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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암폭포는 마치 운문산 호랑이가 포효하는 듯 콸콸콸 우렁찬 소리를 내며 쏟아진다.

구름이 피어오른다는 운문산! 운문산을 예로부터 호거산(虎居山)이라 부르기도 한다. 가지산과 아랫재를 사이에 두고 운문지맥(雲門地脈)으로 이어지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산이다. 천문지골, 심심이골, 복숭아골, 상운암계곡 등 깊은 골짜기와 운문사와 석골사, 대비사, 상운암 등 수많은 부속 암자를 품고 있다. 또한 동의보감의 허준이 반위에 걸린 스승(유의태)의 시신을 해부한 곳이 운문산 얼음굴이라는 설이 전해오는 곳도 운문산 자락에 있다. 심산유곡의 깊은 골짜기에는 약초와 나물이 지천에 깔려있고 기암과 산세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운문산(雲門山)
 높이 : 해발 1,188m
 위치 : 경북 청도군 운문면·경남 밀양시 산내면 사이

운문산 등산로는 여러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소개할 길은 언양에서 가지산터널을 지나 밀양 남명마을에서 밀양 방향으로 1㎞ 정도 가다보면 원당마을(우측) 쪽으로 석골이라는 마을 표지석이 희미하게 보인다.

 이곳에서 오른쪽 길을 택해 들어가면 길 양쪽 사과밭 사이로 길이 이어진다. 개울 다리를 지나 양쪽으로 석골 마을이 있고, 조금 더 올라 가다보면 주차 공터가 나온다. 길 따라 30~50여 m를 오르면 좌측에 석골사라는 절이 있고, 절 조금 못미처 오른쪽으로 한반도 지도를 닮은 석골폭포가 있다.
 
# 석골사(石骨寺)와 석골폭포(石骨瀑布)
석골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인 통도사의 말사이다. 석골사에 대한 기록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삼국유사'를 통해 운문사와 같은 연대에 세워진 절임을 알 수 있다. 삼국유사 보양이목조에 '보양선사가 석굴사의 비허조사와 더불어 형제가 돼 봉성사(지금은 산외면 금곡리 절터만 있음), 석굴사, 운문사 등 세절의 연봉(連峰)을 왕래하며 교분을 가졌다 적혀 있다. 또한 운문사도 호거산 운문사이고 석골사도 호거산 석골사이다. 영남알프스의 운문산, 억산 일원은 호거산이었다.

석골사.

 석골폭포는 천년고찰 석골사 아래에 있다. 주산인 운문산과 대비골, 새암터골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석골폭포로 흘러들면서 높이가 10여 m, 둘레가 50여 m나 되는 소(昭)를 만들고 있다. 석골폭포는 언제나 수량이 풍부해 여름철엔 많은 피서객이 이곳을 즐겨 찾는다.

 석골사와 석골폭포를 기점으로 오른쪽은 상운암과 운문산 가는 등산로다. 등산로 초입은 길이 판판하고 완만하며 잘 다듬어져 있다. 등산로를 따라 5분 정도 걷다보면 왼쪽으로 이정표와 산행 안내도도 있다. 억산 방면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왼쪽 비탈길로 이어지고, 운문산으로 향하는 길은 진행방향 큰 길이다.

우리나라 지도모양을 닮은 석골폭포.

 길 아래를 내려 보면 상운암계곡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소리가 세차게 들려오고, 왼쪽 오버행 바위를 지나면 대비골과 이어지는 개울을 만난다. 개울을 건너면 산길은 가파른 비탈길로 변한다. 비좁은 바위틈을 지나 오른쪽 경치 좋은 전망대에 올라서면 맞은편으로 커다란 바위가 그 위용을 드러내는데 높이가 30여m나 되는 치마바위이다. 치마바위를 멀리서 관찰해보면 마치 여성의 치마 주름같이 바위가 주름을 잡은 것처럼 겹겹이 골이 형성돼 있다. 이곳을 지나면 길은 다소 완만해지다가 정구지 바위 부근에서 약간의 완급을 조절하게 된다.
 
웅장한 계곡·바위·사찰 어우러진 산세
사시사철 산행묘미 달라 등산코스 인기
동서남북 아득히 펼쳐진 정상풍경 감탄
붉은빛 운문산 가을억새 색다른 볼거리

# 정구지 바위와 비로암폭포(飛露巖爆布)
정구지 바위는 운문산으로 향하는 주 등산로 왼쪽 길 옆에 있다. 높이가 4~5m, 둘레가 30여m나 되는 바위로 아래에 큰 바위가 있고 그 위에 얹혀 있다. 밀양에 사는 마고할머니가 울산 딸집에 가다가 이 바위 위에서 잠시 쉬었는데, 잠에서 깨어보니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고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한다. 마음이 급한 탓에 마고할머니는 머리에 이고 온 정구지(부추)를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두고 간 바람에 이 바위 위에서 정구지가 자라게 됐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다. 

 비로암폭포는 정구지 바위 왼쪽 아래 협곡에 있다. 높이 20m, 둘레 10m의 폭포로 폭포 옆 비로바위 능선의 이름을 땄다. 운문산 서쪽 계곡과 범봉 남쪽 방향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웅장한 폭포를 만든다. 콸콸 흘러내리는 물소리는 마치 운문산 호랑이가 포효하는 것 같아 잠시 주춤거리게 되고 쉽게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검푸른 소에도 흘러넘친다.

 정구지 바위를 지나면 산길은 점점 고도를 높여가고 가파른 길로 접어드는데 산행 하는데는 별 어려움은 없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는 운문산 산행의 묘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여성의 치마주름처럼 보이는 치마바위.

