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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은퇴한 임원의 현장복귀, 갓 취임한 최고경영자의 급여전액 반납, 임원 전원 일괄사표 제출, 3/4분기 누적 영업 손실 3조 2천억원…. 이것이 세계 1위를 지켜오며 대한민국을 조선강국으로 이끌어온 현대중공업의 모습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이런 최악의 비상상황만큼 안타까운 것은 19년 연속 무분규로 업계의 귀감이자 울산시민 모두의 자랑이었던 현대중공업 노사가 7개월에 걸친 임단협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그동안 두 차례의 부분파업에다 오는 17일 또 다시 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국민적 우려를 낳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울산의 많은 기업 중에서 최대의 고용창출을 하고 있다. 본사 임직원만 2만7,000여명에 사내협력사 3만5,000여명 여기에 3,000여개 협력사를 더하면 총 40여만명이 현대중공업과 직간접 관계를 맺고 있으니 이는 웬만한 중소도시 인구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러한 고용효과 하나만 보더라도 현대중공업이 어려움에 처하면 울산경제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현대중공업의 임단협 장기화는 1개 기업의 차원을 넘어 협력회사 및 근로자, 가족, 소상공인은 물론 전후방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무엇보다도 지난 42년 동안 울산에 본사를 둔 대표적인 향토기업으로 세계 최고의 조선기업으로 성장하면서 19년 동안 무분규 역사를 써내려온 위대함에 대한 울산시민들의 자부심에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음은 그 어떤 경제적 가치로도 보상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야말로 우리경제의 골리앗 같은 현대중공업이 국내외 경제사정과 조선업계의 현실을 외면한 채 오랜 임단협 과정에서 불협화음을 내며 노사간 기나긴 줄다리기를 고수한다면 결국 어렵게 쌓아올린 조선 1등 기업의 위상에 타격을 줄 뿐 아니라 특히 국가적 지원을 받으며 빠른 추격을 벌이고 있는 중국 조선사와 옛 명성을 꿈꾸며 부활을 노리고 있는 일본의 조선사에 추월을 당하고야 말 것이다.

 물론 조선업계의 경영실적에 따른 성과급 비중이 높다보니 업황이 좋지 않으면 근로자들의 임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 조선업 경기저조와 맞물려 그동안 쌓여온 노조의 입장도 이해할만 하다. 노동조합이 임금인상과 근로조건의 개선을 위하여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는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 단결권은 헌법에 명시된 노동 3권이다. 하지만 성과보상을 넘어 지금은 회사생존을 전제로 한 일자리확보가 최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대내외적 현실을 감안하면 현대중공업의 생존 방안은 최고의 기술력과 고객으로부터의 두터운 신뢰형성이 우선돼야 한다. 건강한 노동력 없이 기술력과 신뢰를 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노사는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다. 이러한 동반자적 노사관계를 무시한 기업문화가 형성된다면 배는 방향을 잃고 또한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일자리마저 잃게 될지 모를 일이다. 최근 경영실적 악화에 따른 임원진의 대폭적인 사퇴와 조직축소, 임금체계 개선 등 일련의 고강도 자구안을 보면서 사측이 현 상황을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이는지 알 수 있다. 이에 노조도 한배를 탄 동반자로서 노사간 이해와 배려를 통해 하루빨리 임단협이 무사히 마무리되길 기대한다.

 올해도 이제 보름 남짓 남았다. 노사가 지금처럼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평행선을 달리며 해를 넘기게 된다면 19년 무분규란 역사적인 기록에 상반된 2년에 걸친 임단협이란 불명예스런 오명을 남길 것이다. 노사가 적어도 최후의 마지노선을 넘기지 않도록 한발 양보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지 고뇌하고 결단을 내려 희망찬 미래를 기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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