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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 부모는 아이들을 보면서 자신이 사멸하지 않음을, 자기 생이 이어짐을 믿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처럼 '부모와 다른 아이들'이 있다. 신체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혹은 기질적으로 이상(異常)을 가진 아이들이다. 게이, 청각장애인, 소인, 다운증후군, 자폐증, 정신분열증, 신동, 강간으로 잉태된 아이, 범죄자가 된 아이 등이 그들이다. 그들은 부모를 당황스럽게 하고 고통스럽게 한다.


 미국의 정신건강 분야 연구자이자 저술가인 솔로몬은 "부모를 닮은 한에서 자식은 부모에게 가장 소중한 경외의 대상이 되지만, 부모와 다른 범위에서 자식은 가장 격렬한 비방자가 된다"고 말했다.
 책은 장애인 등 일반인들과는 차이가 있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을 다룬다. 10년간 300여 가족의 얘기를 취재한 인터뷰만 4만 쪽이다.
 등장하는 사례는 각양각색이다. 로리는 세 살 때 앓은 급성뇌막염으로 청력을 잃었다. 음악가인 아버지 밥은 '좀 더 일찍 병원에 데려갔더라면…'이란 죄책감에 시달렸다. 로리는 독순술(讀脣術)을 익혀 일반학교에 적응했지만, 로리를 무시하고 쪽지로 의사소통을 하려는 야구부 코치를 만난 뒤 건청인(健聽人) 세상에 등을 돌렸다.
 청각장애학생을 위한 학교 갈로뎃 대학에 진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농아학교 교사가 됐다.
 제프·벳시 부부는 자폐증 딸 씨씨를 외부시설에 맡겼다. 씨씨가 동생 몰리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을 발견한 뒤부터다. 그 뒤 제프는 조울증을, 벳시는 우울증을 앓는다. 제프는 "세상 어딘가에 이 모든 상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지도 모르지만, 우리 부부는 결국 정신병을 얻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렇듯 각 사례는 극단적인 양상을 오가지만, 사례가 쌓이면 쌓일수록 본질적인 공통점이 드러난다.
 이를테면 △가족은 서로 평생에 걸쳐 영향을 주고 헌신을 요구한다 △누구의 삶도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진 않는다 △사람은 완전히 다른 누군가로 바뀔 수 없다 등이다. 저자는 "이 책에 나오는 개별 아이들의 상황은 각각 다를 수 있지만 가족 안에서, 그리고 사회 안에서 차이를 헤쳐나가는 과정은 대다수 사람에게 공통의 문제"라고 했다.
 무엇보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양육하는 과정과 관련해 다양하고 방대한 사례와 성공 및 실패의 경험들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유용한 가이드가 될 수 있다.
 차이를 인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부모들은 자녀와의 차이에 적응하려 했지만, 늘 성공적이진 않았다.
 그러나 저자는 누구도 그들보다 잘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 말한다. 청각 장애인들에게 수화 대신 발화교육만을 시키려 했던 부모, 왜소인의 키를 늘려 정상인에 가깝게 만드는 하지 연장술 등은 어쩌면 이들의 '다름'을 말살하려는 잘못된 욕망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솔로몬은 인간성에 대한 인식의 확장에 도전한다. 중증 정신질환자 또한 부모들의 헌신과 희생 덕택에 인간성을 발현하는 사례를 제시했다.
 우리가 열등한 차이로 구분하는 특질들도 또 다른 '정체성'일 뿐이다. 이들을 대하는 부모들 또한 극도의 헌신을 보여주는가 하면, 끔찍한 상황 속에서 절망하고 아이를 포기하기도 했다. 저자는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우리와 이 사회의 책임"이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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