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희영과 함께하는 울산근교 산행] 정각산·구천산
[진희영과 함께하는 울산근교 산행] 정각산·구천산
  • 울산신문
  • 2016.06.2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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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의 근심 씻어내는 호젓한 산행 안성맞춤
▲ 금을 채취했던 금광굴. 굴 안쪽에서 밖을 내다보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 경치가 경이롭다.

정각산과 구천산은 영남알프스 산군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있다. 산은 해발 1,000m에 못 미치지만 영남알프스의 서쪽 사면과 운문산에서 흘러내린 산줄기가 범봉과 억산을 지나 북암산, 구만산까지 이어지는 산그리메는 더 없이 좋은 곳이다. 또한 정각산과 정승봉, 구천산(영산)이 이어지면서 만들어놓은 계곡에는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천혜의 요새처럼 한 여름에도 차가운 기운을 느낄 수가 있으며, 주변의 이름난 산들에 가려 등산객들의 발길이 적어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 구천마을에서 산행시작
이번 산행의 들머리는 울산에서 표충사로 넘어가는 길목인 구천마을에서 시작된다. 구천(九川)이라는 이름은 밀양에서 이곳까지 가려면 아홉 개의 개울 천(川)을 건너야만 도착할 수 있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을회관을 지나 마을안쪽으로 들어가면 길이 둘로 나누어지는데 삼각 지점에서 왼쪽도로를 따른다. 조금 뒤 '후니'라는 펜션 표지석을 지나 다리를 건너면 왼쪽 대추나무 밭 사이로 작은 소로가 이어지고, 대추나무 밭을 빠져나가면 임도와 연결된다. 임도를 따라 3분정도 걷는다. 조금 뒤 왼쪽으로 버섯재배하우스를 지나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여인의 치마처럼 산허리를 두르고 있는 치매듬바위를 오른쪽으로 쳐다보면서 치매듬골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친구삼아 15분정도 느긋하게 올라서면 높이가 4~5m정도 돼 보이는 작은 폭포가 얼굴을 내미는데 흐르는 물소리가 제법 운치가 있다.
 폭포를 뒤로하고 완만하게 난 등로를 따라 10여분정도 올라가면 치마바위 입구에 도착하는데, 치매듬이라고도 하는 웅장한 바위가 그 위용을 자랑한다. 마치 여인의 치마를 산 전체가 두른 듯 기이하게 보이는 바위다. 바위를 뒤로 하고 한참 발품을 팔아 올라가니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 방향으로 잠시 들어가면 멋진 정각폭포가 나타나는데, 흐르는 물의 양이 적어 여름 우기(雨期) 때를 제외하곤 건폭에 불과하다.
 정각폭포를 지나 가파른 산길을 20여분쯤 올라가면 사방이 탁 트이는 전망바위에 올라선다. 이곳에서는 조금 전 올라온 구천마을이 발아래로 내려다보이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잠시 돌리면 향로산과 이어지는 산그리메가 압권이고, 필봉(筆鋒)은 더욱 뾰족하게 보인다. 전망바위를 지나면 등로는 약간 완만해진다. 2~3개의 무덤을 지나 조금 올라가니 널따란 임도와 연결된다. 임도를 따라 잠시 올라가면 (폐)금광굴이 나타난다. 마을사람들에 의하면 이곳에서 금을 채취하던 금광이 있었던 곳이라 한다.

▲ 폐금광 외부.
# 금 채취했던 금광굴
금광 굴(窟) 안쪽에 들어서자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내부는 사람이 서서 다녀도 될 정도로 천장이 높고, 안쪽 굴 일부는 무너져 내린 듯 한 곳도 있다. 이 곳 저 곳을 들여다보며 구경을 하다가 밖을 내다보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 경치 또한 경이롭다. 동굴 밖에서 바라본 경관도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가까이는 맞은편 향로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오고, 치매등골과 구천마을의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몇 장의 사진을 카메라에 담고 왼쪽 능선을 따라 10분 정도 올라서면 능선 삼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정각산-0.16㎞, 구천리회관-3.5㎞, 끝 방재-2.2㎞)이다. 정각산(860m)은 이곳에서 왼쪽으로 160m 지점에 있고, 갔다가 오려면 10분 정도 걸린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주변의 나무들에 가려 다른 경관을 감상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정각산을 뒤로하고 갔던 길을 다시 돌아 나와 끝방재로 발길을 돌린다.

