 따로 없다. 

영남알프스 관광산업에 날개를 달기 위해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했다. 밀양시가 2012년 얼음골과 천황산을 오가는 케이블카를 설치해서 관광객을 모으는데 자극을 받았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의 거센 반발로 중단했지만, 최근 정부의 설치요건 완화조처로 가능성이 높아졌다. 산악관광 거점역할을 할 복합웰컴센터를 짓고 있다. 레포츠지원센터와 자연생태전시관, 인공암벽장이 들어선다. 

영남알프스 관광산업은 이러한 토건사업과 공연행사만으로 결코 완성될 수는 없다. 영남알프스에 대한 인문학적 자산이 만들어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 무엇이든 밑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일시적인 방편에 불과할 뿐이다. 2007년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된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용암동굴 등을 포함한 제주도와 지리산권 문화연구에 총력을 쏟는 지리산 인근 시ㆍ군이 좋은 사례라 하겠다. 

제주도는 지난 2006년 '한라산 총서'를 펴냈다. 한라산은 너무나 많이 알려져 그동안 출판된 책만도 수십 종류나 됐다. 하지만 한라산의 참모습을 알려주는 데에는 한계를 갖고 있어 제주도가 한라산 총서를 펴낸 것이다. '1권 개설서와 2권 지형·지질, 3권 역사·유적, 4권 인문지리, 5권 구비전승·지명·풍수, 6권 등반·개발사, 7권 이야기, 8권 하천, 9권 식물, 10권 동물, 11권 동·식물목록'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튼실한 바탕이 있었기에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됐고, 더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제주도의 세계자연유산 선정을 눈 여겨 본 산청군은 때 마침 경상대학교에 생긴 지리산권문화연구단이 지리산 관련 인문학 저서를 펴낼 수 있게 지원을 했다. '지리산 인문학으로 유람하다'와 '지리산 단속사 천년의 이야기' 등이 그 책들이다. 지리산 역시 그동안 많은 종류의 책이 나왔지만, 이같은 책들이 지리산의 참다운 옛 모습을 확실히 알려주고 있다. 

한라산과 지리산이 이러한 튼튼한 인문학적 기반 위에서 갖가지 사업을 병행함으로써 날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하겠다. 영남알프스 관광산업의 활성화 역시 단순히 산악레포츠시설의 확충과 공연행사만으로 결코 이뤄질 수가 없다. 울주군이 영남알프스 관광산업의 미래 경쟁력은 튼튼한 인문학적 기반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았으면 한다. 울산의 가장 취약점이 바로 그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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