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석남사에서

최현숙
 
바람도 숨을 죽이는 금당으로
앳띈 비구니 들어가고
빗장거는 소리들린다
 
법당에서 만났던 그 소녀같은
비구니
 
빗장소리는 그와 나를
선계와 사바세계로 철저하게
갈라놓는다
면벽으로 앉아 염주알을
굴리고 있을까
길없는 길 가고 있는
그 스님이 이리도 커보이는 것은
길있는 길 걸어가는 내가
이렇듯 왜소해지기 때문…
 
산그늘에 잠기는 금당을
다시 돌아보았을 때
지붕위에 연꽃이 움트고 있었다
 

● 최현숙- 009년 문학저널 2011년 문예운동등단, 시집 '새벽이 오는 향기', 장편소설 '좋은 날의 일기', 시와산문집 '가슴으로 그리는 그림' 외
 

▲ 최종두 시인

시는 진실한 생각과 느낌. 그리고 진실한 표현을 통하여 나오는 그 시인의 전인격적 체험에서 스스로 체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시를 체득한 시인 생명의 결정인 작품을 통해서만 그 시인의 우수성을 알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최현숙 시인의 작품을 눈여겨 보아온 나는 근년에 들어서 그의 시에 잘 익은 열매가 열리고 있음을 본다.
 그것은 일상에서 부딪치는 사물을 대하면서 진실을 바탕으로 한 느낌들은 놓치지 않고, 그는 신성하고 좋은 시를 쓰고 있는 것이다. 울주군 언양읍 상북면의 석남사는 대한불교조계종이 지정한 청정비구니 선원이다. 그중에서 대표선방인 금당을 지나면서 얼핏 눈에 띈 앳띤 비구니를 보며 놓치지 않고 시를 옮긴 위의 시에서 선명하게 나타나는 시인의 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금당의 스님과 시인의 길을 비교하면서 그도 선방에 앉아 정진을 쉬지 않는 비구니 스님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동경하면서 시를 쓰려는 노력이 엿보이고 있는 것이다.
 석남사를 걸어 나오면서 다시 한 번 돌아보았을 때 금당의 지붕으로 연꽃이 움트고 있음을 느낀 시인의 진실된 마음. 그것이 결정체가 된 시를 남기는 최현숙 시인의 시 세계에도 풍성한 연꽃의 향기가 무르익을 것을 기대해 본다.
  최종두 시인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