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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년 맞은 울산. 과거와 같은 국가주도의 성장 틀에서 벗어나 사고와 발상을 전환하고 새로운 '울산형' 생존전략을 찾아야 할 때다. 정치·사회·행정·경제·노동·정치 등 각 분야에서 울산의 미래를 위한 '패러다임 대전환·대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울산신문 자료사진

2017년 울산의 모습은 어떠한가. '부자 도시', '산업 수도', '지역총생산 부동의 전국 1위' 같은 울산을 수식하던 명성이 이젠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됐다. 최근 울산의 현실은 '성장은 주춤하고 안전은 위협받으며 각종 지표는 악화일로'다. 게다가 인구 변화는 절체절명이다. 전국 4위까지 추락한 수출,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고공행진하는 실업률, 잦은 폭발사고와 산업재해로 얼룩진 산업단지, 밑바닥에서 허우적대는 서비스업생산과 소비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산업수도로서 승승장구해 오던 울산수출의 경우, 2011년 1,014억달러를 최고점을 찍은 뒤 줄곧 내리막이다. 2015년 729억달러, 2016년 652억달러로 10년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이에 따라 생산 역시 지난 2012년 6.8% 증가세를 기록한 뒤 2013년 -1.9%, 2014년 -1.7%, 2015년 -3.8%, 2016년 -1.5%까지 감소 추세다. 또 2년 전부터 진행돼 온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악화가 대량 실업을 낳고 소비 위축까지 불러오는 악순환도 진행 중이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폭발 사고로 울산의 화약고이자 산업재해 1위라는 오명을 씌워준 산단은, 울산의 곳간이면서도 지역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지대이다.  울산 화학공단의 유해화학 물질 취급, 제조, 저장량은 전국 유통량의 1/3을 차지하고 장치시설은 대부분 50년이 경과해 설비 자체의 노후·부식 등으로 설비 피로도가 쌓여 있는 상태다. 조선소 등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현장 근로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도시 경쟁력을 좌우하는 인구감소는 더 심각하다. 2015년 11월 120만640명 후 지속적 감소세를 기록하면서 2017년 6월 현재 118만명으로 내려앉았다. 6월 말 기준 울산의 총인구는 118만9,357명으로 2년이 채 안돼 2만명 이상 줄었다.

 지난 50년간 외부적 개발논리에 길들여져  
 다른 발전 가능성 빼앗겨버린 불균형 수정
 성년 울산, 저성장 위기 극복 새판짜기 필수


이런 상황에서 맞은 울산광역시 승격 20주년. 성년 울산으로서 자축하기에 앞서 풀어가야 할 과제가 많음은 분명해 보인다. 
 인간은 20세가 되면 판단 능력과 사회적 역할 모두에서 성인으로 인정받으면서 그동안의 삶을 성찰하고 자립을 모색한다. 지자체로서 울산도 성년으로서 도약과 지속 성장가능한 방안 모색은 당연하다.


 지역 사회에 '울산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고 지속적으로 묻고 해답을 고민해 온 한삼건 울산대학교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울산은 대한민국의 머슴으로 열심히 공장 돌려서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기여만 하도록 길들여져 왔다. 정부로서는 성공한 개발이었지만 울산 입장에서는 다른 가능성을 빼앗겨버린 불균형 개발이었다. 울산 자체의 발전이나 바람직한 성장, 그리고 울산시민의 진정한 행복이 논의된 적이 있었던가 묻고 싶다"
 한 교수는 "50여년 간 울산개발은 철두철미 외부적이며, 외재적인 개발논리이자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며 "이제는 울산이 스스로를 위한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하는 타이밍이다. 늦었지만 울산의 미래를 위해 '울산광역시'라는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갈 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부연했다.
 한 교수의 진단과 같은 맥락에서, 울산은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과거와 같은 국가주도의 성장 틀에서 벗어나 사고와 발상을 전환하고 새로운 '울산형' 생존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현재 청와대 경제보좌관)도 지난 5월 울산상공회의소 초청으로 마련된 울산포럼에서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주력 제조업으로 지난 50년 산업도시로 장기간 호황기를 걸어온 울산은 지금의 경제위기를 일시적인 불경기로 착각할 수도 있으나, 이는 경기회복의 문제가 아니라 인구절벽이 가져 온 저성장 시대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인정하지 못한 결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50년 성공 경험이 뼛속에 박힌 울산이 저성장이라는 구조적 변화를 인정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성공모델을 만드는데 한국에서 가장 뒤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는 코앞이고 어느덧 울산은 저성장 시대에 진입했다. 정치·사회·행정·경제·노동·정치 등 각 분야에서 울산의 미래를 위한 '패러다임 대전환·대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변화는 늘 새로운 과제를 가져온다. 스스로 문제를 찾아 해결하고 다음의 발전을 준비해야 하는 지금, 울산은 '안주냐' '진화냐' 하는 선택 앞에 서 있다.   

