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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하늘과 땅과 그리고 우주'라는 의미의 억만건곤에서 그 이름이 유래된 억산.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가 꼬리로 내리쳐 산봉우리가 둘로 갈라졌다는 전설로 더욱 신비함을 더한다.

영남알프스 서쪽 사면에 속하는 수리봉(765m)과 억산은 육산(肉山:흙이 많이 뒤덮인 산)이 많은 영남알프스의 여느 곳과는 달리 암봉과 바위능선이 연달아 이어져 있다. 또한 이곳은 운문지맥의 한 구간인 억산에서 허리를 틀어 문바위와 북암산을 일으키고, 다른 하나는 수리봉으로 이어진다. 700m 이상의 능선을 따라 종주산행이 가능하며 전국의 어느 산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군데군데 기암괴석과 바위능선, 골짜기가 잘 어우러져 등산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수리봉과 억산은 석남사를 지나 울·밀선(울산→밀양) 도로를 따라 가지산터널을 지난 뒤 밀양 남명리 마을에서 밀양방면으로 3~4분 간다. 길 입구에 '석골사' 표지석과 '아이비 오토캠핑장'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오른쪽을 택해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사과밭 사이로 길이 이어진다. 석골교를 지나 석골 마을이 있고, 석골사 조금 못 미쳐 주차 가능한 공수리봉은 이곳에서 좌측 능선으로 이어지는 등로로 초입부터 나무가지가 우거져 있지만 길 표시가 선명하고 완만한 등로가 이어진다. 이 길을 따라 2분쯤 가면 오른쪽으로 능선을 오르는 작은 길과 이어진다. 

  수리봉
  높이 : 해발 765m
  위치 : 경상남도 밀양시 산내면
  
  억산(億山)
  높이 : 해발 944m
  위치 : 경상북도 청도군 금남면

억산 바위능선.

본격적인 산행은 능선 길로 접어들며 시작된다. 능선길이 있는 지점은 완만하게 이어지다가 다시 내리막으로 바뀌는 곳이다. 이 길로 접어들어 능선길에 올라섰다면 수리봉까지 위쪽 길을 따라가면 된다. 첫 번째 전망바위까지 20여 분, 다시 쉼터바위까지는 3분 정도 걸리고, 수리봉 직전 전망바위까지 20분 쯤 걸린다. 수리봉 직전 바위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은 너무나 아름답다. 밀양 단장천이 굽이쳐 흐르고 가을이면 황금들녘과 천황산(사자봉)에서 내려오는 단풍의 자태는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 같다.
 
# 거대한 바위봉우리 우뚝 솟은 수리봉
수리봉은 이 전망바위에서 3분쯤 거리에 있다. 석골사에서 바라보면 거대한 바위봉우리로 솟아 있는 곳이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잡목에 가려 경관을 바라기는 어렵다. 수리봉에서 왼쪽으로 돌아 내려서면 바위능선길이 시작된다. 능선길을 따라 왼쪽으로 펼쳐지는 경관은 환상적이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석골사 뒤편(새암터골)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깊은 계곡과 남·서방면의 북암산과 문바위 방면에서 흘러내린 물이 폭포를 이루고 있는 운곡방골 쪽 계곡도 아름다움의 극치다. 수리봉에서 암릉을 따라 전망대까지는 10분 정도 걸린다. 오른쪽으로 길이 뚜렷하고 시그널이 많이 달려있다. 좌·우측 길이 헛갈리는 지점에 도착하면 왼쪽 길을 택해야 한다. 문바위 갈림길까지는 20분쯤 걸린다. 능선 분기점인 문바위 갈림길에서 억산 방향은 오른쪽이다. 정상은 밀양마음산악회에서 세워놓은 표지석이 있다.

 사자바위는 문바위에서 능선 분기점으로 되돌아 나와 왼쪽 능선길로 연결된다. 그 길을 따라가면 5분쯤 걸려 갈림길을 만난다. 직진방향(오른쪽)은 사자바위를 거치지 않고 억산으로 가는 길이다. 사자바위 역시 갔다가 다시 돌아 나와야 한다. 등로는 갔던 길을 되돌아 나와 삼거리에서 왼쪽 길을 가거나 중간지점의 안부에서 왼쪽으로 우회하는 길을 따를 수 있다. 어느 길을 가든 억산 능선과 만나게 된다. 이후 능선을 줄곧 따라가면 큰 무리가 없다. 사자바위에서 석골사 갈림길까지 30분, 다시 헬기장까지 6분, 억산까지 3분쯤 소요된다. 억산 정상에 올라선다.

