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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이성웅 시인 

언제부턴가 내 속을
둥둥 떠다니는 섬 하나 있어

지중해 보다 진한 빛으로
내 늑골 한모서리를

울렁증 배 멀미로 닻을 내린 섬
한반도 아침을 맨 먼저 열어온 섬

저동항 촛대바위 애달픈 전설도
층암단애 병풍을 두른 도동항 해안로도
250만년 용암이 던진 화두일진데

시리도록 투명한 해안 길에서 
자꾸만 하얀 포말의 물음표에 서성이네

성인봉 저 건너 잡힐 듯 고독한 섬
독도는 지척인데

나라분지 너와집 삼나물에
껍데기술 한잔이 켜여서

떨칠수록 파고드는 파도처럼  
단단한 물의 끈으로 이어진
우리네 핏줄이어서

●이성웅 시인 - 1955년 밀양 출생. '울산문학' 신인상. 한국표준협회 전문위원. 울산문인협회, 시와소금 시인회, 두레문학회원. 시집 '엘콘도르파샤'.


▲ 류윤모 시인
울릉도 하면 "울릉 울릉 울렁대는 처녀 가슴~"하는 유행가 가사처럼 친숙한, 울산의 지척에 있는 섬. 울릉도와 울산. 작명 또한. 관계란 무엇인가? 좋은 관계라 할지라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은 역시 남. 혈연은 세월이 가도 미우나 고우나 찌꺼기처럼 남는 것.
 범주의 시인이라면 눈앞의 풍경이나 한가로이 노래할 뿐. 부유하던 시인의 국토관이 울릉도에 발을 내딛는 순간 늑골 한 모서리에 박히듯 비로소 무겁게 닻을 내리게 된다는 인식의 지평에 이른다. 우주만물은 상호관계의 그물망으로 엮여 있다는 연기론적인, 보이지 않는 끈의 혈연이라는 주제를 일관되게 이끌어내며…. 시인의 근작들은 찬찬히 뜯어보면 지역 문단에서는 고르게, 주목되는 반열에 올라있다.
 울릉도, 독도는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는 새끼손가락들. 이미 제 몸 제살이거늘 어찌 단지하듯 잘라 낼 것인가.
 하지만 반일감정이 극일로 향해야 하거늘, 백년전 선조들의 족적을 바로 잡을 수 없는 후손들끼리 친일파니 뭐니 후벼파고 연좌제를 뒤집어 씌워 싸움박질이나 하는 소란스런 내부용이 아닌가 하는 우려. 애국애족이 먼저. 땅은 지키고 사람은 절반쯤 잃어도 좋은지. 우리끼리 편 갈라 싸우는 것으로 이룰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 아직 섬나라 종족이니 뭐니 깔보기엔 순조로이 흐르는 선진 일본의 도로와 앞다퉈가려다 곳곳에서 병목 현상을 일으키는 우리의 후진적인 교통질서만 대비해 봐도 탄식이 절로. 삼성전자, 케이팝 말고 딱히 앞서는 게 뭐가 있는지.
 파도소리에도 묻어오는 '형! 나 여기 있어'하는 끈 떨어질까 겁먹은 막내들의 외침, 진정한 극일만이 막내들을 보호해 줄 보호막. 홀가분해야할 여행지에서 던진 질문을 통해 끈끈한 혈연임을 갈파해내는 웅숭깊은 시인의 마음처럼.  류윤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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