# 정치
우리사회 각 분야 중 인적 요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분야가 정치다. 경제와 문화, 교육 등 사회 제 분야에 가장 큰 파급력을 갖는 것도 역시 정치다. 바로 '정치=권력'이라는 등식이 가져다준 정치의 위상인 동시에 냉엄한 현실이다. 정치에 대한 이러한 그릇된 기저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의 정치는 결고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인들에게 권력을 내려놓으라고 강요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무엇보다 정치를 권력으로 옹립하는 현행 법 제도가 이를 뒤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요구'로 '변화'를 관찰시킬 수 있는 현실은 더더욱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답은 한가지다. 바로 '사람'이다. 인적 요인이 큰 정치를 사람을 통해 바꿔야 한다. 정치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서는 시스템 보다는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광역시 승격 20주년을 맞는 울산이 한 단계 더 큰 도약을 위해선 지역정치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중앙 정치권력의 예속에서 벗어나 진정한 지방분권의 시대를 열어 나가기 위한 '필수충분조건'이 지역정치의 선진화다. 이를 위해 시민들이 선택해야 할 '사람'은 권력을 누리는 '정치인'이 아니라, 주민을 고객으로 섬기고 소통하는 '자치인'이어야 한다. 물론 권력교체론이나 인물교체론을 주장하자는 것은 아니다. 주민 인식의 변화와 시대 발전에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자질과 역량을 갖춘 인물,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선택하고 해결하는 진정한 지방자치를 꿈꾸는 인물이면 충분하다.
 이제 광역시 승격 20주년을 넘어 미래 울산을 준비할 새 일꾼을 뽑는 내년 지방선거가 10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울산의 자치 환경 변화와 진정한 발전을 위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식의 이분론적 접근은 금물이다. 사람을 잘 뽑으면 지역경제가 살고, 지역문화가 꽃핀다. 바로 우리의 울산, 우리의 미래를 믿고 맡길 인물을 선택하는 길이 '울산의 정치'를 바꾸는 지름길이다.  

# 노동
노동계도 대립과 투쟁 일변도의 기존 노동운동 방식에서 벗어나 변화의 물결 앞에 서야 한다.
 산업도시로서 울산은 유독 노동 운동이 활발했다. 금속노조의 최대 동력인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가 버티고 있고, 1980년대 노동 투쟁을 활발하게 이끈 현대중공업 노조도 한몫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울산 노동계는 과거에 비해 더 강경해졌다.
 현대차 노조의 경우 합리 노선의 노조 집행부 시절인 2009년부터 2011년 유일하게 3년 연속 파업 없는 무분규를 기록한 이래 매년 파업하고 있다. 올해 임단협에서도  파업을 내걸었다. 
 현대중공업은 사정이 더 어렵다. 회사는 수주 물량 급감으로 총체적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데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과 올해 임금협상에 사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며 투쟁하고 있다. 파업은 반복되고, 최근에는 노조가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다.


