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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킹산행(물길을 타지 않는 능선산행) 
주암마을에서 재약산으로 오르는 워킹산행 등산로는 크게 두 곳으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주암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계곡 산행 길로 산길은 완만하다. 재약산 안부 쉼터까지는 1시간 30여분 걸린다. 다른 하나는 능선산행으로 주계능선을 따라 올라가는 산행이다. 능선에 올라서면 산행 내내 시야가 펼쳐지는 곳으로 산행 경험이 있는 등산 애호가들이 주로 이용하는 코스다(재약산 안부 쉼터까지는 2시간정도 걸린다). 주계능선을 따라 가본다.

▲ 재약산 갈림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천황산(사자봉)


능선산행은 하산까지 5시간30분 코스
계곡 건너 작은 묘지 지나면 산행 시작
외길 걷다 밧줄구간 넘어 오른쪽 향해
주계바위·쉼터 등 지나 정상에 오르면
북쪽엔 천황산 동쪽엔 신불산 펼쳐져

 계곡을 건너 조그마한 묘지를 지나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곧바로 된비알이 시작되고 가파른 비탈길을 치고 올라야한다. 길은 외길이다. 주변은 여러 종류의 나무숲으로 우거져 적당한 햇빛으로 가파른 산길을 제외하곤 걷기가 좋다. 산행을 시작한지 30여분 뒤 길이가 5m가량 되는 밧줄구간이 앞길을 가로 막고 있다. 그러나 그리 위험한 구간은 아니다. 밧줄구간을 지나면 길은 두 갈림길로 나누어진다. 오른쪽 길을 택해야 한다. 왼쪽 길은 주계바위를 지나치는 등산로다. 곧바로 바위 암봉을 바라보고 직진해야 한다. 조금 뒤 주계능선이 시작되는 주계바위(775m)에 올라선다. 땀이 범벅이 되고, 힘도 들지만 바위에 올라서면 힘들게 올라온 것을 보상이라도 해주듯 막힘이 없는 경치가 펼쳐진다. 왼쪽으로는 주암계곡에서 흘러가는 배내천이 끝없이 이어지고 발아래는 천 길 낭떠러지인 주계바위이다. 고개를 뒤로 돌리면 배내봉과 영·알의 간월산과 신불산이 지척에 있고 재약산(수미봉)과 천황산(사자봉)이 구름 속에 가려있다. 주계바위를 지나면 능선길로 이어지는데 그리 힘들지 않고 재약산 안부 쉼터까지 오를 수 있다.
 
▲ 주계능선 마지막 전망대서 바라본 주계능선.
# 주계바위 ·심종태바위

주암계곡 초입에 있는 주계바위를 일부 산꾼들은 심종태바위라 부르고 있다. 그러나 주암마을 주민들의 구전에 의하여 전해 내려오고 있는 심종태바위는 이곳이 아니다. 심종태바위는 지금은 천왕정사(구 장수암)에서 산길을 따라 주암삼거리 휴게소 방향으로 15분 정도 더 올라가면 계곡을 건너야 하는 지점이 나온다. 이 계곡에 주 계곡을 따라 400여m정도 올라가다보면 북쪽 산기슭에 심종태바위가 있다. 이 바위 앞으로 능동산과 천황재 사이의 임도로 오르는 길이 있었다. 이곳 바위굴(窟)에는 한 노인이 기거하고 있었는데, 바위굴에 기거하는 노인이 외부인의 출입을 꺼려 등산로를 막아버렸다. 이곳에는 7~8명의 사람이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동굴이 있다. 구전에 의하여 전해 내려오고 있는 심종태바위에 관련된 전설은 다음과 같다.

 옛날 배내골에 심종태라는 효자가 살고 있었다. 효성이 지극한 심종태는 부모님의 제삿날에 쓸 송아지를 키우다가 어느 날 잃어버렸다. 심효자와 그 부인은 송아지를 찾아 사자평 주위를 며칠간 헤맨 뒤 밤이 되어 잠잘곳을 찾다가 수십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바위 밑에 들어가 자고 있었는데 도적떼들이 그들의 소굴로 돌아 온 것이다. 깜짝 놀란 심종태가 여기서 자고 있는 이유를 말하자 도적떼들은 그 송아지를 자기네들이 잡아먹었다고 말하고, 소 두 마리 값을 주면서 그의 효성을 극찬하였다고 한다. 효자 심종태는 소 두 마리를 사서 한 마리는 잡아서 부모님의 제사에 쓰고, 한 마리는 길러서 수십 마리로 늘려서 나중에는 부자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심종태가 잤던 바위를 가리켜 심종태바위라고 부르고 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 어느 곳을 택해도 주암삼거리 휴게소도착
물길산행과 워킹산행 중 어느 곳을 택하여도 주암삼거리 휴게소(재약산 쉼터)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십년 넘게 등산객들에게 먹을거리를 재공해주는 정지우, 추선희 부부가 있는데 간단한 요기를 비롯한 동동주, 파전, 도토리묵 등을 팔기도 하며, 10월경에는 재약산 고랭지 채소농사를 지어 등산객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한다. 재약산 쉼터에서 한숨을 고른 뒤 재약산(수미봉)을 향해 임도 길을 따른다. 쉼터에서 20여분 오르다 보면 재약산(수미봉) 갈림길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재약산-0.2km, 주암삼거리-0.9km, 천황재-1km이다. 재약산(수미봉)으로 가려면 진형방향 직진이고, 왼쪽은 고사리 분교의 옛터와 사자평으로 가는 길목이다.
 
