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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성은 임진왜란이라는 420여 년 전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의 블랙박스다.

 부산을 중심으로 울산에서 전남 여수까지 한반도 동남해안 일대에 분포해 있으며 일본에서도 보기 힘든 일본 고유 양식 성곽의 원형으로 남아 있다. 문화적, 역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왜성은 임진왜란의 침략을 대변하는 유적으로 인식돼 지금까지 홀대를 받아왔다.

 한겨레신문이 지난 2015년 부산, 울산, 경남, 전남지역 31개의 왜성을 취재해, 임진왜란을 현대적 시각에서 재해석한 15편의 시리즈로 게재했다. 이번 책은 그 연재물들을 모아 <역사의 블랙박스 왜성의 재발견>이라는 단행권으로 펴냈다.

 연재에는 한겨레에 입사해 28년째 부산과 울산에서 취재활동을 하고 있는 신동명 영남팀장을 비롯해 최상원 기자, 김영동 기자가 직접 현장을 찾아 썼다.

신동명 기자
 16세기 후반 한일중 동북아 3국의 국제전쟁이었던 임진왜란 7년 동안 왜군은 울산에서 전남 순천까지 동남해안 일대에 성을 쌓았다. 현재 행정구역으로 왜성은 부산 11개, 울산 2개, 경남 17개, 전남 1개 등 모두 31개가 분포돼 있다.

 책은 부산 증산왜성을 비롯해 동래왜성, 기장 죽성리왜성, 서생포왜성, 진해 웅천왜성, 거제 영등포왜성, 마산왜성, 울산왜성, 순천왜성 등을 다루며 풍부한 사진과 지도를 곁들여 성곽 연구의 자료로도 활용 가능하며 일반인들이 들고 답사를 가도 좋은 참고가 될 만하다.

 저자들은 책머리에서 "왜군이 남해안에 집중적으로 성을 쌓은 것은 성에 의지해 조·명 연합군의 공격 등에 최대한 버티다가 여의치 않으면 바닷길을 통해 일본으로 안전하게 철수하려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왜성은 치욕의 상징물이 아니라, 임진왜란이라는 절체절명의 국난을 극복한 우리 조상이 자손들에게 당당히 물려준 전리품이다"며 "우리 역사의 한 단면이자 당당한 전리품인 왜성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거두고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산지니. 224쪽. 1만 5,000원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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