 새정부가 들어선 후 울산 노동계는 투쟁 강도를 더 높이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노동계는 '춘투(春鬪)', '하투(夏鬪)'라는 용어에서 드러나듯 으레 철마다 치러지는 투쟁으로 상징됐다. 물론 이런 투쟁이 전체 노동자의 권익과 처우를 개선하고 노동을 탄압하는 정치권과 재계에 경종을 울린 것은 사실이다. 반대로 청년과 비정규직, 외국인노동자 등 약자를 위한 투쟁과는 거리가 멀었다. 갈수록 노조를 '귀족노조'로 인식하며 노동계의 투쟁에 무관심해진 것과 궤를 같이한다. 
 합리적 노사문화 정착이 시급한 이유다. 산업과 사회의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갈등의 외주화 혹은 위험의 외주화를 해결하는 협력적 노사문화가 자리잡아야 할 때다.
 복수의 지역 노동전문가들은 "이기적이고 고립된 노동운동은 사회적으로 수용·용납되지 않을 것"며 "노동계가 어떻게 변화느냐에 따라 앞으로 우리 경제와 사회의 존망이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경제
'스마트'가 대세인 현실에서 울산은 산업현장에 스마트 시스템을 구현할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조선업과 자동차, 석유화학업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스마트 공정을 앞다퉈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미래가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인화로 인해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대표적이다. 4차 산업혁명은 분명히 고용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특히 울산의 단순 조립 업무 등은 4차 산업혁명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직업에 속한다.
 때문에 중후장대형 산업에서 벗어나 이제는 울산형 신산업을 발굴하고 신규 고용창출에 더욱 적극 나서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선도를 위한 신산업 육성과 기존 주력산업 기술경쟁력 확보 및 고도화를 추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울산의 새로운 고용창출을 가져올 신산업으로 3D프린팅 관련 장비·서비스산업, AR/VR 및 게임 등 디지털콘텐츠산업, 게놈, 원격의료, 재활로봇 등의 바이오메디컬 산업, 드론산업 등을 지목하고 있다. 

# 사회
 지난해 울산시민들은 인간이 대자연 앞에 한 없이 약한 존재임을 확인했다.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라는 믿음이 완전히 깨졌다. 지난해 7월 5일 오후 8시33분께 울산 동구 동쪽 52㎞ 해역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다. 2달여가 지난 9월 12일에는 유례를 찾기 힘든 큰 지진이 경주 남남서쪽에서 두 차례나 발생했다. 규모 5.8은 1978년 지진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큰 규모였으며, 10개월째 총 620회가 넘는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큰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자 울산 인근 원자력발전소와 국가산업단지에 대한 불안이 급증했다. 특히 조성된 지 대부분 50년이 경과된 국가산단은 끊이지 않는 각종사고와 원인을 알 수 없는 악취 문제까지 더해지며 '안전'에 있어서는 신뢰를 잃었다.


 사상 최악의 물난리도 겪었다. 지난해 10월 5일 시간당 124㎜의 물 폭탄을 동반한 태풍 차바로 612억이라는 막대한 재산피해를 입었다.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당했다.
 자연재해에 정부와 지자체의 늑장대응이 더해져 불안은 가중됐고, 이를 계기로 울산시민에게 안전이 최우선 화두가 됐다.
 울산시는 산업안전 관리 및 안전분야 산업발전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국가산단 안전관리 마스터플랜' 수립 등 재난재해 대응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대책 마련만으로는 허점이 있다. 국가산단의 경우 현행법상 안전관리는 중앙정부의 업무 권한이므로 지자체가 관여할 수 없다.  때문에 안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산단의 안전관리 권한을 울산시로 가져오는 등 규제 개선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시민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원전과 산업단지, 인근 주민, 행정기관 상호간의 긴밀한 협력 체계 마련도 필요하다.    

# 문화
울산은 지난 수 십 년간 근대화를 선도해 오면서 뒤처진 문화 인프라로 인해 신진 예술가들이 울산을 떠나는 상황을 수없이 지켜봤다. 하지만 아직도 지역의 많은 예술 활동지원은 '새로운' 예술인을 외치면서도 '오래된' 방식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 기성예술인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울산지역의 신진예술가 지원 사업은 2013년 2,000만원(4명)을 시작으로 2014년 4,000만원(8명), 2015년 4,000만원(9명), 2016년 5,900만원(10명), 2017년 7,000만원(11명)으로 지원금과 지원인 수를 해마다 조금씩 상향조정해 나가고 있지만 이 사업을 통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신진 예술인의 숫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신진 예술가를 발굴하기 위한 지원 사업이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그들이 예술인으로써 역량을 갖추고 다음 작업을 수행 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재정적 지원과 더불어 예술 활동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공간과 장비 등에 접근 가능한 물질적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한 문화예술단체 관계자는 "20년 전과 비교해 볼 때 지역 전체 예술인의 숫자는 10%가량 증가했지만, 주로 40~50대 이상 기성예술인들이 증가가 두드러진다"며 "신진예술인 양성소, 아트 스쿨 등을 통한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시 차원의 대책과 새로운 피 수혈을 위한 각 예술단체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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