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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여름이다.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고 여름은 더워야 제 맛이라지만 좀 심하다 싶다.  매미는 요란하게 울어대고 계속되는 가뭄에 대지는 목마르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35도를 오르내리는 기온에 "덥다, 덥다"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그러다 보니 선풍기를 돌리고 에어컨을 많이 켠다.
 요즈음은 더우면 언제든지 선풍기나 에어컨으로 더위를 시킬 수 있지만 전기가 없던 옛날 우리조상들은 한 여름 무더위를 어떻게 식혔을까? 무조건 참을 수도 없고 분명 그들만의 지혜로운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부터 우리조상들의 여름나기 방법을 따라 가보자.


 대보름날 아침, 마당쇠 길동이가 김 생원을 보자마자 소리쳤다.
 "서방님! 내 더위 사시오"
 이렇게 하면 한 여름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했다. 정말일까?
 조선시대 양반들은 아무리 더워도 체면 때문에 옷을 갖추어 입어야 했다. 여름만 오면 양반 김생원은 양반이라는 게 참 괴로웠다. 양반 체면에 더워도 옷도 마음대로 못 벗고 시원한 계곡에 풍덩 뛰어들 수도 없었다. 김생원은 마당쇠 길동이가 엄청 부러웠다. 더우면 옷을 마음대로 훌훌 벗을 수 있으니 말이야. 김생원은 더위를 잊으려고 책을 읽어도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도끼질하는 길동이만 보였다. 김생원은 입가에 붙은 밥풀도 무거운데 길동이는 한 더위에도 힘차게 도끼질을 하고 있는 게 부러웠다. 길동이는 김생원이 엄청 부러웠다. 길동이는 옷을 벗어도 더운데 김생원은 옷을 겹겹이 입고도 덥다고 하지 않고 점잖게 앉아 책을 읽고 있으니 말이야. 김생원은 길동이가 더위를 타지 않는 비법이 있다고 생각했고 길동이는 김생원이 더위를 타지 않는 비법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김생원과 길동이는 여름을 시원하게 나는 비법 겨루기 내기를 했다. 길동이가 이기면 하루 일 안하고 쉬게 해주고 김생원이 이기면 길동이가 하루 종일 부채질 해주기로.
 양반과 길동이는 서로의 비법을 공개하는데 누가 이길까?
 조선시대 때는 태양의 축제 시작일이 되는 음력 5월 5일 단오가 되면 임금님이 신하에게 하사하는 선물이 있었다. 바로 부채였다. 부채는 바람을 일으켜 시원하게 해주고 따가운 햇볕도 가려주고,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를 피하기도 했다.


▲ 조영남 아동문학가
 우리조상들은 한 여름 더위를 피해 휴가를 즐겼다. 가장 더운 음력 유월 보름날, 유두라고 해서 맑은 개울물을 찾아가 목욕하고 머리를 감으며 시원하게 보냈다. 밖에서 옷을 벗고 몸을 씻는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는 여성들도 유둣날은 개울에서 몸을 씻고 머리를 감았다. 양반들은 탁족이라고 해서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기도 했다. 우리가 더우면 계곡을 찾아 물놀이 하는 것과 같이 말이야. 집에서는 바람 솔솔 통하는 나무로 만든 옷인 등등거리나 등토시를 입었고, 선풍기를 돌리는 대신 대나무로 만든 죽부인을 안고 잠을 자고  또 부채로 여름을 시원하게 보냈다.
 선풍기와 에어컨이 없어도 한 여름 시원하게 보내는 조상들의 지혜가 대단하다. 조금 덥더라도 선풍기와 에어컨만 너무 의존하지 않고 조상들의 여름나기 비법을 따라 해보는 것도 나름 괜찮을 듯하다. 조영남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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