 청도군 금남면에 있는 억산은 기이하게도 산꼭대기가 두 갈래로 갈라져 있다. 용이 못 된 이무기가 도망가면서 꼬리로 산봉우리를 내리쳐 갈라졌단다. 억산은 청도군 금천면사무소에서 동북쪽으로 4㎞ 정도의 거리에 있다. 박곡을 지나 신라때 창건한 '대비사'를 거쳐 계곡을 따라 오를 수 있다. 석골사 쪽에서는 대비골을 따라 팔풍재(대비사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왼쪽으로 너덜길을 따라 20여 분 오르면 있다.

수리봉에서 바라본 문바위 능선.

700여m 바위능선 종주산행 등산객 발길
곳곳 기암괴석·골짜기 수려한 풍광 자랑
수리봉 좌측능선따라 펼쳐진 경관 환상적
억산 하산길 낙석·깨진돌 많아 부상 주의

# 억산과 대비사의 전설
옛날 억산 아래 대비사에 주지스님과 상좌가 함께 기거하며 수도에 정진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스님이 자다가 일어나 보니 옆에 자는 상좌의 몸이 싸늘했다. 이튿날 역시 자다가 일어나 보니 상좌가 어디를 갔다가 들어오는지라 스님이 "어디 다녀 오느냐? "하고 묻자 "변소에 갔다 오는 길입니다"하고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데 몸이 역시 차가워 이상하게 여겼다.

 이튿날 스님이 자는 척하고 있으니 상좌가 가만히 일어나 스님 코에 귀를 갖다 대는 것이었다. 스님은 일부러 코를 골며 자는 척 하였더니 상좌는 옷을 주섬주섬 걸쳐 입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스님이 뒤를 밟기 시작했는데, 억산 아래 있는 대비못에 이르자 상좌가 옷을 훌훌 벗고 물에 뛰어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러자 못의 물이 쫙 갈라지고 상좌가 이무기로 변해서 못 안을 오가며 잠시 수영을 한 후 다시 옷을 입고 산을 오르는 것이었다.

 산 능선을 넘어 운문사 쪽으로 급경사진 곳(속칭 이무기못안)에 이르자 상좌는 또다시 웃옷을 벗더니 커다란 빗자루로 돌을 쓸어내리는 것이 아닌가! 신기하게도 상좌가 비질을 하자 크고 작은 돌들이 가랑잎처럼 쓸려내려가는 것이었다. 스님은 눈앞에 펼쳐지는 놀라운 광경에 큰 소리로 "상좌야 거기서 무얼 하느냐"하고 묻고 말았다. 부르는 소리에 놀란 상좌가 뒤돌아서 스님을 보고 '1년만 있으면 천년을 채워 용이 될 수 있는데, 아 억울하다'며 크게 탄식하더니 갑자기 이무기로 변해 하늘로 도망가면서 꼬리 부분이 억산 봉우리를 내리쳐 산봉우리가 두 갈래로 갈라졌다고 한다.

 또한 억산은 '수많은 하늘과 땅과 그리고 우주'라는 의미의 억만건곤(億萬乾坤)에서 유래된 것으로 '하늘과 땅 사이의 수많은 명산 가운데 명산'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전설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억산 주변에는 수 없이 많은 깨어진 작은 돌들이 널브러져 있고, 높이가 70여m나 되는 바위의 위용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억산에서 바라본 대비저수지.
 
억 산 (億山)        - 진 희 영
이무기 한이 서린 억산(億山) / 천년 소망 가슴깊이 품은 채 / 밤마다 상좌로 둔갑하여 / 대비지 연못에서 용(龍)이 되길 소망하며
억산 상봉서 외로움 달랬네 / 비바람 불고 눈보라 쳐도 / 굳은 의지로 그 뜻 이루려 / 기도에 몰두하고 정진을 거듭할 때
어디서 들려오는 스님의 인기척 / 아! 원통하고 비통하다 / 천년의 한(恨) 이루지 못하고 / 몸부림치던 흔적 곳곳에 가득하네.
 