▲ 사방이 탁 트인 정각산 안부 전망바위.
 정각산(鼎角山)은 산봉우리의 모양이 마치 쇠뿔(牛角)처럼 생겼다는 데서 유래하고 솥뿔(鼎角)로 표기한 것이라고도 한다. 또한 세 갈래의 솥발(다리)과 같다 해서 정각산(鼎角山)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밀양지(密陽誌)는 기록돼 있다.
 약간 내리막길이 이어지면서 등산로도 넓고 걷기가 편할 뿐만 아니라 호적한 산길이 이어진다. 등로 주변에는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을 자란 소나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내뿜는 솔향기를 가슴 깊숙이 마시면서 20여분 동안 걸어가다 보면 암석지대를 지난 뒤 10여분정도 걸어가니 이정표가 있는 끝 방재(575m)에 도착한다.(실혜봉-3.9㎞, 정승동-1.4㎞, 송백교회-4.3㎞, 정각산-2.4㎞) 산행이 힘들다면 이곳에서 오른쪽은 정승동 펜션단지로 내려갈 수도 있다. 왼쪽은 밀양 송백마을로 가는 임도와 연결되는 곳이다. 북쪽(실혜봉)으로 발길을 돌린다. 세 개의 무덤을 지나 완만한 오름길이 20여분간 이어지고, 잠시 후 (767m)푯말이 나무에 걸려있는 미륵봉에 도착한다. 미륵봉에서 약간의 휴식을 취한 뒤 다시 평탄한 능선길을 20여분쯤 오르면 정각7구조 표시목이 있고, 미륵봉아래 미륵사 가는 왼쪽 길과 우회 등로인 오른쪽 길도 있다. 직진하면 주능선분기점을 지나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안부(695m)사거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왼쪽은 곤지봉 능선으로 가는 등로이고, 오른쪽으로 이어가면 805봉에 이르고, 동쪽 방향인 우측으로 좀 더 오르면 실혜봉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은 어는 산행 동우회에서 설치한 자그마한 돌 표지석엔 실혜봉(828.3m)과 혜남산이라는 이름과 스텐정상표엔 <정각산(실혜봉-828m)>라고 적혀 있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  

# 영남알프스 주봉이 발아래 펼쳐지는 정승봉
실혜산 정상 표지석을 뒤로하고 북동쪽으로 조금 내려오면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약 7분정도 내려오면 우회로와 마주하는 접속 길에 6번 구조표시목이 있는 곳에 도착한다. 구조 표시목을 지나면 약간의 내리막길이 이어지다가 다시 등로는 서서히 고도를 높여가고, 잠시 오름길을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우측 길을 버리고 좌측 능선길로 올라서니 가파른 암릉길이 이어져 조심해서 올라서니 누군가가 이곳을 정승봉이라고 적은 조그마한 돌이 이곳을 지키고 있다. 지도상 794m의 무명봉인 것 같다. 무명봉을 지나 잠시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다시 가파른 바위길을 지나 바위봉에 오르면 조망이 활짝 열려는 북암산, 억산, 운문산, 가지산 등 영남알프스의 주봉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암봉과 조망이 열리는 구간이다. 곧이어 정승봉(803m) 정상에 도착한다. 정승봉(政丞峰)정상에는 최근에 설치된 정상석과 삼각점(지도 △802.1m)이 있고, 북암산과 억산을 비롯하여 손에 잡힐 듯한 사자봉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조망이 좋다.
 정승봉에서 눈이 닿는 영남알프스의 모든 산군들을 둘러본 뒤 남쪽으로 내려서면 약간의 내림막이 이어지고 다시 고도를 높여 가면서 지나온 길들을 뒤돌아보면 실혜산과 정승봉, 그 너머로 억산능선이 선명하게 보인다.  정승봉(政丞峰)은 정승골에서 유래된 듯하다. 옛날 정승이 역병이 든 가족을 데리고 이 골짜기에서 살았다해 붙여진 이름이라 전하기도 하고, 정승이 이곳에 귀향와서 붙여진 이름이라 하지만 어디에도 그 근거를 찾을 수가 없다.
 정승봉을 지나 821m봉과 827m봉을 차례로 지나 완만한 능선길을 15분 정도 걸어오면 이정표가 서있고, 도래재로 내려가는 갈림길인 정승고개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도래재-2.2km, 정각산-6.3km 이다. 이곳에서 왼쪽은 도래재 가는 등로이다. 진행방향 앞을 가로막고 있는 구천산을 올려다보니 구천산이 웅장하게 서있다.
 
