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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들 글을 잘 쓰고 싶지 않을까. 서점가에는 글쓰기 교본격인 책들로 이루어진 매대도 따로 있을 정도다. 그러나 글쓰기 책만 읽는다고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물론 쓰기와 읽기는 왼팔과 오른팔과 같다. 그러나 정말 좋은 글은 기교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누구라도 글을 쓰는 이유가 분명할 때 좋은 글이 나온다는 점이다. 동기가 있으면 자연스레 노력을 하게 되고 이는 곧 글의 질을 높인다.


 직업적으로 글을 써온 글쟁이들은 왜 글을 쓰냐에 대해 어떤 답을 내릴까.
 소설가 한창훈(51)은 일기를 쓰지 않는다. 왜 일기를 쓰지 않느냐고 궁금해할 독자에게 그는 "일기를 쓰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원고료가 없기 때문"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소설가가 되기로 한 것은 스물여섯 살 겨울이었다. 돈을 못 벌어도 욕 안 먹는 직업을 고민하다 보니, 또 '남의 피를 빨아먹거나 남을 짓누르고 올라서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는 결심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작가가 되어야겠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소설가가 되기로 한 또 다른 이유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기 위해서다. 전남 여수 출신인 그는 고향 이야기를 글로 풀어왔다. "중심과 권력과 도시의 고독한 자아 외에도 저 먼 곳의 거친 삶도 하나의 뚜렷한 형태로서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소설가 김숨(40)이 어린 시절 살던 집에는 책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곳엔 사람들이 있었다.
 아버지의 '백수 시절'이 길어지자 어머니는 먹고살기 위해 구멍가게를 냈다.


 가게에 드나들던 사람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에 귀를 기울이면서 그는 지명수배 중인 운동권 아들을 둔 어머니의 가슴에 얼마나 큰 멍이 드는지, 바람나 집 나간 여자의 아이들이 누구의 손에서 자라는지 등 책에서 읽을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배웠다.
 그는 왜 소설을 쓰느냐는 질문에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자꾸 떠오르기 때문이라고, 쓰는 것이 밥을 먹고 산책을 하는 것처럼 저의 일상 중 한 부분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소설을 쓸 때 스스로 가장 성실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소설이 제게 준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한국작가회의가 창립 40주년을 맞아 펴낸 '세 겹으로 만나다: 왜 쓰는가?'(삼인)는 소설가, 평론가 등 문인들이 "왜 글을 쓰는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에 답한 글들을 묶은 것이다.
 소설가 한창훈, 김 숨을 비롯해 김선재, 김태용, 조수경, 손보미, 정용준, 정지향, 평론가 조재룡, 김형중, 김종훈, 함돈균 등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재치 넘치고 인상적인 답을 들려준다.
 울산지역 백무산 시인을 비롯해 고은, 신경림, 천양희, 강은교, 정호승, 이성복, 김사인, 안도현, 김행숙, 강정 등 시인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대중이 가장 사랑하는 자신의 시, 낭독하기에 좋은 시 세 편을 골라 소개했다.
 백무산 시인은 자신의 대표작으로 '노동의 밥' '동해남부선' '멈추게 하려고 움직이는 힘'들을 꼽았고 고은 시인은 '자작나무 숲으로 가서'를 꼽았다.
 또 대중이 가장 사랑하는 시와 낭독하기 좋은 시로는 '문의마을에 가서'와 '화살'을 각각 뽑았다. 신경림 시인은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대중이 가장 사랑하는 시, 낭독하기 좋은 시로, '농무' '가난한 사랑 노래' '이 땅에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위하여'를 각각 꼽았다. 정리=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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