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햇살과 억새가 빚어내는 가을 교향곡
바람과 햇살과 억새가 빚어내는 가을 교향곡
  • 이수천
  • 2015.10.1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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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 재약산 사자평

어두침침한 날 스산하다가
날이 개면 언제 그랬냐는 듯
눈부실 정도로 화사하다.
역광에 반사되면
찬란한 금빛 억새 뽐내고
석양에 비치면 수줍은 홍조 띠고
달빛에 젖으면
이내 푸근한 솜털억새 옷 갈아 입고 억새는 무리를 이루면
화려함과 아름다움이 배가된다.
그 모습이 너무나 장관이라
광활한 평원의 가을파도,
광평추파(廣坪秋波)로 불린다.
억새밭에 가을 햇살이 엷게 비칠 때
스쳐가는 바람결이 빚어내는
억새들의 화려한 합창은
대자연의 교향곡이다.
모두가 시인이 되고
광평추파 확인하러 영남알프스
밀양 재약산 사자평에 가보자.

# '삼남의 금강' 전국적 명성
밀양 사자평에 오르면 사람들이 왜 이 가을에 산을 찾는지 이유를 알게 된다.
 13일 환경부와 밀양시에 따르면 영남의 대표 고산습지인 사자평의 지형과 식생을 되살리기 위해 정비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밀양시는 억새를 심는 등 생태를 복원해 습지의 원래 기능을 회복시켜 나가고 있어 영남의 대표 습지 '재약산 사자평' 제 모습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시는 영남알프스지역에 분포하는 환경 생태 자원을 활용한 생태관광지를 조성하고 나아가 글로벌 관광지역으로 발전시킬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 억새가 가을바람에 눕는 모습이'광활한 평원의 가을파도 같다'하여'광평추파(廣坪秋波)'라 일컬어지는 사자평을 찾은 등산객들이 억새와 바람과 햇살이 만들어내는 대자연의 풍광을 즐기고 있다.

1980년대 목장 조성위해 벌목 후 형성
8부 능선서 시작되는 400만㎡의 평원
가을이면 절정 달하는 '광평추파'장관
꼭 보존해야 할 자연문화유산으로 선정



 지금 밀양 사자평에는 바람에 휩쓸려 하얀 물결을 이루는 억새는 장관이다. 억새는 벌써 하얀 손을 들어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넓게 펼쳐진 억새밭에는 가을바람과 가을볕이 들어 있다.
 또 그 속에는 하얀 손 나부대는 억새가 부르는 가을 노래가 있다. 사람들은 억새가 부르는 노래를 가슴으로 듣는다. 사람들은 그 노래를 들으며 심하게 가을을 탄다.
 가을이 떠나기 전에 꼭 한번 가고 싶은 가을산, 영남알프스로 불려지는 천황산, 재약산이다.
 영남알프스 밀양 쪽 대표 산인 천황산, 재약산은 산세가 수려해 '삼남의 금강', '영남의 알프스' 로 불리어지는 명산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사자봉, 수미봉, 관음봉, 미륵봉, 향로봉 등 해발 900~1,000m에 달하는 봉우리로 사시사철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밀양8경 중의 하나이며, 금·은빛 물결이 장관을 이루는 사자평 억새는 현재까지 알려진 우리나라 고산습지 중에서 가장 넓은 재약산 사자평 산지습지가 있다.


 

#케이블카 타면 가볍게 접근 가능해
먼저 얼음골 케이블카를 타고 얼음골에서 재약산 사자평원으로 떠나보자.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는 산내면 구연마을에서 진참골 계곡까지 1,751m이며, 상부 승강장이 1,020m 고지까지 10분 만에 도착해 산행이 더 수월해진다.
 상부 승강장에 내려 전망대까지 280m 정도 하늘정원 데크로드를 걸으며 동쪽에 펼쳐진 사자평 억새와 영남알프스 산군의 원경을 조망할 수 있다.

 케이블카 상부 승강장 전망대인 녹산대에서는 좌측의 천황산과 재약산, 전방의 백호바위를 중심으로 한 백운산과 그 뒤에 좌우로 자리한 운문산과 가지산이 보인다.
 백운산 자락에는 시례 호박소와 오천평 반석, 천황산, 가지산 자락에는 얼음골 등 밀양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얼음골의 신비와 함께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라는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꿀사과라고 할 정도로 당도가 뛰어난 얼음골 사과를 맛볼 수도 있다.
 케이블카 상부승강장을 떠나 천황산으로 향하는 길에 샘물산장이 있다. 산장주변은 온통 억새밭이다. 여기에서 억새의 풍광과 처음 마주친다.