 억산 정상에서 시 한수 읊고 범봉 방향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전설을 뒷받침하듯 주변은 깨어진 돌·자갈로 널브러져 있고 대비지 연못은 운무 속에 아련하다. 하산 길은 억산 정상 표지석에서 암봉 방향으로 조금 가다가 오른쪽의 우회길로 시작된다. 이 길이 이번 산행 길 중 가장 위험하고 주의를 요하는 구간이다. 낙석과 깨어진 돌·자갈 등으로 발목 부상에 유의해야 한다. 조심조심 한 발짝씩 내려오면 최근 설치한 나무 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팔풍재(15분 소요)에 닿으면 길은 사방 네 갈래길이 나 있다. 왼쪽은 청도(대비사) 방면이고, 밀양(석골사)으로 가려면 오른쪽 계곡길로 내려서면 된다. 우리가 가려는 범봉은 같은 방향 직진이다. 다시 오름길이 시작되는데, 이 길을 따라 10분 쯤 올라가면 호거대로 가는 갈림길인 작은범봉-삼지봉(904m)을 만나게 되고, 다시 10분 쯤 더 가면 범봉에 올라서게 된다(범봉에서 억산-1.7㎞, 팔풍재-1.2㎞, 운문산-2.8㎞, 딱밭재-0.8㎞).

 범봉은 이전에는 헬기장이 있었으나, 주변에 잡목이 자라는 바람에 대여섯 사람이 겨우 쉴 수 있는 공터로 변했다. 또한 범봉의 지명은 운문사 방면에서 바라보면 범 한 마리가 마치 먹이를 찾으려 웅크리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데서 유래됐다고 전한다. 범봉에서 같은 방향으로 직진하면 딱밭재로 가는 방향이고, 우리가 하산 하고자 하는 방향은 남쪽으로 진행방향 오른쪽(동남쪽·주능선길)이다.

 주능선에서 갈림길까지는 10분 정도 소요된다.(이정표 있음) 갈림길에서 왼쪽 길을 택하면 곧장 비탈길로 접어드는데 무덤까지 길은 완만한 오솔길이다. (범봉에서 15분 소요) 무덤을 지나자 길은 가파른 비탈길로 접어든다. 잇따라 이어지는 암릉과 너덜지대는 발목 부상에 유의해야 한다. 군데군데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보이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에 매료된다.  

억산 정상 표지석.

 점점 멀어져가는 억산의 우람한 모습을 뒤로하며, 무덤에서 첫 번째 만나는 전망대까지는 20여 분이 소요되고, 상운암계곡 치마바위가 손닿을 듯 가깝게 보이는 마지막 전망대까지는 다시 20여분 쯤 소요된다.

 마지막 전망대를 내려오면 곧 길은 좌우로 나눠진다. 어느 쪽을 택하든 큰 문제는 없지만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을 따르도록 한다. 왼쪽 길은 상운암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부담이 있다. 물을 만나는 대비골 하류 합수지점까지는 2분 정도 소요되고, 다시 3분쯤 더 내려가면 대비골과 이어지는 지점(오버행바위)에 닿게 된다. 물길을 건너는 지점에서 석골사 소형주차장까지 15분쯤 걸린다.

☞산행경로

언양→석남사→남명리마을→석골(마을 표지석)→석골사 앞 주차장→수리봉→문바위→사자바위→억산→팔풍재→삼지봉→억산→비로능선→대비골과 상운계곡 합수점→석골사(원점) 코스(15.8㎞  6시간 정도 소요)

□ 찾아가는 길
▷승용차: 언양~석남사~남명리마을~석골사마을 표지석~석골사 앞 주차장
▷시외버스: 석남사 앞 주차장에서 밀양방면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24번국도를 따라 얼음골-남명초교-석골마을 원서리 하차(약 2㎞-걸어서 20여 분)
 
□ 주변 먹거리·숙박 안내
▷시인과 촌장(석남사 입구): 비빔밥, 항아리수제비, 전통차, 장떡, 민속주(052-264-4707)
▷호남상회(석남터널 입구) :잔치국수, 찹쌀수제비, 파전, 동동주, 헛개나무 열매 등 각종 산야초 판매(010-6569-0035)
▷가지산 탄산유황온천 : 울산 울주군 상북면 덕현리(052-254-2216)
▷아이스밸리 리조트 : 밀양시 산내면 남양리 1-5(055-356-7139/7140)
▷가지산 탄산유황온천 : 울산 울주군 상북면 덕현리(052-254-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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