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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 한정지어서 본다면 지난 20세기에 세 번의 큰 변화가 있었다. 일제강점기의 울산 개발과 그 연장선에 있는 1962년의 공업센터 지정과 시 승격은 타자(他者)의 논리와 의지로 겪은 변화였다. 반면에 20세기 마감을 3년 앞둔 1997년의 광역시 승격은 시민 모두의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낸 변화였다.
 광역시 승격 후 울산이 이룬 성과는 눈부시다. 1997년과 2016년을 비교해 보면, 예산규모는 4배를 넘었고, GRDP 2.5배, 수출 4배, 등록자동차 대수 2배, 1인당 공원면적 11배, 공공도서관 수 4배, 의료 기관 수 2배 등의 성장을 보이고 있고, 태화강 수질은 BOD 기준으로 9배나 좋아졌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다. 지금 이 시점에서 돌아보면 도시구조를 광역시로 성장·발전할 수 있도록 개편하지 못했고, 대중교통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바로 이 점이 산업도시라는 빛이 너무 강해서 드리워진 그늘이라고 하겠다. 울산은 자타가 인정하는 산업도시다. 국가가 개발을 결정하고, 주도했다. 그리고 그 공업생산력이 울산의 광역시 승격을 이루어내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틀림없지만, 그 압도적인 공업생산력이 지금 울산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 예를 들면 지난 20년간 울산에서는 임금근로자가 16만 명 가까이 늘어나는 동안 자영업자 수는 불과 3천명 증가했고, 서비스업의 비중도 불과 2.1% 성장하는데 그쳤다. 도시계획에서도 이런 문제는 확인된다. 즉, 울산시의 토지 용도지역을 보면 공업지역은 79.8㎢인데,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면적을 합친 수치는 74.6㎢다. 대 소비도시로 성장하기에는 불가능한 구조다. 이래서는 지역 통합이 가속화 되는 최근의 흐름 속에서 부산과 대구라는 경쟁 도시를 이기기는 힘들다.


 지난 20년간의 빛나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울산에 특히 부족한 것은 도시 인프라다. 민간이 공공을 대체할 수 없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공공 인프라인데, 그 역할이 단순히 물리적 시설을 공급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공간과 장소, 그리고 시설은 시민들의 현실 생활을 담는 그릇과 같다. 음식과 그릇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듯이 사회 각 분야가 눈부시게 발전하고 시민의 요구도 높아진 만큼 인프라의 질은 도시경쟁력의 바로미터다.
 다음은 철학이 없는 토지 이용 계획을 지적할 수 있다. 이 문제는 벌써 30여 년 전에 울산의 도시성장을 연구한 이기석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적한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최고 통치자의 관심이 너무 커서, 혹은 울산시장 보다 지위가 높은 울산특별건설국장이 있어서 울산의 도시계획이 왜곡되더니, 민선시대 역시 광역시로 성장·발전 시켜야할 역사적 책무나 도시의 장기비전을 고민하기보다는 단편적이고 대증적 요법으로 도시관리를 해 왔다.


 예를 들면, 한때 오염으로 몸살을 앓던 태화강을 되살린 덕에 수질만큼은 예전의 수준을 되찾았고, 그 결과 시민들은 다시 강으로 모이고, 태화강대공원 및 삼호 철새도래지 조성, 태화루 중창, 태화강생태관 건립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시민의 삶터인 강변일대는 호텔 한 곳 없이 고층아파트단지와 초고층 주상복합 일색이다. 애써 가꾼 강변이 아파트 입주자를 위한 조망공간이 되고 정원이 되고 만 것은 토지이용에 철학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치면 이제 막 20세 성년의 문턱을 밟은 울산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금의 패러다임은 바뀌어야 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사회문제가 되었다. 그간 울산발전을 견인해 온 산업단지는 노후화 되었고, 무엇보다 개발도상국 시기의 유산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울산을 재도약 시키려면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


 도시철도 도입은 당장 도심 기능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시민 생활수준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태화강변에 파리 세느강변이나 런던 템즈강변 이상의 공공문화시설과 즐길 거리를 도입한다면 울산의 도시문화는 한층 더 높아질 수 있다. 빌바오나 말뫼처럼 한때 몰락했던 공업도시의 재도약에는 문화가 핵심역할을 했다는 사실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지막으로 한 도시의 운명은 정치리더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울산의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리더해 나갈 그런 인물이 기다려진다. 결국 도시를 만드는 것도 바꾸는 것도 사람이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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