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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다양한 식재료들이 많이 나 '맛의 계절'로 불린다. 그 봄의 절정인 요즘. 울산이 속한 동해안 인근은 겨우내에서 이쯤까지 속이 꽉찬 대게가 제철이다. 경북 울진 죽변항, 영덕 강구항, 포항 구룡포로 이어지는 바닷가에는 대게 축제들이 연이어 열리며 관광객들로 분주하다.
대게는 박달대게처럼 한 마리에 수십 만원씩하는 비싼 게가 있는 가 하면 홍게(붉은 대게)처럼 그나마 손쉽게 서민들이 찾을 수 있는 게까지 다양하다. 이름도 생소한 물게, 청게(너도대게), 빵게까지. 그 중 홍게는 가장 저렴한 편이지만, 사실 동해안 관광지에서 먹는 홍게는 가격적으로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울산에 크게 부담없는 가격으로 마음껏 홍게를 즐길 수 있는 홍게 무한리필집이 생겨 인기를 끌고 있다.

▲ 여종진 무한수산 대표가 질좋은 국내산 홍게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 동해안서 잡은 홍게만 취급
북구 호계동 271-4에 있는 무한수산 북구점이 그 곳. 이 곳 대표 여종진(37)씨는 1호점인 동구점에 이어 지난해 12월 2일 가게 문을 열었다. 이 곳의 주종목은 홍게. 홍게에는 글루타민산을 비롯해 구아닌산, 글리신 등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껍질에 많은 키틴은 체내 지방 축적을 방지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춘다. 여성과 아이에게 특히 좋다.
 게다가 "대게가 살로 먹는 맛이라면, 홍게는 장맛으로 먹는 것"이라는 여 대표의 말처럼 사시사철 살이 꽉 차 있을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 언제든지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이곳은 싱싱한 국내산 활 홍게를 취급해 더 인기가 높다. 무한리필 하면 왠지 질 낮고 저렴한 게를 쓰지 않을까 우려되지만, 그렇지 않다. 일부 다른 경쟁업체들의 경우 급냉을 한 게를 쪄서 내기도 하지만 이곳에선 살아있는 홍게만 쓴다.
 실제 러시아에서만 나는 대개 '랍스타'만 빼고 다 동해안에서 나는 게만 취급하고 있다. 본업은 홍게지만, 대게나 박달대게 등도 싯가로 함께 판매한다.
 1인당 무한리필 홍게가격은 어른기준 2만 2,000원으로 알밥이나 홍게라면이 같이 나오는 무한세트는 2만 4,000원이다.(소인 무한리필 1만1,000원, 무한세트 1만 3,000원).

# "안 좋은 게 취급할 바에 차라리 문닫아"
이렇게 질 좋은 홍게를 어떻게 무한리필로 제공할 수 있을까.
 여 대표는 그 대답을 성실에서 찾았다. 그는 "구룡포나 울진에서 3일치 분량으로 1,000여 마리씩 공수해 온다. 원래 게를 좋아해 가게를 열 때도 싱싱한 좋은 게를 취급하는 것을 제일 큰 원칙으로 삼았다. 그래서 직접 동해안 선주들을 만나 게 구입을 협의했고, 찌기 전에 선별해 살이 너무 없거나 상태가 안좋을 땐 버리기도 한다"고 했다.
 여 대표는 "원래 게를 먹는 걸 좋아해 먹으러 많이 다녔는데, 한번은 포항 무한리필집에서 상태가 너무 안 좋은 게를 파는 것도 봤다. 그렇게 안하려고 작년 겨울 1kg당 대게가 8만원 까지 오르는 등 게값이 최고로 비쌌을 때는 안 좋은 게를 취급할 바에는 아예 몇일간 문을 닫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그 시기 30~40명 예약팀이 있었는데, 게 상태가 안좋아 판매가 힘들다고 하자 이후 가게를 다시 찾아주셨다"며 "당시 다른 가게들은 일단 운영을 해야하니 안 좋은 게도 섞어쓰며 판매를 했던 게 우리 가게와 차별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가격대비 질 좋은 홍게만 고집하다보니 가게는 저녁이나 특히 주말에는 발디딜틈 없다.
 
# 종업원이 먼저 "더 드릴까요"
특히 만족스런 건 정말 마음놓고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점. 지난 20일 찾은 가게에서는 한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점원들이 일정양의 홍게가 삶아질 때마다 홍게가 떨어진 테이블에 먼저 가서 "손님 좀 더 드릴까요"라고 물어보고 리필을 해줬던 것.  어떤 손님은 "네 조금 더 주세요"라며 맛있게 먹고 또 어떤 손님은 "우린 이제 다 먹었어요"했다.
 홍게 무한리필점에 가면 한번씩 겪게 되는 눈치나 주문을 먼저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었서 좋았다.
 홍게도 홍게지만, 서비스로 나오는 다양한 기본요리가 먼저 눈과 입을 사로잡았다.
 특히 새우, 홍합, 조개살, 오징어 등이 많이 들어간 해물파전이 맛있었다. 해산물의 풍미가 바삭바삭한 전과 함께 고소하게 입 속에서 녹아들었다. 또 손님 속을 달래는 스프와 생당근도 에피타이저로 나온다. 또 추가 메뉴로 구성돼 있는 해물계란탕과 홍게라면, 홍게알밥도 인기 3종 세트.

▲ 평일 저녁 무한수산 북구점을 찾은 손님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 해물파전 등 서비스 요리도 일품
해물계란탕에는 역시나 다양한 해산물이 풍성하게 들어가 속을 편안하게 해주면서도 씹는 미감이 매우 뛰어나다. 안주로 가장 인기있는 메뉴다.
 이 집의 또하나 특징은 재탕이 없다는 것이다. 손님들이 남긴 게는 절대로 다시 쪄서 상에 내지 않고, 차라리 홍게 튀김 등을 만들어 서비스 안주로 준다.
 그는 "게를 들여올 때 여러 배에서 한 번에 사온다. 보통 배들이 저마다 다른 크기를 잡기 때문에 손님상에 오르는 게들도 크기가 다를 경우는 있다. 하지만 애초 가게 방침이 원래 비싼 좋은 게를 부담없이 파는 것인만큼 울산 어디서도 이 가격에 이정도 질의 홍게를 맛보긴 힘드실 것이란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손님들이 정말 맛있게 잘 먹고 갈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는 그는 "고향이 충북 보은이다. 어릴적 시골에 살아서 그런지 손이 크고 인심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버리는 것 보단 많이 드리는 게 낫다는 마음으로 운영하는 가게인만큼 언제든 편안한 마음으로 게가 드시고 싶을 때 찾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운영시간 오후 4시~새벽 2시. 문의 010-5221-1566  글=김주영기자 uskjy@·사진=노윤서기자 usn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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