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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동천병원 뇌혈관신경센터 유민욱 전문의가 최근 시력 저하로 내원한 환자에게 뇌하수체 종양과 관련된 증상에 대해 상담하고 있다.

최홍만. 한 때 모래판을 휘어잡던 씨름 장사였다. 테크노 골리앗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그는 현재 이종격투기 선수로 전직해 모래판이 아닌 링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이렇게 큰 몸과 얼굴을 가지게 된 원인은 뇌하수체 종양이 있었기 때문이다. DK동천병원 뇌혈관신경센터 유민욱 전문의를 만나 더 이상 희귀질병이 아닌 뇌종양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들어봤다.

# 호르몬 생성해 신체기관 조절하는 뇌하수체
뇌하수체는 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부위로 호르몬을 만드는 기능을 한다.
 여러 가지 호르몬들을 분비해 갑상선, 고환, 난소, 골격 등 여러 기관들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하는 조직이다.
 뇌하수체가 종양이나 염증 등의 원인으로 손상되면 그 기능이 떨어져 '뇌하수체 기능 저하증' 이 된다.
 반대로 호르몬을 과다하게 생산하게 되면 '뇌하수체 기능 항진증' 이 된다.

# 뇌종양의 15~20% 차지
이 뇌하수체에 종양 (오른쪽 아래 작은그림의 화살표) 이 발생되는 경우가 꽤나 많은데 뇌종양의 약 15~20%가 바로 이 뇌하수체 종양이다.
 이 부위에 생긴 종양은 99% 양성 종양으로 수술로 제거만 한다면 완치가 가능하다.
 증상이 없거나 미미할 때 조기에 진단해 수술하는 것 만이 최선의 치료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종양으로 인해 생긴 장애는 수술을 한다고 좋아지지 않는다.
 최홍만 선수가 수술을 받은 후 세간에 알려지게 된 뇌하수체 종양은 이른바 거인증이라 불리는 말단비대증(acromegaly)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호르몬 이상·시야 좁아지면 일단 의심
성장호르몬 분비 말단비대증 유발도
99% 양성으로 제거만 하면 완치가능
코 통한 내시경수술로 흉터없이 절제


 이는 성장이 끝난 후에도 뇌하수체에서 성장호르몬을 분비하는 종양(혹)이 생겨서 얼굴과 손발이 커지는 질환이다
 말단비대증은 얼굴 변형, 손과 발의 비대, 심장비대 등 증상이 있고 고혈압, 뇌졸중, 심근경색, 수면무호흡증, 당뇨병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또 대장암(직장암) 등 종양의 발생 위험이 커진다.
 
# 시신경 바로 아래서 발생
뇌하수체 종양은 주위 조직을 압박해 여러 증상을 나타내게 된다. 
 대표적으로 시력이 떨어지거나, 시야가 좁아지거나, 물체가 2개로 보이는 증상을 많이 나타나게 된다.
 이유는 이 뇌하수체가 시신경 바로 밑에 존재해 종양이 커져서 시신경을 누르면서 이러한 증상을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상당수 환자들이 시야가 좁아진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고 교통사고로 머리를 검사하다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 뇌하수체 종양 환자의 MRI 촬영사진. 화살표 부분에 종양이 선명이 보인다.
 뇌하수체 종양이 생겨서 이와 같은 증상이 생긴다면 CT 혹은 MRI를 이용해 진단하게 된다.
 X-ray나 피검사로는 종양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종양으로 인해 시야 및 시력이 얼마나 나빠졌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안과 검사와 호르몬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호르몬 검사도 추가적으로 하게 된다.
 과거에는 머리뼈를 제거해 이런 뇌하수체를 덜어내는 수술을 종종 시행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코를 통해 수술하는 내시경적 수술 제거 술이 발달해 외부의 흉터없이 완전 절제를 할 수 있게 됐다.

# 단순 시력저하·노안으로 치부 쉬워
제거만 한다면 완치가 가능하고 늦게 발견돼 생긴 장애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무엇보다 조기 진단이 중요한 질병이다.
 만약 수술이 어렵다거나 수술 후에 종양이 남아있다면 방사선을 이용한 수술도 고려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뇌하수체 바로 위로 시신경이 존재하며 이러한 시신경은 방사선에 취약하기 때문에 시행 여부는 전문의와 긴밀히 상의한 뒤 결정해야 한다.
 보통은 방사선 없이 수술만으로도 95% 이상 종양의 성장이 억제되므로 수술 후에는 경과를 지켜보며 향후 계획을 세우게 된다.

 유민욱 전문의는 "월경 주기가 이상하거나 유즙이 나오는 등 호르몬의 이상이 있거나 시야가 좁아지는 증상이 있다면 꼭 뇌하수체 종양을 의심해야 한다"며 "이런 증상이 있어도 단순 시력 저하나 노화 현상으로 넘겨버린 후 증상을 키우는 안타까운 경우 종종 봐온 입장이다보니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 보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정리=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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