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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박모(52)씨는 김장철이 다가오면 겁부터 난다. 바닥에 앉아 김장을 하다 보면 정말 허리가 무너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통증이 심하기 때문이다. 김장을 다 끝내고도 2~3주는 꼼짝없이 통증에 시달려야 해 벌써부터 걱정이다. 쌀쌀한 날씨와 함께 김장철이 시작됐다. 집안 식구들이 모여 김장을 하는 풍경은 훈훈하지만 찬바람 부는 초겨울 날씨에 많은 양의 김치를 담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김장담그기에서 가장 많은 일을 하는 40~50대 주부들의 경우 근육, 인대, 연골, 힘줄 등 관절 주변의 조직들이 약해지고 있어 조금만 무리해도 쉽게 다칠 수 있다. 실제로 김장을 마친 후 허리, 무릎, 손목, 어깨 등에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주부들이 적지 않다. 김장철 주부들의 관절통증을 예방하는 방법에 대해 김태형 울들병원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들어본다.

▲ 김태형 울들병원 정형외과전문의.

 

# 강도 높은 노동 허리·무릎·손목·어깨 등에 무리
김장 전 장을 보거나 혹은 김장하는 과정에서 무거운 재료를 나를 경우 갑작스럽게 허리 통증을 느끼기 쉽다. 김장 후 요통을 호소하며 내원하는 사람 중에는 요추 염좌가 대다수이다.
 급하게 일어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다가 느낀 통증은 흔히 허리를 삐끗했다고 하는데, 이를 요추 염좌고 한다. 허리를 지탱해주고 주변을 단단히 고정해 주는 인대와 주변 근육 등이 늘어나거나 파열되는 질환으로 왼쪽이나 오른쪽 어느 한 쪽이 더 아픈 것이 특징이다.
 요추 염좌는 본인 근육 사용의 정상 범위를 벗어날 만큼 무거운 짐을 들거나 잘못된 자세를 장시간 취할 때 발생하게 된다. 갑작스러운 인대의 수축, 비틀림 등에 의해 급성 요통이 찾아오는 것이다. 치료 없이 통증을 참거나 파스 등으로 자가치료 하는 경우 약해진 인대와 근육이 허리를 제대로 지탱하지 못해 만성 요통을 유발하고 습관성 염좌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 주부들은 절여놓은 배추나 무 등 무거운 김장거리를 들고 계속 움직인다거나 김치 속을 만들기 위해 버무리는 작업을 해야 해 손목과 팔에 무리가 간다.
 배추를 하나하나 소금에 절이고 양념을 만들어 배추 속을 넣기까지 손이 가지 않는 일이 없는 김장은 손목 관절의 반복적인 움직임이 누적돼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손목에 힘이 들어가 힘줄에 무리가 가해지면 손목 건초염에 노출되기 쉽다.
 손목 건초염이 발생하면 손목 관절에 부종이 생기고 뻐근한 느낌이 들며 염증 부위를 눌렀을 때 심한 통증이 느껴진다. 또 김장 후에 팔꿈치 바깥 부위에 통증과 저린 느낌을 호소하는 주부가 많다. '테니스 엘보'라는 질환으로 손목을 젖히는 동작을 할 때 특히 통증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 작업전 얇은 옷 껴입고 손목·허리보호대 착용
이 같은 김장 휴유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단 김장을 시작하기 전에 몸부터 따뜻하게 데우는 것이 중요하다. 날씨가 추워지면 인체는 체온을 빼앗기지 않도록 피부쪽 모세혈관이 수축되어 혈액공급이 감소된다. 이 때문에 근육이 별로 없는 손가락이나 무릎관절은 더욱 시리고 뻣뻣하게 되며 통증도 심해진다. 따라서 체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두꺼운 겉옷 한 벌을 입기보다는 얇은 겉옷 여러 벌을 겹쳐 입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며, 모자나 목도리를 착용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신속하게 몸을 데우기 위해서는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시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배추, 무, 갖은 양념 등 무거운 김장재료를 옮길 때는 여럿이 함께 드는 것이 좋다. 김장철 배추 한 포기의 평균 무게는 약 4㎏인데 한 망에 3포기씩 넣어 판매하고 있으니 한 망의 무게는 12㎏정도이다. 무거운 김장재료를 옮기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앉았다 일어났다 하다 보면 관절에 큰 무리가 가게 된다. 따라서 무거운 김장재료를 옮길 때는 반드시 두 명 이상 가급적 여러 명이 함께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10kg의 물건을 두 명이 함께 들면 허리의 부담은 약 80%까지 줄일 수 있다.

# 허리 자주 펴주고 무거운 재료는 나눠 들어야
김장은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과정부터 양념을 버무리고 김치통에 담기까지 모든 과정들을 바닥에 쪼그려 앉은 상태로 하는 경우가 많다. 바닥에 앉은 자세는 서있는 자세보다 체중의 2~3배의 달하는 무게가 허리에 전달되기 때문에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허리통증이 유발된다.
 무릎도 130도 이상 구부려 쪼그리고 앉으면 체중의 7배에 달하는 무게가 전달돼 무릎통증이 심해진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김장재료를 식탁이나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의자에 앉거나 서서 김치를 담그는 것이 좋다. 부득이 바닥에 앉아서 해야 한다면 등받이 의자에 앉고 양쪽 다리도 혈액순환을 위해 자주자주 바꿔 펴주는 것이 좋다. 또한 1시간에 한 번씩은 일어나 목, 허리, 손목 스트레칭을 해주면 누적된 피로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바닥에 놓인 김치통을 들어올릴 때는 무의식적으로 서있는 자세에서 허리만 숙여 들어 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자세에서는 허리근육을 다치거나 허리디스크가 터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바닥의 물건을 들어올릴 때는 무릎을 굽히고 앉은 자세에서 두 손으로 물건을 꽉 움켜잡고 최대한 자신의 몸에 바짝 밀착시킨 다음 천천히 다리 힘으로 일어나는 것이 좋다. 또한 김장을 담그는 동안 손목밴드와 허리보호대를 착용하는 것은 근력을 보강해 부상을 예방하는데 매우 큰 도움된다.

# 충분한 휴식·반신욕으로 마무리
김장을 마친 후에는 충분한 휴식과 적절한 찜질을 병행하는 것이 피로회복과 통증완화에 도움된다. 무릎의 경우 관절이 붓고 열이 나며 아플 때에는 냉찜질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하루 이틀 지나서 열이 없어지면 온찜질을 하는 것이 도움된다.
 허리도 근본적으로 마찬가지겠지만 만일 허리통증이 1주일 이상 지속되고 특히 한 쪽 다리가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면 급성 디스크탈출증이 의심되므로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하게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리=조창훈기자 usjch@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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