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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서순옥
호기심에 제동 걸고
호수 한가운데 돌을 던졌는데
자지러지는 비명도 없이
노여움에 커다란 입 벌린 호수

궤도를 연거푸 그리며
점점 휘둥그레지는 포물선
긴장한 물살의 떨림을 보고도
나는 미안해 할 줄 모른다

한걸음 뒤로 물러나 다시 보면
괴로워하는 표정이 아니라
여유롭게 잔잔히 웃고있는
입가의 동그란 미소 같은 것

그 속이 한없이 깊고 넓어서
그 품이 한없이 넓고 깊어서
모든 것을 다 받아주는
바로 그런 거 였어!

차돌맹이같은 말을 던져
사람의 마음을 맞춰 버렸는데
상처를 움켜잡은 성난 파도가 아닌
인자한 미소만 보내온다

따뜻한 말을 아까운 듯 아끼고
톡톡 쏘아 붙이기만 했는데
벌집투성이가 되어서도
저 부드러운 눈빛은 뭐란 말인가

나 같았으면 죽네 사네 했을
엄살같은 수많은 나날일 텐데
부처상에서나 볼 저 인자함
입가로 눈가로 넓게 그려나가는 포물선

그 곳이 궁금해 풍덩 빠져 들고 싶을 만큼
네가 아픔을 숨기고 미소 흘리면
마냥 얼음이던 내 명치 끝에서도
더 아픈 눈물이 난다는 걸 이제야 알겠어

●서순옥 시인:  文學일보 2010 시조 신춘문예 당선. 시집' 묻어야 할 그리움'. 울산시인협회, 두레문학회원.


▲ 류윤모 시인
마음 고요한 날이면 호수를 찾고 싶습니다. 벗과 같이 동행을 하려면 말없이도 능히 상대의 마음을 읽어낼 지란지교의, 속 깊은 벗이 좋습니다. 노자의 도덕경에 보면 향나무는 저를 찍는 도낏날에도 향을 듬뿍 묻혀 돌려보낸다 는 잠언이 나옵니다. 그 잠언의 훌륭한 번역 같습니다. 세상의 이면을 보아내는 눈. 이 시의 주인의 눈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먼저 자신에게 솔직해야 좋은 시가 찾아오고 솔직담백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니 동감이 읽는 이에게 전해져 옵니다. 도식적(圖式的) 이어서는 안된다, 는 말이 어느 소설 작법엔가 나옵니다. 시나 소설이나 억지로 꾸민 흔적이 보이지 않아야 된다는 것. 양복이나 詩나 명품은 표면에 솔기 터진 바느질 자국이 없이 매끈합니다.
 자동기술 기법으로 시를 쓰는 것도 아닐진대 명색이 시라고 배설해 놓은, 머리칼을 마구 쥐어뜯으며 읽어야 하는 정신병자의 독백같은 산문시들이 오늘날 시단의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시인의 연탄이란 시를 보고 ! 했었는데 연장선상에서 소리시늉말과 짓시늉말을  제대로 구사해내는  구상 능력에 !  하게 됩니다.  함축과 압축만  했더라면~ 명품 시인데 하는 아쉬움과 함께…
 너나없이 시를 몇 줄 쓰게 되면 다들 대가나 된 듯 통찰, 통찰 하는데 멀리 갈 것도 없이 이 시가 곧 통찰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독자를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닌 이렇듯 독자와의 눈높이에 있는 것입니다. 공감도 그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河床이 맑은 투명한 시를 좋아 합니다.  류윤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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