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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내 인생의 첫 개인전은 막연한 미래의 두려움과 젊음의 열정이 혼재한 시간이었다. 무엇을 하든 처음 이라는 단어는 긴장과 설렘을 동반한다.

 내가 처음 개인전을 펼친 갤러리는 아름다운 부산 광안리 해변에 있었다. 월드타운 이라는 이름을 가진 빌딩은 전 층이 갤러리로 구성 돼 있었으며 아름답고 포근한 바다의 풍경과 영혼의 울림을 주는 작품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지금은 광안대교가 생겨 빠르고 화려한 도시의 느낌은 있지만 당시의 자연스러운 포물선 해안과 바다가 어우러진 편안한 풍경은 사라지고 말았다.

 전시를 열고 긴장과 설렘으로 전시장에서 손님을 맞이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내가 그린 그림 앞에서 더욱 또렷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마주해야 했다.
 

김덕진 作 '저 바다의 끝에는', Oil on paper. 27.2×39.4 (1999).


 그럴 때면 바다는 태양의 빛을 머금은 따뜻한 손으로 나의 마음을 감싸 주었다

 하루는 우연히 전시장에서 바닷가를 내려다보니 묘한 풍경이 눈으로 들어 왔다. 그날은 흐린 날이라 사람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다리가 아픈 듯 보이는 여인과 그 옆에 한 남자가 연인인 듯 부부 인 듯 바다를 보고 앉자 있었다.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연신 달려와서 부서지는 파도 앞에서 그들은 무얼 생각 하고 있을까?

 그 순간 정신없이 연필을 들고 스케치 했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그들이 그날은 왜 그토록 아름다워 보였을까? 그들은 자신들의 뒷모습이 문득 어느 날 타인들의 눈에 감동적인 풍경으로, 그림으로 남게 되는 걸 알까?

 혹시 어떤 한 순간 누군가 내 등을 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도 아름다운 모습이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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