 샘물산장에서 천황봉으로 오르는 길은 아름다운 산길에 꼽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부드럽고 매력적이다.
 천황산 8부능선에서는 장쾌한 영남알프스의 전경을 감상하게 된다. 이 때부터 바람에 휘날리는 억새의 장관이 산 정상까지 펼쳐진다.

# 고지대 평평한 능선 사색하기 적격
사자평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기 위한 산행의 시작은 표충사다. 표충사에서 재약산에 오르는 길은 동서남북 사방으로 열려있다.
 우선 서쪽으로 금강폭포-한계암을 거쳐 사자봉에 오르는 길, 내원암에서 곧바로 사자봉으로 가는길, 내원암을 거쳐 진불암에서 수미봉으로 갈라지는 길이다.
 표충사 뒤를 돌아가는 길은 고사리분교 터를 거쳐 수미봉으로 가는 길과 남서방향으로 가다 층층폭포 고사리분교 터를 지난 수미봉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재약산의 진가는 정상 부근에 오르면 느낀다. 전체적으로 산세가 부드러우면서도 정상 일대는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진 수미봉과 사자봉이 남북으로 서 있다. 사자봉은 봉우리에 사자가 앉아있는 모양의 바위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큰 바위가 암벽을 형성하고 있다. 사방을 둘러보면 굽이굽이 산이다. 밀양방향의 서쪽 산자락엔 울긋불긋 단풍이 들고 있고 반대로 고개를 돌리면 사자평원의 억새군락과 둥글게 이어지는 능선이 금·은빛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사자봉에서 왼쪽으로 얼음골삼거리, 샘물산장, 능동산, 배내고개까지 이어지는 단풍사색길이다.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길이며 고지대 능선의 평평한 등산로를 걸으며 사색하기에 딱 좋은 길이다.
 사자봉에서 시선을 아래로 향하면 그 유명한 재약산 사자평원이다. 그냥 사자평이라고 부른다. 드넓은 평원에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물결이 마치 너울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를 떠오르게 한다.

 넓이가 400만㎡에 달하는 데다 억새풀과 관목으로 이루어져 그야말로 대평원이다. 사자평은 사자봉을 필두로 수미봉-관음봉-문수봉-재약봉-고암봉-향로봉-필봉 등 8개의 주요 봉우리에 둘러싸여있다.
 8부 능선에 형성된 타원형의 광활한 분지가 주는 감동이 남다르다. 말을 타고 벌판을 달리는 역사 드라마 속 무사의 모습이 잠시 떠오른다. 호연지기가 용솟음쳐 천하를 호령하고픈 환상에 잠시 빠지기도 한다.
 아니나 다를까 신라시대 삼국통일의 주역 화랑도가 수련한 곳이라고도 전해온다. 임진왜란 때는 사명대사가 승병을 훈련시켰다는 곳이기도 하다.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수많은 학자들이 찾아와 심신을 수련하며 학문을 닦은 명산이다.

 여순반란사건 때는 빨치산의 집결지이기도 했다. 화전민이 이곳에 밭을 일구어 고랭지 채소와 약재를 재배한 적도 있다. 그래서 한때는 사자평 언저리에 80여 가구의 민가가 형성돼 고사리학교라는 이름의 밀양산동초등학교 분교가 개설되기도 했다.

 수미봉에서 표충사 쪽으로 하산하는 길에 지금도 고사리학교 흔적이 남아있다.
 사자평은 1980년대에 목장을 조성하기 위해 큰 나무를 베어내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한다. 당시 목장 흔적을 보여주는 폐건물이 관목과 억새에 파묻혀 있다.목장이 어떤 연유에서 없어졌는 지 모르지만 그대로 있었다면 대관령목장 못지 않은 모습을 연출할 수 있지 않을까.

# 광활한 평원의 가을파도
사자평은 예전엔 억새풀이 밀집해 자른 곳만도 16만 여㎡에 이르렀다. 그래서 가을철 사자평 억새풍관을 '광활한 평원의 가을파도 같다'라 하여 '광평추파(廣坪秋波)'라 했다. 재약 8경 가운데 하나다.
 사자봉에서 가을바람을 맞으면 수미봉을 향해 천천히 내려가 사자평 속살에 가까이 가면 곳곳에 나무가 많이 자라 있다.

 사자평은 2007년에 꼭 보전해야 할 한국의 자연문화유산으로 선정됐다.
 사자평 습지보호지역은 재약산 정상부(해발 750~900m)에 위치한 면적 0.58㎡의 고산습지로서 2006년 12월 28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환경부와 밀양시는 영남의 대표 고산습지인 사자평의 지형과 식생을 되살리기 위해 정비 작업을 계속, 억새를 심는 등 생태를 복원해 습지의 원래 기능을 회복시켜 나가고 있다. 이수천기자 lsc@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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