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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새벽 인근 대구 서문시장에서 점포 800여 개가 소실되는 대형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복구를 위해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큰 사건·사고가 날 때마다 우리는 2014년 4월 16일 오전, 수많은 학생들을 태운 배 한척이 남해안 진도앞바다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는 것을 가슴졸이며 지켜보았던 순간을 떠올린다. 몇몇 사람의 안일한 생각과 실수가 엄청난 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던 세월호 사건이다.

 독일의 유명한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ack)'은 그의 저서 '위험사회'에서 성찰과 반성 없이 근대화를 이룬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로 묘사했다. 산업화와 근대화를 통한 과학기술의 발전은 사람들에게 풍요를 안겨 주었지만 이와 함께 새로운 위험을 몰고 왔다는 뜻이다.
 즉 위험은 근대화에 실패한 후진국의 문제가 아니라 성공적 근대화 자체가 초래한 딜레마이며 사회발전이 이루어질수록 더 위험한 요소들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국민안전처 최근 자료에 따르면 감소 추세인 교통 및 화재사고와는 달리 재해·재난사고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위의 공업국이고 제7위의 수출국이며, 세계 8위의 무역국인 대한민국의 경제수준을 고려해 볼 때 한국의 안전 관련 수치는 이에 한참 못 미치는 현실인 것이다.
 사회적으로도 원전과 같은 대형 산업시설들의 노후화, 다중이용시설의 지속적 증가, 아파트와 같은 밀집형 생활환경의 일반화 등으로 재난이 발생 시 피해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하고, 관광, 레저 인구의 증가와 사람들의 장거리 이동이 많아지면서 철도, 항공기, 여객선 등과 관련된 사고가 증가할 가능성도 높아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사회전반의 불안요소로 작용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범죄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듯이 예측하기 힘든 안전사고를 단기간에 대폭 줄이는 것은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어찌 보면 아주 기본적인 관심과 작은 노력이 대형 사고를 막아낼 수도 있다.
 재난은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가시적인 결과로 나타나기 이전부터 장기간에 걸쳐 쌓여온 위험요인들이 특정 시점에 표출된 경우가 많다.

 위험요소들이 쌓여가는 과정에는 사회적 문제, 불법행위, 무관심, 무사안일 등 여러 가지 부정적 요소들이 더해져 결국 충격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산업재해가 발생해 중상자가 1명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수 있는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고 하는 하인리히의 법칙이 이를 잘 반영한다. 즉 큰 재해 이전에 작은 재해와 사소한 사고가 1:29:300이라는 비율로 사전에 우리에게 이미 경고를 내렸다는 것이다.

 보호 장구 없이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고 운전하는 운전자,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 관행적으로 기준에 미달하는 자제를 사용한 건축물 등은 아무 문제없는 상황에서는 그저 지나가 버릴 수 있는 사소한 문제에 그칠 수 있지만, 그런 사소한 무관심이 교통사고나 화재, 혹은 붕괴사고로 발전하게 되면 결국 가장 중요한 사고발생 원인으로 지목된다.

 안전에 대한 예방은 작은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대형사고 앞에서 사회에 대한 불안감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정작 안전을 위협하는 작은 부분에 대한 예방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이중적 모습, 어쩌면 이는 우리사회를 발전시킨 원동력이었던 '빨리 빨리' 문화가 낳은 부산물일지도 모른다.
 브레이크 없는 빠른 경제발전이 우리 모두를 위험한 불감증 사회로 내몰았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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