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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이삭 동시집 '고양이 통역사' ∥ 섬아이
"주변에서 제가 성인시를 쓰다 잘 안되니까 동시를 쓰는 것처럼 말하실 때가 있어요. 그럴때면 속상하죠. 동시가 더 어려우면 어려웠지 쉽지 않거든요. 먼저 아이의 마음이 돼야하고 문학성도 갖춰야 해요. 따사로운 장미빛 세상만 그려서도 안되죠. 시대성도 반영해야 하니 정치, 사회에도 관심이 있어야 해요. 앞으로 시대와 함께 아파하고 분노할 때 분노하는, 그러면서도 아이와 어른들에게 희망을 주는 작품을 쓰고 싶어요"


 지난 8일 최근 동시집 '고양이 통역사'를 출간한 김이삭 시인(사진)을 만났다. 8월 출간된 동화집 '거북선 찾기'까지 올해만 벌써 두 번째 출간이다. 그는 내년에도 동시집 '감기 마녀(미정)' 출간을 준비중이라고 했다.
 이렇게 왕성한 활동을 펴는 것에 대해 그는 "한꺼번에 책이 출간돼긴 했지만 실제 10년 동안 써온 작품들이 이제야 나온 것"이라며 "거북선 찾기만 해도 10년 전 써놓은 동화들을 정리차원에서 펴낸 것이고, 고양이 통역사는 몇 년째 밥주고 있는 길고양이 이야기"라고 말했다.
 표제작인 동시 '고양이 통역사'는 아동문학가로서의 세상 만물에 대한 그의 따뜻한 시선과 관심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아웅"/ 밥 주니 고맙니?/ "니야옹"/ 배고파?/ "앙앙"/ 오지 마, 내 구역이란 말이지?/ "아우"/ 적이라고? 걱정 마!/ 길고양이들아,/ 나, 통역사로 써 줄래?"-김이삭 作 '고양이 통역사' 전문
 "2년 전쯤 제가 사는 빌라에 길고양이 두 마리가 어슬렁 거리더라고요. 그때부터 밥을 주게 됐는데, 유심히 관찰하니 꼭 말을 하듯 울음소리가 제각각이더라고요. 천진난만한 일들만 있지도 않았어요. 밥을 주기 시작하자 다른 고양이들의 표적이 돼 상처투성이가 돼기도 하고, 지들끼리 세력싸움도 하고,  한편의 동물의 왕국을 보는 것 같았어요"


 이렇게 시인의 일상은 곧 시의 소재가 됐다. 이밖에도 전작에 비해 다양한 주제로 시야를 넓혔다. 자연과 가족, 이웃에 대한 따뜻한 얘기 뿐 아니라 사회 고발, 세태 풍자 등 시인의 예민한 더듬이는 사방팔방 뻗어 있다. 특히 눈길이 가는 것은 2부 '방 도깨비'. 소외이웃들이 등장하는 이 부분은 그가 추구하는 작품세계를 가늠케 한다. 특수학교에 보낸 아들이 일등으로 졸업해 다른 엄마들의 부러움을 사지만 눈시울만 붉히는 큰엄마, 한국에 돈 벌러 와서 높은 배 밑이나 건물에서 페인트칠을 하는 중국 아줌마들 얘기 등이 마음 한 편을 짠하게 한다.
 앞으로의 포부도 궁금했다.
 "제게 동시와 동화를 쓰는 순간은 나를 만나고, 이웃과 자연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무엇보다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길이죠. 그 사랑을 실천하기에 아직 저는 부족합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읽고, 만나고, 섬기고, 생각하며 살아야겠죠. 내년에는 필리핀으로 선교여행도 갈 계획입니다. 시인이 꿈이셨던 아버지는 늘 제 시가 부족하다고 하시는데 아버지 마음에 드는 동시를 쓰고 싶어요. 순 우리말로 된 아름다운 그림 동시집도 내고 싶고요. 하하 제가 욕심이 좀 많죠?"


 왕성한 창작열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 만했다. 필명인 이삭을 성경에서 따왔다는 그는 이삭이 주변에 기쁨을 주는 존재이듯, 자신도 누군가에게 좋은 일이 있으면 나누고 남들에게 기쁨을 알리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의욕은 충분히 응원받아 마땅한 마음이란 생각이 들었다.
 김이삭 시인은 경남 거제 출생으로 2008년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제5회 시와창작문학상, 제3회 울산아동문학상, 제10회 울산작가상을 받았다. 저서로 시집 '베드로의 그물', 동화집 '꿈꾸는 유리병 초초', '거북선 찾기', 동시집 '바이킹 식당'이 있다. 현재 울주옹기종기도서관에 출강중이다.  김주영기자 uskjy@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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