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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호석 울들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병원장)가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디스크와 협착증의 증세와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얼마 전 회사를 퇴직한 김모(62)씨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허리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퇴직후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라 생각한 김씨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새벽에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쌀쌀한 날씨에 몸이 움츠러지고 근육 경직이 생겼다. 엉덩이, 다리, 발 쪽에서 저릿하고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있어 오랜시간 걷는 것도 힘들었다. 허리에 통증이 있어 허리디스크로 알고 병원을 찾았는데 척추관협착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처럼 걸을 때마다 다리가 아프고 저린 경우에 많은 척추환자들이 디스크(디스크탈출증)를 의심하지만 실제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면 협착증(척추관협착증)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두 질환 모두 허리와 다리가 아픈 증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인데 허리를 굽히고 펴는 동작에서 통증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디스크와 협착증은 중년 이후의 연령층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척추질환이지만 발생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정확한 감별진단이 필요하다. 장호석 울들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로부터 디스크와 협착증의 증세와 치료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

#젊은층도 허리디스크 발병 증가세…협착증은 퇴행성 
디스크탈출증은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말랑말랑한 디스크가 뒤쪽으로 튀어나와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디스크가 튀어나오는 원인은 나이가 들수록 디스크는 탄력이 떨어지는 퇴행성 변화가 심해지는데 여기에 무거운 물건 들기나 추락 사고와 같은 심한 충격이 가해지면 갑작스럽게 디스크가 터질 수 있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자세로 오랫동안 작업을 하면 디스크에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디스크탈출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척추관협착증은 척추통로 주변의 뼈 또는 척추뼈를 연결하는 인대가 앞쪽으로 서서히 두꺼워지고 딱딱하게 변하면서 신경을 압박하거나 신경으로 가는 혈관을 막아 다리신경의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키면서 증세가 악화시키는 질환이다. 요통과 함께 한쪽 방향의 다리 저림 증상을 보이는 허리디스크와 달리 양쪽 다리에 통증이 나타나고 보행 시 통증이 더욱 심해진다는 차이가 있다.
 디스크탈출증은 젊은 연령층에서도 많이 발생하지만 척추관협착증은 주로 50대 이후부터 시작된다. 퇴행성 질환이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4년 척추관협착증 진료인원을 살펴보면 전체 환자 약 131만명 중 약 93.7%(122만,8000명)가 50대 이상이다. 특히 연골이나 뼈 등이 약해지고 퇴행성 변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여성의 경우 남성 환자보다 약 2배 가까이 더 많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50대 26만명(19.8%) △60대 38만9,000명(29.7%) △70대 44만4,000명(33.9%) △80대 이상 13만5,000명(10.3%) 등 순으로 70대 이상 노인 인구(474만1,000여명) 10명 중 1명(12.2%)은 척추관협착증을 앓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40대, 혹은 30대에서도 척추관협착증 발병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젊은층에서의 발병은 잘못된 자세와 허리의 반복적 과사용, 심한 운동 등이 원인인데 오랜 기간 잘못된 자세, 과도한 업무와 운동 등을 유지하거나 하게 되면 척추에 악영향을 끼친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자가진단 가능, CT·MRI 검사로 명확히 구별
이들 두 질환 모두 X-ray검사로는 구별하기 어렵고 CT나 MRI 검사에서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스스로 자가진단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는데, 이는 자신의 증상이 언제 어떤 자세에서 더욱 심해지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스스로 디스크탈출증인지 척추관협착증인지 구별할 수 있다. 
 첫째, 증상이 나타나는 다리가 한쪽인지 양쪽인지를 확인해본다. 디스크탈출증의 원인이 되는 디스크는 주로 한쪽 방향으로 터지기 때문에 한쪽 다리에만 증상이 나타나는 반면 척추관협착증의 원인이 되는 인대는 양쪽에서 동시에 자라나기 때문에 양쪽 다리 모두 증상이 나타난다.
 둘째, 증상이 언제 심해지는지를 살펴본다. 디스크탈출증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계속 아프고 저린 증상이 나타나는 반면 척추관협착증은 오래 걸을 때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잠깐이라도 앉아서 쉬면 금방 증상이 사라지기 때문에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가까운 거리라도 걷다가 앉아서 쉬고 또 걷다가 앉아서 쉬기를 반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신경통로 속의 인대는 계속 자라나기 때문에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세월이 흐를수록 걷는 거리와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나중에는 일어서기만 해도 아플 정도로 심해진다.
 셋째, 허리의 자세를 비교해본다. 디스크탈출증은 허리를 앞으로 숙일 때 통증이 심해지지만, 척추관협착증의 경우 반대로 허리를 뒤로 젖히면 통증이 심해지고,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오히려 통증이 줄어들고 편해진다.
 이 때문에 디스크탈출증 환자는 주로 한 손을 허리 뒤에 받치고 허리를 뒤로 젖히고 한쪽 다리를 절룩거리며 걷는다. 하지만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두 손으로 뒷짐을 지고 허리를 앞으로 숙이고 걷는 경향이 있다.

#물리치료·약물요법 등 치료…수술은 최후수단
허리 및 다리통증으로 진료실을 방문한 60대 이상의 척추환자 10명 중 8명 정도는 MRI 사진에서 척추관협착증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척추질환들과 마찬가지로 디스크탈출증과 척추관협착증도 증상이 아주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통증주사 등과 같은 비수술적 치료를 시행한다. 하지만 비수술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되거나 다리감각이 떨어지고 다리힘이 약해지는 경우는 수술적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신경압박이 오래될수록 신경은 죽어가며, 신경은 한 번 죽으면 되살리기 어려운데, 신경을 압박하는 원인(디스크, 인대, 뼈조각 등)을 제거하는 근본적인 치료법은 수술뿐이기 때문이다.
 디스크탈출증과 척추관협착증을 예방하려면 평소 무거운 물건을 들고 내리는 등 척추에 무리가 따르는 반복적인 행동을 삼가고 항상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철저한 체중조절을 통해 척추의 퇴행성 변화를 늦추고 꾸준한 운동과 스트레칭으로 척추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리=조창훈기자 usj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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