 정구지 바위에서 상운암까지는 40여분 걸린다. 운문산 산행은 계절따라 그 묘미를 다르게 느낄 수 있다. 봄·여름엔 숲 속 계곡 산행의 진수를 느끼면서 계곡 물소리와 자연의 풍요로움을 감상하며 체력 소모를 필요로 하는 깔딱고개 2~3개를 거쳐야 한다. 가을철 계곡은 온통 오색단풍으로 물들고, 산길 양 옆으로 비로암능선과 범봉능선이 이어지는데 마치 '누군가가 이 계곡에 불을 지펴 놓았구나' 착각할 정도로 단풍이 곱게 물든다. 겨울철은 한마디로 적막강산이다. 사람의 발길이 뜸 하지만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운문산 자락 상운암에 수도 중인 스님이 수시로 석골사로 왕래해 눈 사이로 길이 잘 정리돼 있기 때문이다. 상운암과 선녀폭포로 오르는 길 오른 쪽에는 수많은 돌탑이 만들어져 있다. 돌탑과 너덜지대를 지나면 가파른 경사길이 이어진다. 가파른 경사를 지나면 20여 분 뒤 상운암에 도착한다. 
 
# 상운암(上雲庵) 그리고 정상
상운암은 운문산 8부 능선(해발 1,000m)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암자로 석골사와 인연이 많은 기도도량이다. 상운암은 '구름 위의 암자'라는 이름답게 운문산 방향으로 구름이 모여들고 흩어지는 풍경이 경이롭다. 상운암에서 내려다보면 수리봉, 억산, 문바위 같은 높은 봉우리가 아스라이 펼쳐지는데 전망이 아름다워 감히 발걸음을 떼놓을 수 없을 정도다. 또한 상운암 석간수는 운문산의 최고 보물이다. 해발 1,000m 지점에 샘물이 쏟아져 나오는데 물맛 역시 최고다. 이곳 등산객들에게는 그야말로 오아시스와도 같은 구실을 한다. 그래서 상운암을 운문산의 보물이라 할 정도다.

운문산 정상의 가을억새.

 상운암에서 약간의 휴식도 하고 물도 보충한 뒤 상운암 옆 오른쪽 등로를 따라 20여 분 오르다 보면 운문산 정상에 도달하게 된다. 운문산 정상은 울산의 여러 산들 과는 사뭇 다른 분위이다. 운문산은 생태 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514종의 식물과 1,076종의 동물이 서식 분포하고 있다.

 정상 표지석은 자연석으로 세워졌다. 운문산에 대한 청도 산악인의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10여 년 전 헬기를 동원해 정상 표지석을 세웠다는 것만으로도 금방 알 수가 있다. 울산에서 요즘 울주 7봉이라 해 산 정상마다 일률적으로 표지석을 제작해 세워 놓은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정상의 조망 또한 뛰어나다. 동쪽으로는 가지산이 손에 잡힐 듯이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천황산과 정승봉, 얼음골과 얼음골 케이블카, 삼양리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고, 서쪽으로는 억산, 문바위, 사자바위능선과 범봉능성이 이어져온다. 북쪽으로는 소머리바위, 우두능선, 독수리바위, 심심이계곡, 지룡산, 문복산 등 모든 산과 계곡이 능선을 따라 이어고 저 멀리는 옹강산과 운문댐도 경관도 아스라이 펼쳐진다.

운문산 정상 표지석.

 운문산 가을 억새는 아랫재와 정상 부근에 펼쳐져 있는데 이때 쯤이면 태양 빛을 한껏 받아 약간의 붉은 빛이 도는 게 특색이다. 정상에서 바람에 출렁이는 붉은 빛 억새 물결은 이곳 운문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비경이다.

 하산하는 길은 여러 곳으로 열려 있다. 원점 회귀나 아랫재 방면으로 하산해 남명리 방향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억산방면으로 산행을 즐기면서 범봉을 지나 팔풍재에서 대비골로 내려오는 등로도 있고, 함화산(운문산 남·서쪽 300m 부근) 방면으로 내려오면서 얼음굴과 정구지 바위 방면으로 내려 와도 좋을 듯 싶다. 아무튼 운문산 정상에서 석골사 방향 어느 곳을 택해도 2시간 정도면 원점 회귀가 가능하다.  
 
# 산행 코스
원서리(2㎞ 20분)-석골사(4㎞ 1시간 30분)-상운암(1㎞ 30분)-운문산 정상-원점 회귀 총 8.7㎞로 왕복 4시간 30여 분 소요.

□ 찾아가는 길
▷승용차
굧 언양 - 석남사 - 남명리마을 - 석골사마을 표지석 - 석골사 앞 주차장 - 석골사 - 치마바위(전망대) - 정구지바위 - 상운암 - 운문산(승용차는 석골사 입구까지 올라갈 수 있다.)
▷시외버스
굧 석남사 앞 주차장에서 밀양방면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24번 국도를 따라 얼음골 - 남명초등학교 - 석골마을 원서리 하차(약 2㎞ 걸어서 20여 분) 걸어서 들어가야 한다.
 
□ 주변 먹거리와 숙박 안내
▷시인과 촌장(석남사 입구) : 052-264-4707  비빔밥, 항아리수제비, 전통차, 민속주
▷포항상회(석남터널) : 010-6569-0035  잔치국수, 찹쌀수제비, 파전, 동동주, 각종약초
▷가지산 탄산유황온천 : 052-254-2216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덕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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