# 사자평(獅子坪)

사자평은 영남알프스의 한 봉우리인 재약산(1,108m) 정상 동남쪽에 위치한 대평원이다. 신라 흥덕왕 4년(829)에 흥덕왕의 셋째 왕자가 병을 얻어 전국 방방곡곡의 명산과 약수를 찾아 두루 헤매다 이곳에 이르러 영정약수를 마시고 병이 낫게 되었다고 한다. 그 뒤로 이 산을 재약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표충사 북동쪽에 솟아오른 재약산을 중심으로 필봉(筆峯), 사자봉(獅子峯), 수미봉(須彌峯), 천황봉(天晃峯), 관음봉(觀音峯) 등의 연봉이 부챗살처럼 펼쳐져 있고, 상부의 8부 능선 부근인 해발 700~800m사이에는 '사자평' 또는 '칡밭'이라 불리는 고원지대가 있다. 광활한 분지는 120여만평으로 전국최대의 억새군락지로 가을철이면 일대 장관을 이룬다.

 조금 뒤  재약산(載藥山)-수미봉-1108m 정상에 오른다. 쉼터에서 대략 30분 정도 걸린 셈이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대단하다. 북쪽으로는 천황산(사자봉)-1189m가 그 위용을 드러내고 남쪽으로는 향로산과 재약봉, 코끼리봉이 표충사를 기점으로 부챗살처럼 펼쳐져 있고, 동쪽으로는 신불산을 비롯한 영축산이 일자로 길게 이어져있다. 또한 서쪽 산기슭에는 유명한 대사찰인 표충사를 비롯하여 부근에 내원암, 서상암, 진불암 등의 암자와 높이 50여m인 흑룡폭포, 층층폭포와 금강폭포 등이 있다.


▲ 재약산 정상표지석.

 정상에서 하산은 갔던 길을 되돌아 나와야 한다. 왼편 천황산 방향으로 길을 잡아 내려오면 억새가 출렁이는 천황재에 도착한다. 천황재 쉼터에는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털보산장과 은영이네 집이 장사를 하고 있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지금은 나무로 만든 간판이 대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천황재는 산꾼들 사이에 영남알프스 능선 중 비박을 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로 알려져 있다. 10여년 전만 하여도 별이 쏟아지는 텐트 속에서 밤하늘을 이불삼아 밤이슬을 베개 삼아 집시처럼 떠돌다가 재약산(수미산) 기슭에서 밤을 세워본 사람이면 그때의 추억이 생각날 것이다. 

 이곳에서 30여분가량 요기 겸 휴식을 취한 뒤 하산 길을 재촉해본다. 만약 가지고 온 차를 감안하지 않는다면 여러 곳으로 하산 길을 선택 할 수 있어 산행이 즐겁다. 여기서 천황산(사자봉)으로 올라가서 샘물상회를 지나 얼음골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쉽게 하산을 할 수 있고, 천황재에서 왼쪽 내원암 방면으로도 하산이 가능하다.
 천황산(사자봉)과 표충사 방면으로 하산을 하지 말고, 재약산 쉼터로 되돌아 내려와 주암계곡 방향(원점)으로 하산 길을 잡아본다.

 가을을 재촉하는 120여만평의 사자평 억새길 사이로 사색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길을 찾아 걷고 있다. 때로는 소란하고 때로는 출렁거리는 바람으로 넘치는 한없는 억새의 영토! 억새가 끊임없이 손을 흔들어대는 재약산 사자평고원, 억새벌판. 그곳에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고사리마을 사람들과의 추억을 떠 올릴 수가 있고, 이름보다 더 예쁜 처녀선생님도 깨진 유리창 너머로 함께 쓰러져가는 것들의 마지막 풍요속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던 기억속의 사자평이다. 또 천황산과 재약산 일원에는 수많은 전설과 명소가 곳곳에 산재해 있지만 단 하루의 일정으로 이곳 재약산, 천황산, 표충사의 층층폭포, 금강폭포, 옥류동천 계곡을 다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이렇게 아름다운 명소를 한 번씩 찾아가보기를 권하고 싶다.

 주암삼거리 휴게소(재약산 쉼터)에서 1시간 30분가량 주암계곡 길을 천천히 걸어 내려오면 주암마을 주차장에 도착된다. 주차장 맞은편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내려오면 차량 통행을 막기 위해 쇠줄이 처져있는 도로를 따라 내려오면 용주암과 철구소를 지나 원점인 강촌가든과 산천가(민박)에 도착되고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다.   산악인·중앙농협 정동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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