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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회 
부산 해운대구 중동

지구 반대편 정열의 나라 브라질 리우데 자네이루에서 열린 지구촌의 축제인 2016 하계올림픽이 8월의 태양처럼 뜨거웠던 열기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막을 내린 지도 어느덧 열흘 가까이 지났다.

 나를 비롯한 우리 국민들도 태극전사들이 우리나라의 명예를 걸고 피땀으로 준비해 온 지난 4년의 결실을 맺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아낌없는 응원의 박수갈채를 보냈다. 물론,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있어 가장 큰 결실은 당연히 메달이다. 하지만 때로는 메달보다 더 값지고 중요한 것이 있다.

 올림픽 일정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각국의 메달 경쟁이 치열했던 가운데, 육상 여자 5,000m 예선전에서 뉴질랜드 대표 니키 햄블린과 미국 대표 애비 디아고스티노 선수가 보여준 스포츠맨십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 바 있다.

 레이스 도중 뒤에서 달리던 디아고스티노는 선수들과 뒤엉켜 넘어져 일어날 생각을 못한 채 머리를 감싸 쥐고 울먹이던 햄블린에게 다가가 함께 가자며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함께 넘어지면서 입은 무릎 통증 탓에 더 이상 달리기가 어려웠던 디아고스티노에게 이번에는 햄블린이 힘을 불어 넣어주며 "조금 더"를 외쳤고, 결국 그들은 함께 결승선을 통과한 뒤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이를 지켜보던 관중들은 모두 기립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경기 후 햄블린은 "나는 결코 이순간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사람들이 20년 후에 리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면 이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말했고, 워싱턴포스트지는 "스타팅 라인에 섰을 때는 이들은 이방인이였지만 20분 남짓한 시간이 지난 후 영원한 관계가 됐다"고 전하며 두 선수의 일화를 소개했다.

 나 또한 아침을 먹으면서 이 소식을 접한 순간 가슴이 뭉클해짐과 함께 감동이 온몸으로 밀려와 들고 있던 수저를 잠시 놓을 수밖에 없었다. 출근길 매일 접하는 동해바다와 코발트색 하늘이 그날따라 유난히도 파랗게 느껴졌다.

 국내 첫 상업용 원자로인 고리 1호기가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후로 그동안 원자력발전과 관련된 제반시설을 건립하고자 할 때마다 지역 사회와의 갈등과 반목이 발생했다. 원자력에 대한 경제성이나 국내 에너지 상황은 이해하지만, 안전성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일부에서는 단순 고장으로 원전 가동이 중단되어도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반복해서 제기하고 있고, 한수원은 이에 대해 정상적인 운영 과정이기에 크게 염려 할 필요가 없다고 수없이 설명해 왔다.

 이와 같이 동일한 상황에 대한 지역 주민과 사업자 측의 인식 차이는 아직도 적지 않은 괴리가 남아있다. 하지만, 이제는 상생의 가치를 전제로 하는 쌍방향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전의 안전한 운영, 지역 주민과의 소통은 모두 사람에게 달린 문제인 만큼, 사업자인 한수원 측은 과거 정부 정책의 폐단으로 형성된 불신과 대립의 관계가 아닌, 더불어 함께하는 공동체 의식을 갖고 지역주민의 입장에 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이에 지역 사회 지도층과 여론 주도층은 원전에 대한 보다 폭 넓은 이해와 관심을 가져준다면 올림픽에서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 두 여자 육상 선수의 예와 같이 동반자적 관계로의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발전소 인근 지역의 발전에 보탬이 되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한 마음이 되어 지역사회의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과 지혜를 결집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상생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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