도래재
                                         이재금
 
언양땅을 넘어가면 석남고개
밀양땅을 넘어오면 도래재고개
일흔일곱 굽이굽이 소쩍새 울어
실안개 피는 자락 눈물 맺힌다
돌아서서 가신님 돌아오는 고개
※도래재 - 밀양시 산내면 남명리 내촌(가래나무골)에서 단장면 구천리 삼거리로 이어지는 고개

▲ 치매듬바위.
 이 시(詩)를 빌어 옛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옛날 아주 먼 옛날에 단장면에 사는 어느 농부의 딸이 산내면 시례골에 사는 화전민 농부의 아들과 혼인해 이 고개를 넘어 시집을 갔는데, 시집이 너무나 가난해 조상을 받들며 시부모를 모시고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었다. 몇 년을 살지 못해 남편을 두고 어린 것은 등에 업고 친정으로 떠났다. 소매 깃 부여잡은 부부는 이 고개 마루에서 눈물로 돌아 섰으나, 하루 이틀 날이 갈수록 시부모님이 걱정되고 남편이 가여워서 친정집 따뜻한 쌀밥도 목이 매여 넘어가지 않았다. 이윽고 머리에 이고 손에 들 만큼 양식을 얻어 길을 나섰다. 원구천을 지나 비탈길을 올라 고갯마루에 도착할 즈음 해는 서산으로 기울고 있었다. 이때 애타게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있었으니 자기의 사랑하는 남편이었다. 남편은 몇 날을 먹지도 않고 기약도 없이 이 고갯마루에 와서 아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부부는 부둥켜안고 한없이 울고 난 다음 달빛으로 길을 밝혀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부터 친정에서 얻어온 씨앗을 뿌리고 화전을 더 많이 일구며 '아무리 시집살이가 고달파도 너 일생은 그 가문에 바쳐야 한다.'는 친정 부모님의 말씀을 노래하면서 참고 견디고 열심히 농사를 지어 부자가 됐다. 자녀가 번창해 산내면 시례골에 학문을 펼치니 시와 예가 있는 마을 시례를 이루어 내고 은혜를 베풀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도래재에 얽힌 이야기를 생각해보며 우뚝 솟은 구천산을 보고 발길을 옮긴다. 오늘 산행의 마지막 오름길이자 오늘 산행의 최고봉이다. 서서히 고도를 높여가면서 오름길을 15분정도 쉬엄쉬엄 올라가니 제법 넓은 정상부근에 정상석이 있다. 구천산(888m)을 일명 영산이라고도 부르는데, 각 방향별로 조망이 좋아 정상석 대신 조망도를 그려놓았는데 눈여겨 볼만하다.

# 동부경남 유명산 한눈에 펼쳐지는 구천산 정상
정상에 서면 지나온 정승봉과 실혜산 그 너머로 운문산과 가지산이 선명하게 보이고, 국도 24호선을 비롯해 가지산, 운문산, 억산, 구만산으로 이어지는 '운문지맥'이 한 눈에 들어온다. 또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능동산 간월산으로 연결되는 영남알프스의 주능선을 조망할 수 있으며, 동부경남의 유명산은 이곳에서 모두 살필 수 있다.
 구천산 정상의 정상석에 그려진 주위 산들을 머릿속에 그려보면서 맞은편 다소 가파른 내리막길을 지나 조금 더 내려가면 폐 헬기장이 있다. 이곳을 지나 약간의 오름길에 올라서면 지도에도 없는 삼각점 705.4m봉이다. 삼각점을 넘어 좀 더 가면 오른쪽에 전망바위가 나온다. 전망바위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지도상 표시된 584봉에 이르지만 삼각점은 보이질 않고, 공동묘지가 있는 곳이다. 공동묘지를 지나 오른쪽 갈림길로 접어들면 다시 묘지가 잇달아 나타난다. 공동묘지를 지나 가파른 내리막길을 15분 정도 내려오니 임도와 연결되고 곧바로 포장도로와 마주한다. 임도에서 왼쪽으로 조금가면 안내문과 반사경이 있는 전봇대에서 임도를 버리고 우측 산길로 들어가서 마을 쪽으로 내려가게 되는데 몇 차례의 갈림길이 있으나 마을을 바라보며 진행하면 된다. 반사경이 있는 길 뒤쪽으로 진행하여 대숲을 빠져나와 좌측 골목길을 돌아 나오면 구천마을 입구에 이르면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다.
 구천마을 버스주차장에서 출발해 정각산(859.5m)과 끝방재, 미륵봉(767m), 실혜봉(828m), 정승봉(803m), 정승고개, 구천산(888.2m)이로 이어지는 다섯 개의 봉우리(꼭지점)을 종주하면서 영남알프스의 서쪽 사면과 운문산에서 흘러내린 산줄기가 범봉과 억산을 지나 북암산, 구만산까지 이어지는 산그리메는 더 없이 좋다. 그러나 산행도중 끝없이 이어지는 등고(登高)를 감내해야만 한다. 높낮이가 각기 다른 다섯 개의 봉우리를 한 번에 종주하는데  6~7시간정도 걸린다.  (산악인·중앙농협 신복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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